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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기사승인 2021.12.22  13: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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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미나 /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윌바 칼손 글 | 사라 룬드베리 그림 | 이유진 역 | 위고 펴냄 | 2021)


하늘을 보고 미소짓는 여자아이가 서 있다. 다음 장에서 올리비아는 빨간 헬멧을 쓰고 엄마 등 뒤에 앉아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가는 중이다. 그림책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에는 여러 아이가 등장한다. 올리비아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젖소 목장을 발견한다. 농장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 아이들 중 하나라면 어떤 느낌일까.’라고 궁금해한다. 그리고 이어서 목장에서 소 등위에 엎드려 있는 아이 무세가 등장한다. 무세는 길 맞은편에 있는 트랙터 운전자를 궁금해한다. 아이들의 궁금증으로 다른 아이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트렉터를 운전하는 아이, 할머니 죽음을 맞이하며 무덤에 서 있는 아이, 기차를 타고 가며 자신을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 소개하는 아이, 온통 재미없는 것들뿐이어서 화가 난 아이, 전쟁의 현장에 있던 고양이를 떠올리는 아이, 몸이 아픈 아이 등 10명의 아이가 모두 주인공이다.

이 주인공들은 지금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한다. 그리고 건너편에 보이는(혹은 들리는) 누군가를 궁금해한다. 공통의 특별한 사건은 없다. 어찌 보면 여러 짧은 이야기의 모음이고 특별히 웃기거나, 슬프거나, 긴장감 있는 게 아니다. 서로 스쳐 지나가는 이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구성에서부터 드러내고자 하는 점이 분명하다.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걸 놓치고 있지 않은지 독자에게 계속 질문한다.
 
 
 
▲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윌바 칼손 글 | 사라 룬드베리 그림 | 이유진 역 | 위고 펴냄 | 2021)

# 내 옆에 있었는데 미처 알아보지 못한 사람
 
얼마 전 방구석 토크라는 걸 했다. 방구석 차림으로 만나 각자가 가져온 이야기 주제(혹은 질문)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었다. 십여 명의 사람이 모여 서로에게 질문하고, 말하고, 들었다. 그 중 “꿈이 뭐예요?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함께 모임을 진행하는 친구는 말했다. 글을 쓰다가 안 써도 괜찮은 삶을 사는 것. (이 친구는 글을 진지하게 좋아한다.) 나는 말했다. 꿈에 얽매이지 않는 것.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나(정확하게는 나의 평안, 만족)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 친구와 나는 같은 동네에 살고, 이 동네를 좋아하며, 무언가 색다른 놀이를 하고 싶어서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다양한 일을 함께 해왔지만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 친구였을까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알았다.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겠다는 것을. 내가 모르고 있던 친구의 생각과 가치관이 궁금해졌다. 우리는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를까.

# 궁금해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정작 소홀했던 사람
 
우리 가족은 나 포함 남매가 성인이 되고 나서 각자의 직업으로 인해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빠는 평일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비교적 근처에 내가 살고 있다. 한 달 전 아빠가 가끔 팔이 들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엄마가 전했고, 나는 왜 그걸 이제야 말하냐고 당장 병원에 가라고 했다. 그는 이미 증상이 있었으나 당장 병원에 가지 않았고, 그걸 느지막이 엄마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걸 엄마가 나에게 전했다. 뒤늦게 정형외과에 간 아빠는 목디스크가 의심되니 다른 과 진료를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자세가 바른 아빠가 (완치가 어렵다는) 목디스크일 리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곳이 아픈 거 같다고 이유를 알아내서 얼른 치료하면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목디스크로 단정하고 아무 조치(약을 먹거나 치료 받기)를 하지 않는 아빠가 답답해 다시 병원에 가길 독촉했고, 아빠는 진짜 목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는 끝. 나는 또 내 일과 고민에 빠져 지냈다. 저녁에 아빠에게 전화를 거는 거로 내 도리를 하고 있다 위안했다.

