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우체국 집배원 '과로사' 의혹, 택배파업 확산..."명절 대책"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1.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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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서·인천 '뇌심혈관계질환' 2명 숨져→물량 21% 증가 "증원" / 우정본부 "업무관련성 낮아"
CJ대한통운 파업 한달, 한진·롯데·우체국·로젠 확대, 노조 "과로사 방지·요금 인상 사회적 합의 이행"


대구지역 한 우체국에서 지난 주 집배원이 숨지면서 '과로사' 의혹이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위원장 최승묵)에 26일 확인한 결과, 지난 1월 21일 대구성서우체국에서 일하던 집배원 노동자 40대 A씨가 숨졌다. 앞서 1월 18일에도 서인천우체국에서 일하던 30년차 집배원 노동자 50대 B씨가 숨을 거뒀다. 노조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의 사망원인은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알려졌다. 또 고인들은 우체국으로 출근하기 전 본인들 집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설을 앞두고 한 우체국 집배원 이륜차에 택배 물량이 과적된 모습 / 사진.전국민주우체국본부
설을 앞두고 한 우체국 집배원 이륜차에 택배 물량이 과적된 모습 / 사진.전국민주우체국본부

우체국노조는 "사인을 봤을 때 두 사람 다 전형적인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최근 코로나19와 설 명절로 인해 지난해 같은 시기 명절보다 택배 물량이 21%나 증가했다"며 "이는 역대 최대 택배 물량 기록으로 두 집배원 모두 과로와 격무에 계속 시달려 왔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도 우정사업본부는 배송 계획과 관련해 '배송 완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집배원들 '죽음의 배송'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물량 조절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일몰(해 지기) 전 귀국(우체국으로 돌아가다)하라'는 명령만 내려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연달아 발생한 집배원의 사망 사고가 더 이어지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대구 우체국 택배 노동자가 배달을 하고 차로 가고 있다(2020.8.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우체국 택배 노동자가 배달을 하고 차로 가고 있다(2020.8.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은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와 부실 운영을 하는 우정사업본부에 대해 정부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라"며 ▲배달인력 증원 ▲계약 택배 접수 중지 지역 확대 ▲우정사업본부 특별소통기(1월 17일~2월 4일) 계획 재정비 ▲택배 업계 철저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속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본부장 손승현)는 설명자료를 내고 "출근 전 자택에서 수면 중 숨졌다"며 "근무시간도 주 평균 41~43시간으로 (사인과) 업무 관련성은 낮다"고 반박했다. 또 "명절을 앞두고 물량이 늘어나 집배원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우편물 접수제한 기간을 두고 보조·단기인력을 채용 중"이라고 했다.

'과로사'를 둘러싼 택배노동자들의 파업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택배 과로사 대책으로 나온 노·사·정 사회적 합의와 관련해 택배사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며 업계 1위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한달째 파업 중이다. 대구경북 3백여명 노동자들도 파업을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파업 한달 "사회적합의 이행" 촉구 기자회견(2022.1.25.대구시청 앞) / 사진.민주노총대구본부
CJ대한통운 파업 한달 "사회적합의 이행" 촉구 기자회견(2022.1.25.대구시청 앞) / 사진.민주노총대구본부

노사 간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자 CJ대한통운 뿐아니라 롯데·로젠·한진·우체국 등 택배 업계 빅5 소속 택배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소속 파업 참가는 1,600여명이다. 나머지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CJ대한통운 서울(강남, 강서, 노원, 서초, 송파 등), 경인(고양, 과천, 광주, 군포, 의정부, 성남, 수원, 용인, 화성, 인천 등), 충청도, 대전(대덕구), 강원도, 전라도, 대구, 경상도, 제주도(전지역)에서 파업 중이다. ▲우체국택배와 롯데택배, 로젠택배, 한진택배도 지역 파업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택배를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설 명절을 앞두고 추가 인력 1,700여명 투입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 방지를 위해 국민들이 허락한 택배요금 인상을 악용해 5천억원 요금인상분 중 3천억원을 사측 이윤으로 빼돌리려 하는 CJ대한통운을 규탄한다"며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제정된 표준계약서에 '당일배송', '주6일제', '터미널 도착상품 무조건 배송' 등 독소조항을 포함시킨 부속합의서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사회적 합의 이행을 거부하고 설 택배 대란을 만든 CJ는 과로사를 낳는 돈벌이를 멈추라"면서 "정부와 여당은 적극적 중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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