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결식아동 '한끼 5천원' 전국 꼴찌...권익위 "최저기준 어겨"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9.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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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1식 권장단가 '6천원' 미만 전국 지자체 154곳 68%...서울 최대 9천원, 대구경북의 2배 수준
카드가맹 식당 29%·예산 41억 축소...편의점 내몰린 아이들 "추석에도 편의점서 끼니" / "인상 검토"


대구 중구 한 GS편의점. 지난 14일 점심 시간이 되자 매장 안 도시락, 김밥, 라면, 샌드위치 코너 매대가 순식간에 텅텅 빈다. 직장인은 물론 학생들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가까운 편의점을 찾았다.

학교 근처라 학생들도 눈에 띈다. 근처 CU편의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급식 대신 군것질을 하러오거나 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 편의점을 아이들이다. 정수영(가명.12) 학생은 스마트폰을 켜놓고 편의점 매장 안 테이블에서 김밥과 라면을 먹었다. 수영 학생 친구도 편의점에 함께 왔다. 할아버지와 사는 정수영 학생은 급식카드로 결제를 했다. 김밥 한 줄, 라면 하나에 4,100원을 썼다. 한 끼 카드 한도는 5,000원. 아침은 굶었고 점심 편의점 식사가 첫 끼다. 저녁 밥도 집 근처 편의점에서 해결할 예정이다.

대구 중구 CU편의, 점심 식사로 김밥과 라면을 먹는 학생(2021.9.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구 CU편의, 점심 식사로 김밥과 라면을 먹는 학생(2021.9.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점심 시간이 되자 GS편의점 도시락 매대가 비고 있다.(2021.9.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점심 시간이 되자 GS편의점 도시락 매대가 비고 있다.(2021.9.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요일은 할아버지와 함께 교회에 가서 밥을 먹는다. 평일은 대체로 두 끼 식사가 다다. 가끔 친구들에게 과자를 쏠 때도 있다. 식당이나 대형마트는 가지 않는다. 집 근처에 급식카드를 받아주는 식당이 없고, 있다고 해도 어딘지 잘 모른다. 대형마트(이마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데 집 근처에는 대형마트가 없다. 할아버지는 매일 일을 나가기 때문에 수영 학생은 스스로 밥을 챙겨 먹어야 한다.

다음 주 추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영 학생은 "추석에도 아마 여기(편의점)에서 밥을 사먹을 것 같다"며 "샌드위치도 있고, 라면, 김밥, 빵도 팔고, 과자도 있어서 괜찮다"고 말했다. 또 "도시락은 4,900원 정도해서 좀 비싸다"면서 "음료수나 과자를 사먹고 싶은데 좀 그렇다"고 했다. 한 끼 5천원 카드 한도에 대해서는 "적은지 많은지 잘 모르겠다"며 "그냥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답했다. 

대구 중구 CU편의점 김밥, 라면, 국 코너...3,000원~4,000원(2021.9.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구 CU편의점 김밥, 라면, 국 코너...3,000원~4,000원(2021.9.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가 아동 급식카드 한 끼 밥값 5천원으로 전국 꼴찌다. 정부 최저기준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는 전국 지자체 대상 실태조사(기준 2021년 7월) 결과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정부는 18세 미만 아동 중 보호자가 근로·질병·장애 등 이유로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가정 아동에게 급식카드를 주고 밥을 사먹게 돕고 있다. 전국 결식우려아동(기준 2020년)은 31만여명이다.

매년 급식카드 한 끼 책정 가격이 현실성 없다는 비판이 나오자, 권익위는 '아동급식제도 사각지대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지자체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내년 9월이 권고 이행 시한이다. 복지부는 '결식아동 급식업부 표준 안내서'를 마련해 아동급식 권장 최저단가를 한 끼(1식) 6천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이행 시한 1년을 앞두고 최저기준을 어긴 지자체가 수두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17개 시·도 결식아동 급식지원단가...대구·경북 5천원 최저 / 자료.권익위 2021년 9월 13일 발표
전국 17개 시·도 결식아동 급식지원단가...대구·경북 5천원 최저 / 자료.권익위 2021년 9월 13일 발표

전국 17개 시·도 광역시 중 한 끼 최저기준 6천원 미만인 곳 5곳이다. 대구는 최저기준보다 1천원 적은 5천원으로 전국 꼴찌다. 경북·세종·전남·제주 역시 5천원이다. 울산 5,500원, 광주·대전·전북 6천원, 경기 7천원, 부산 5,500원~8천원, 인천 5,500원~6천원, 강원·충북 5천원~6천원, 충남 5천원~8천원, 경남 6천원~7천원이다. 서울은 7천원~9천원으로 대구경북보다 최대 4천원, 2배 가까이 많다. 6천원 미만인 기초지자체는 전국 200여 곳 중 154곳으로 지난 3월 기준 전체의 68%다.

특히 대구의 경우 급식카드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이 적은 것도 문제다.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급식카드 가맹점은 2,300여곳으로 70%에 이르는 1,600여곳이 편의점, 일반 음식점(식당)은 670여곳(29%)에 그쳤다. 사실상 아이들이 편의점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경기도의 경우 급식카드 가맹점이 20만319곳, 서울시는 9만9,357곳으로 대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대구시는 결식아동 1만4천여명에 대한 급식예산을 2019년 139억5천만원→2020년 187억→2021년 156억원으로 31억원 축소했다.

결식아동 급식 지원카드인 아이누리카드 / 사진.국민권익위
결식아동 급식 지원카드인 아이누리카드 / 사진.국민권익위

권익위는 "아이들이 편의점이 아닌 음식점에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게 최저기준을 지키고 급식카드 가맹점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또 카드 디자인에 대해 '낙인효과'를 우려해 "일반 체크카드, 교통카드 같이 개선하라"면서 "착한음식점 표시를 개발해 홍보하고 사회기여 의식을 높여달라"고 권고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여러 여건을 고려해 내년쯤 단가 단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아동들에게 가맹점 휴무 여부를 안내하고, 부식을 사전에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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