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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멀고 제도는 느리고...공장에서 플랫폼 노동까지

기사승인 2022.01.26  14: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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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아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전혜원 지음 | 서해문집 펴냄 | 2021년)


민주노총에서 일한다. 소위 노동운동을 업으로 하고 있다. 물론 운동이라는 영역에 있지만 나도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임금을 받는 직장인이며, 활동가이다. 이렇듯 나의 사회적 위치는 다양한 포지션에 속한다. 집에서는 진원이 엄마로 육아를 고민하고, 직장에서는 일반적인 직장인들과 다를바 없는 삶도 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고 싶고, 노동운동을 사회의 중심적인 의제로 만들고 싶은 활동가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이란 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느낀다. 하나의 입장으로 나를 표현할 수가 없다.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 내가 있고, 여러 가지 사회적 위치에 내가 존재 하기에 단순하게 무 짜르듯이 정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나또한 너무나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 노동운동이 혹은 노동조합이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고민스럽다. 수많은 정보와 수많은 사건 속에서 그 맥락을 짚고 중심을 잡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세상은 복잡해졌다. 노동시장도 복잡해 졌다. 단순히 ‘투쟁’만 외쳐야하는 시대가 지나고 있다는 사실에 동감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하고 싶다.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은 이런 고민에 여러 가지 고민지점과 여러 가지 생각할 지점들을 던져준 책이었다.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전혜원 지음 | 서해문집 펴냄 | 2021년)

노동이란 단어 또한 그러한거 같다. 다양한 스펙트럼과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그래서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글이 맘에 들었다. “밑도 끝도 없이 노조를 혐오하는 보수언론과 노동을 선량한 피해자로만 그리는 진보 언론 사이에서 갈증을 느꼈다.” 그런 질문을 모아 낸 책이라는 말에 읽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작가가 88년생이라 더욱더 그러했다. 소위 말해 전투적인 노동조합 세대도 아니고 ‘민주노조’, ‘투쟁’, ‘탄압’이란 말과는 거리가 먼 세대이기에 이런 세대가 말하는 노동은 어떤건지 궁금하였고, 또한 기자이기에 당연히 좀더 깊이있는 분석이 있을 것 같은 기대도 있었다. 저자의 답에 의견이 갈리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당장 던져져야 할 질문임에는 틀림없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통신기술의 발달, 그리고 그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노동시장은 그전과 다른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산업화가 고도화 되고 양질의 일자리들은 줄어들다보니 취업전선의 이상신호를 넘어 노동시장 자체가 불평등과 양극화와 맞닿아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주는 사장인가? 노동자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플랫폼 일자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로켓배송의 빛과 어둠, 공정은 어떻게 차별이 되는지, 일터의 안전 문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딜레마인 정년과 호봉제, 그리고 주휴수당을 다루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노동문제점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거시적으로는 우리나라 노동 생태계를 살펴 볼수 있는 책이다. 또한 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다. 현재 노동문제를 한눈에 살펴보기 좋은 책이다.

또한 앞으로의 노동시장을 그려 볼수도 있을 것이다. 고용의 내부 변화가 넓고, 빠르고, 깊게 변화하고 있다. 공장시대를 넘어 플랫폼 경제,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 대한 변화 속에 독립적인 해석과 운동의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공장시대의 노동은 일터와 일자리를 중심으로 수행되었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였고 노동자는 매일 그 일자리로 출근하여 정해진 시간만큼 노동을 제공하였고 사용자는 노동자를 통제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시장은 더더욱 조각난 일터와 불평등한 노동으로 심화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알고리즘등으로 노동이 통제되고 관리된다.  

전통적인 기업 의존의 노동체제에서는 '일자리 지키기', '고용안정', '임금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연공급', '정리해고 철폐', '해고자복직', '노조할 권리', '노동권', '환경착취', '생태계파괴'와 맞닿아 있다. 지금부터 앞으로 고민해야 하는 탈기업 노동 체제에서는 '일자리 나누기', '소득안정', '노동시간단축', '동일노동 동일임금', '직무급', '공공부문 확장', '생활활 권리', '여가권',  '공유소비', '제로 배출', '기후위기대응'이다.
 
 
 
▲ "위험의 외주화 금지"...김용균 3주기,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기자회견(2021.12.6.대구노동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동과 맞닿아 있는 관계가 변하고 있고 의제가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공장에서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불평등은 더욱더 확대되고 있다.

노동의 소득이 감소하고 또한 노동자간의 소득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노조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사회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할 노조의 능력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가 적다라는 것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새로운 고용정책, 임금정책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좁은 의미의 이해관계자 조직에 불과할수도 있다. 또한 시민사회-노동조합, 노동조합-진보정당, 사민사회-노동조합-진보정당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새로운 연대와 공동의 경험을 만드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 노조의 승리가 바로 모든 노동자의 승리가 될수 있을 때 가능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머리를 20세기 머리에서 21세기로 옮겨와야 한다. 어려움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생각을 하는것도 어렵다. 한국사회의 노동현실과 노동법은 여전히 저 멀리 있다. 그래서 투쟁하는 우리도 그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플랫폼 노동의 대표주자 쿠팡의 성장이면에는 폭력적인 노동착취와 통제가 존재한다. 혁신기업 쿠팡의 2020년 물류센터 설비투자비용 5,000억원, 난방이 되지 않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에게 하나씩 지급한 핫팩의 소매단가 420원이다. 최근 2년사이 쿠팡에서 10명 남짓 되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자 핫팩 지급을 2개로 늘리고 휴게실에 난로가 들어온다. 이런 생명의 가치도 인간성의 가치도 사라진 곳에서 우리는 정말 상상력을 발휘하고 새로움을 얘기할수 있을까? 그저 세상을 갈아 업자고 외치는 것이 더 인간적인 외침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노동’이라고 하면 흔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단어로 오해되기 쉽고 그렇기에 일상서 이런 제목의 책을 꺼내어 보기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겠다만, 사실 우리는 늘 ‘노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회사에서 집에서 어디서든. 그래서 쉽게 노동을 이해하고 지금 노동운동 혹은 노동이란 단어가 사회에 어떻게 회자되고 어떤 쟁점들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 속의 길] 193
이정아 /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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