“뭐 하는데?”
“목 찜질.”
“찜질? 또 목 아프나?”
“그냥, 하면 좋다 해서.”

아차. 검색 조금만 하면 목디스크에 좋은 음식이나 생활습관들을 아빠보다 훨씬 잘 찾을 수 있을 텐데. 전화를 끊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나를 쿡쿡 찔렀다. 그리고 간만에 엄마와 쇼핑을 나갔다가 아빠의 롱파카를 사 왔다.
 
“미안한데 나는 긴 거 안 입는다. 환불해라.”
 
짜증이 났다. 기어이 자신의 돈으로 옷이나 음식을 사는 엄마나, 기껏 내가 산 옷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환불하라는 아빠나 다 서운했고 답답했다. 나는 혼자 성을 냈다. 다음날 내가 사는 집에 왔다가 (집이 더럽다며) 청소하는 아빠에게 나도 내 맘대로 살 테니 놔두고 가라고 또 짜증을 냈다. 며칠 전에는 소홀했다며 자책하더니 결국 내 마음대로 아빠가 행동하지 않는다고 화내는 꼴이었다. 가족이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사는 타인이라는 걸 난 자주 잊는다. 내 맘대로 아빠가 병원에 가고, 치료를 받고, 선물을 기꺼이 받고, 아프지 말았으면 한다. 그에게 관심 가지고 있다는 착각을 하며 정작 그에게 소홀해지고 있었다.

# 필요로 하는 관심이 슬펐던 사람

동화에 알렉스라는 아이가 나온다. 아이는 뼛속까지 아파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말한다. 건물 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궁금해한다. 내 주변에 몸이 아픈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양손이 절단되었다며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돈을 기부해달라던 사람을 만났다. 나는 앉아 있었고, 그는 공간 가운데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돈을 주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그의 말이 100% 진실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정말일지도 몰라 차마 그의 얼굴도 손도 보지 못했다. 몇몇 사람들은 양손이 없다는 말에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이런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그는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그의 마지막 말이 귀에 맴돌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내가 한 행동이 최선이었을까 생각했다. 돈을 주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가 그런 말을 하지 않는 삶을 살면 좋을 텐데 그러기 위해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동정하고 싶지 않고 그가 당당한 삶을 살기를 응원하지만 정작 나는 그에게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는 내 생각들을 알아채지 못했다.
 
# 궁금증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인물은 다시 올리비아다. 아이는 잔디밭에 서서 개구리에게 인사를 한다. 이 세상에 네가 있어 좋다면서. 그리고 이 말과 함께 책은 끝난다.

“나는 세상에 내가 있어서 좋아. 내가 세상에 없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그저 책에 나오는 아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나에 대해서 읽는 사람은 어떤 느낌이 들까? 나는 알고 싶어.”

질문에 대해 나의 대답을 하자면 올리비아를 포함한 10명의 아이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과 사는 지역이 다를 뿐 책의 아이들 이야기는 모두 현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공간에 머물렀거나, 같은 원산지의 음식을 먹거나, 같은 사람을 알고 지내거나.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그 한명 한명은 모두 주인공이겠다.

며칠 전 고민이 담긴 편지를 받아 답장하는 활동을 했다. 다양한 공간을 통해 전해 받은 편지는 40통이 넘었고, 십여 명의 사람들이 늦은 밤까지 답장을 썼다. 같은 지역에 사는, 어쩌면 한 번쯤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답장을 쓰면서 나는 그들이 궁금했다. 편지를 받는 순간, 그들은 어떤 하루를 보냈고, 어떤 생각을 할까?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이것이 책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을 소개하고 싶은 이유다. 나는 이 책을 곱씹으면서 타인의 삶에 진짜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 마음이 공유되기를 바랐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의 옆에는 누가 있는가. 당신은 진심으로 관심 가지는 생을 보내고 있는가.

 
 
 
 






[책 속의 길] 186
최미나 / 작가. 베이직커뮤니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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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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