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신과 의사의 인격살인에 대해 의사협회는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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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신경과전문의)

 
 서울대학교병원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뇌사상태에서 사경을 헤매다 숨진 농민 백남기씨와 악연이 깊다. 누가 봐도 외상에 의한 사망임에 분명한데도 담당 주치의는 국회에 나와서까지 지병에 따른 '병사'라고 강변했지만, 여론의 비난을 못이긴 서울대병원 측은 '병사'로 발급된 사망진단서를 '외인사'로 수정하여 발급하고, 담당 주치의를 보직해임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사건과 관련하여 서울대병원의 직원들 60여 명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백남기씨의 진료와는 관련 없는 의료인과 행정직원 등 60여 명이 백남기씨의 진료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병원 자체의 처벌이라고 해야 '경고'처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이 사건에서 우리가 하나 주목해야 될 사실은 개인의 신체와 건강상태와 관련된 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보호 의무에는 의료인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각인시켜 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의사가 자신이 직접 진료한 환자의 내밀한 정보나 간접적으로 얻게 된 정보를 동네방네 까발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래서 아득한 옛날, 히포크라테스가 활동하던 시절부터 의사는 "직무 수행과 관련된 일이든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든 관계없이, 내가 보거나 듣는 바로서 그 사실이 절대로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경우에, 나는 일체의 비밀을 결코 누설하지 않겠다"는 것을 절대 훼손할 수 없는 직업윤리로 간주해왔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물며 의사가 자신이 직접 진료한 환자도 아니고, 의료기관에서 간접적으로 얻은 정보도 없으면서, 특정인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인상을 근거로 그 특정인이 끔찍하고도 혐오스러운 난치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언론매체를 통해 공표를 했는데도 이 의사가 아무런 처벌이나 징계도 받지 않고 의사직을 계속 수행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정신과 전문의 강윤형씨는 지난 10월 20일, TV매일 <관풍루>에 출연하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자기 편이 아니면 아무렇게 대해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답변"하는 태도는 "뒤틀리고 비뚤어진 마음에서 나오는 비정상적인 말과 행동"이라고 설명하고, 그래서 이재명 후보는 "소시오패스나 안티소셜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런 '소시오패스'는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공존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나 배려보다는 분노, 뒤틀림, 원한, 한풀이, 복수 이런 게 있"어서 "사람들의 권리나 타인이 가진 것을 침해하고 이용"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는 상세한 설명과 함께 "치료가 잘 안 된다"는, 비관적인 예후까지 덧붙이고 있다
 
사진 출처.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진료도 안 했는데 진단? 원희룡 부인, 의사 윤리 위반 논란'(2021.10.23) 방송 캡처
사진 출처.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진료도 안 했는데 진단? 원희룡 부인, 의사 윤리 위반 논란'(2021.10.23) 방송 캡처
 
 이 말을 다시 정리하자면 강윤형씨는 정신의학 전문의라는 자격 하나를 내세워 한 정당의 대선후보를 인격파탄자 수준의 정신질환자로 단정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근거가 무엇인가? 이재명 후보가 강윤형씨에게 진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가? 아무 근거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주관적 인상을 근거로 대중매체를 통해 특정 정치인에게 무지막지한 인격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게다가 그는 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는데다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지킬 줄 모르는 의사의 폭언을 대서특필 동네방네 실어 나르는 언론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도대체 무엇일까?  일부 언론에서는 그가 서울의대를 졸업한 사실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그의 발언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밑돌을 깔아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백남기씨 사건에서 보듯이 서울의대를 졸업했다거나 서울대병원에 소속된 의사라고 해서 그 발언에 신뢰도가 보증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 대상도 아니고 수사를 받지도 않은 특정인을 지목하여 검사가 그 사람의 행동은 무기징역감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설하고, 기소도 되지 않아 재판 대상도 아닌 특정인을 향해 판사가 그 사람의 행동은 징역 30 년짜리라고 방송에 나와 떠들어대면 그 검사와 판사가 온전히 자기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강윤형씨는 그 답을 남편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직업윤리를 망각하고 공개적으로 특정인에 대해 인격살인을 저지른 정신과 의사 강윤형씨에게 의사협회는, 그리고 정신의학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한번 지켜보자.   
 
 
 
 
 
 
 
 
[기고]                                                            
김진국 / 신경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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