낙동강 녹조 '독성물질' 검출 논란..."치명적, 4대강 수문 열어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8.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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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27곳 채수·분석..."청산가리 100배 마이크로시스틴, 미국 '물놀이 금지' 기준의 최대 245배"
6년 전보다 증가 추세·낙동강 전역 검출...환경단체 "생활수·레저 중단, 독성 감소 위해 보 전면 개방"


올해도 4대강 보 낙동강에 핀 녹조. 이 녹조에서 독성물질이 나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논란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환경운동연합·세상과함께·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오마이뉴스·뉴스타파·MBC PD수첩은 24일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낙동강 4대강사업 강정고령보 인근에 핀 짙은 초록색 녹조(2021.8.20) / 사진.환경운동연합
낙동강 4대강사업 강정고령보 인근에 핀 짙은 초록색 녹조(2021.8.20) / 사진.환경운동연합
낙동강 함안보 상류와 합천보 상류 고령 우곡교 이노정 부근 녹조(2021.8.4) / 사진.환경운동연합
낙동강 함안보 상류와 합천보 상류 고령 우곡교 이노정 부근 녹조(2021.8.4) / 사진.환경운동연합

이들은 10년 전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 일대에 건설한 8개 보 인근 27곳(영주댐 용각교~상주보~낙단보~구미보~해평취수장~칠곡보~문산·매곡취수장~강정고령보~화원유원지~도동서원~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물금취수장)과 금강 5곳에서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20일까지 조사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남세균(Cyanobacteria)을 10년 연구한 이승준 부경대 교수에게 분석을 맡겼다.

채수 분석 결과, 낙동강 채수지점 27곳 중 14곳에서 '미국 레저 활동 기준(20ppb)'을 초과했다. 낙동강 국가산단 취수구 부근은 4,914.39ppb로 미국 기준치 최대 245.7배나 됐다. 창녕함안보 상류 211.3배(4.226.41ppb), 본포취수장 앞 77.8배(1,555.32ppb), 도동서원 앞 49.1배(982.41ppb) 순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가이드 라인'과 수치를 비교해보면 최대 4,914배 수준에 이른다. 

낙동강과 금강 주요 조사 지점 및 결과 / 자료.환경운동연합
낙동강과 금강 주요 조사 지점 및 결과 / 자료.환경운동연합
낙동강과 금강 채수 일정 및 지점(상류부터 하류 순으로) / 자료.환경운동연합
낙동강과 금강 채수 일정 및 지점(상류부터 하류 순으로) / 자료.환경운동연합

이번에 분석한 마이크로시스틴은 '남세균'의 여러 독성 중 하나다. 청산가리보다 100배 이상 높은 독성을 지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독성 때문에 '접촉금지' 원칙을 두고 있다. 하지만 낙동강은 미국 기준치의  200배 넘는 물을 수돗물, 농수, 물놀이 레저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낙동강 녹조 속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이 해를 거듭하면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는 부분이다. 일본 신슈대 박호동 교수팀은 지난 2015년 함안보와 금강 웅포대교에서 토탈 마이크로시스틴(MCs)을 측정해 각각 26ppb, 324ppb를 검출했다는 데이터를 내놨다. 하지만 6년 만에 함안보 4,226.61ppb, 웅포대교 수상 스키장 부근 1,532.10ppb로 수치가 크게 늘었다. 실험 방법과 채수 당시 날씨 등 차이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간접적으로 증가 경향을 보인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마이크로시스틴 등 남세균은 간 독성·신경독에 이어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 유발 가능성까지 제기돼 학계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미국, 뉴질랜드 등의 연구진들은 남세균이 강 주변에서 미세먼지와 같은 에어로졸 형태로 인체에 유입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때문에 수돗물 음용수뿐 아니라 피부 접촉을 하는 생활용수, 물놀이·보트 등 레크레이션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은 녹조가 핀 낙동강 위에서 레저활동을 하거나 녹조물을 생활용수·농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낙동강 레포츠 밸리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 녹조 낀 농수로에서 빨래하는 주민, 낙동강 박석진교에서 대구시·달성군 후원 '세계명문대학교 조정 축제' 등이 그 사례다.

이승준 교수는 "덜 위험한 남세균은 없고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결론냈다.

이들 단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4대강은 '녹조라떼'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잔혹사 그 자체였다"며 "'고인 물은 썩는다' 상식이 그간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또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힌 강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났다"면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대선공약·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한 문재인 정부는 독성 감소를 위해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낙동강네트워크'가 진행하고 있는는 '낙동강 4대강 수문 개방과 보 처리 방안 마련 촉구 1만명 서명운동' 캠페인. 2021년 8월 24일 기준으로 2,827명이 서명을 완료했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낙동강네트워크'가 진행하고 있는는 '낙동강 4대강 수문 개방과 보 처리 방안 마련 촉구 1만명 서명운동' 캠페인. 2021년 8월 24일 기준으로 2,827명이 서명을 완료했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한편, 이들은 앞으로 미생물 DNA(디엔에이) 추출 정량분석·민생물 군집을 분석하고, 오는 31일 '4대강 남세균 국민건강 위협 현황과 해결 방안 토론회', 2차 현장조사·분석 결과를 9월 초에 발표한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앞서 6일부터 '낙동강 4대강 수문 개방과 보 처리 방안 마련 촉구 1만명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18일 동안 2,827명이 서명했다. 서명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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