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폭력 예방하자는데 고양이 사진 운운하는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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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N번방 방지법을 '검열법'이라는 정치인

12월10일부터 시행된 N번방 방지법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사전검열' 이라며 적극적으로 재개정에 나서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N번방 방지법은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며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겠냐"는 글을 올려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이 법을 “국민 감시법”이라며 “제가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된다면 즉시 검열제도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이런 보도를 접하며 N번방 사건 직후의 충격과 절망, 지금도 계속되는 디지털 성폭력의 현실과 싸우는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생각났다. ‘국산야동’이라 불리우는 불법촬영물을 제작하고 공유하고 있는 수많은 범죄자들과 이들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는 피해자들을 보지 못하는 그들은 정치를 할 자격이 있는가.

N번방 성착취, 디지털 성폭력의 현실

N번방 성착취는 사람이란 존재에 대해 회의가 들게 하는 엽기적인 범죄이다.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물색한 피해자의 신상을 알아낸 후 개인정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여 성착취물을 촬영하게 하고 텔레그램 유료채팅방에 업로드하게 한 범죄 행위이다. '갓갓' 문형욱이 만든 1번~8번까지의 방은 유료시스템을 도입하고 피해자들에게 받아낸 자료 1675개 공유하였으며 4차례에 걸쳐 10,000건이 넘는 불법촬영물을 게시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게 신체에 ‘노예’라고 새기도록 하고 엽기적이고 가학적인 행위를 하게 하거나 실제 성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촬영하여 공유하는 등의 행위들을 저질렀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누구이고 피해자는 누구인가? 2020년 7월 기준 검거된 664명의 N번방 가해자 중 10대 33%, 20대 41%, 30대 18%, 40대 이상 8%로 주로 10대와 20대가 가해자였다. 피해자 482명 중 10대 62%, 20대 26%, 30대 8%, 40대 이상 4%로 피해자는 주로 10대와 20대 여성이었다.

N번방 성착취 외에도 불법촬영범죄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불법촬영과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으며 남성 피해자도 18%에 달했다. 2020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한 피해자는 총 4973명으로 전년(2087명) 대비 138.28% 증가했다. 여성이 81.4%(4047명), 남성은 18.6%(926명)로 전년(12.2%) 대비 남성 피해자 비율이 증가했다. 2020년 기준 불법촬영 범죄를 검거한 건수는 모두 4천744건이었다. 검거된 인원은 5천151명으로, 남성(94.1%)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늘어만 가는 범죄행위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지난해 16만 건에 달하는 게시물을 삭제 조치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삭제한 게시물이 6만5894건(41.5%)로 가장 많았고, 성인사이트 3만8332건(24.1%), 검색엔진 2만5383건(16.0%), 커뮤니티나 아카이브 등 기타가 2만3954건(15.1%)이었다(아시아경제 2021년 3월16일자 기사). 삭제된 게시물은 15만8760건으로 전년(9만5083건)보다 67% 증가했다.

이렇게 심각한 디지털성폭력은 기존의 오프라인 성폭력범죄와 차이가 있다. 피해자는 1명인데 가해자는 수없이 많으며 시공간을 초월하는 온라인상의 범죄이다. 피해의 인지시점과 발생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이다. 또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아는 순간에도 치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인이 떠돌아다니는 영상을 확인하고 알려주는 순간 인지되는데 이는 지인도 자신의 피해촬영물을 보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특징은 개인적으로 예방하거나 취할 수 있는 방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기술발전으로 피해촬영물을 촬영하지 않아도 ‘딥페이크’ 등으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일단 온라인상에 영상이 업로드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지속된다. 따라서 예방이 최고의 대책이다. 피해자가 사망하여도 피해촬영물은 사라지지 않는 이 천인공노할 범죄는 지금까지의 성폭력 사건의 대응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N번방 방지법의 내용과 효과

N번방 성착취 사건으로 디지털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법과 제도가 마련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와 제30조가 개정되었다. 이 법안은 지난해 5월20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재석 178인 중 170인 찬성,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재석 177인 중 174인 찬성으로 통과된 것이다. 반대표를 던진 소수 의원 가운데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소속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년 7개월이 지나 이제 법이 시행되는 첫날 국민의힘 당대표와 대선후보, 또다른 야당 대선후보는 이 법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사진 출처. KBS [뉴스해설] 디지털 성범죄 '반드시 처벌' 인식 확산 중요(2021.12.15)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 [뉴스해설] 디지털 성범죄 '반드시 처벌' 인식 확산 중요(2021.12.15) 방송 캡처

‘N번방 방지법’은 디지털 플랫폼(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의무화한 것이다. 매출액 10억 원 이상, 하루 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이거나 2년 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불법촬영물 등 시정 요구를 받은 부가통신사업자가 대상이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과 SNS, 커뮤니티, 인터넷 개인방송 등 87개 사가 해당된다.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부가통신사업자가 하도록 한 것으로 불법 촬영물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유통 방지, 기술적·관리적 조처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개인 간의 대화방에 적용되지 않으며 모든 동영상을 검열하는 것도 아니다. 방송통신심위원회에서 이미 불법촬영물이라고 확인된 영상의 ‘코드’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공개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영상물의 ‘코드’와 비교해 걸러내는 것이며 과거부터 웹하드에서 하던 ‘스크리닝’을 확대 적용한 것이다. ‘고양이 움짤’도 업로드 안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영상을 공유하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게시된 후 몇 초 만에 채팅방에 공유된다.

N번방 방지법은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불법촬영물들은 공유된 링크와 제시된 검색어를 통해 접속, 다운, 공유 받을 수 있다. 이런 ‘안내’를 공개된 사이트와 대화방에서 공유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안내가 널리 퍼지면 퍼질수록 피해촬영물의 유포범위는 넓어질 수밖에 없고 피해자의 피해도 더 심각해진다. 범죄임이 확인된 불법촬영물이 업로드 될 수 없도록 하는 ‘예방’조치인 것이다.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데 N번방을 예방하기 위한 다른 법과 조치들과 함께 이 법의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의 방법으로 디지털성폭력을 예방할 수는 없다.

최근 텔레그램성착취공동행동 활동가들이 닷페이스 영상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텔레그램상의 각종 다양한 방들을 돌아보다가 56개의 방에 들어가 있는 범죄공모자들의 숫자를 단순 계산하니 26만 명이었다. 이는 달성군의 2021년 9월 인구수와 맞먹는 숫자이다. 그리고 방의 이름은 다양하나 모두 피해촬영물이나 사진이 공유되고 있었다. ‘지인제보’, ‘합성물’, ‘지인능욕’ 이라는 이름으로.

대선에 나서는 사람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할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불법촬영물 피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왜 범죄를 예방하자는데 ‘헌법18조’ 통신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를 들먹이는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불법촬영물 피해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해서 그들이 할 일은 얄팍한 표계산 대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남은주 칼럼 28]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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