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주변 무·배추 '독성물질' 논란...환경연 "4대강 녹조 탓"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2.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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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중하류·금강 하류에서 재배한 무·배추·쌀 농작물 채집 조사 분석
프랑스 기준 11배·미국 기준 2~6배 '발암·생식독성'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인체축적·흡수 먹거리 위협, 수문개방·대책" / 환경부 "정수 처리시 불검출" 


낙동강 주변 무·배추, 금강 인근 쌀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4대강사업 보 건설 후 10년간 강에서 발생한 녹조 속의 독성 물질이 농작물로 옮겨갔다는 주장이다. 
 
낙동강 중류 밭에서 재배한 무에서 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사진.환경연
낙동강 중류 밭에서 재배한 무에서 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사진.환경연

환경운동연합·대구환경운동연합,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비례대표)·이수진(비례대표) 국회의원, 언론사 '오마이뉴스'·'뉴스타파', '(사)세상과함께'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환경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조 번성 시기가 지난 작년 11월 낙동강 중류 인근 밭에서 수확한 무 5kg, 낙동강 하류 밭에서 채집한 배추 15kg, 금강 하류 부근 정미소에서 수집한 쌀(현미) 10kg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농작물을 분석한 결과, 무에서 kg당 1.8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배추에서 1.1㎍, 쌀에서는 1.3㎍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 이외의 농작물 대조 분석은 하지 않았다. 또 농민들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산물 시료를 수거한 곳의 구체적 지명은 비공개했다.  
 
낙동강 중류 무밭에서 키운 무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 사진.환경연
낙동강 중류 무밭에서 키운 무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 사진.환경연

이들 단체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2019년 국민 영양통계 자료 기준)의 국내 성인 곡류·채소류 일평균 섭취량을 활용해 무, 배추, 쌀 섭취에 따른 마이크로시스틴 하루 섭취량을 추산했다. 그 결과, 체중 60kg 성인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을 하루 0.685㎍/kg, 쌀 0.39㎍+무와 배추 0.295㎍씩 섭취했다.  

외국의 가이드라인과 비교해보면 기준치를 웃도는 양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난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의 생식 독성 관련 권고 기준(0.06㎍/kg/하루)과 비교할 경우, 최대 11.4배나 섬취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환경보호국의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의 간 경변 위험 권고 기준(하루 섭취량 체중 1kg당 0.384㎍ 이하)과 비교해 보면, 기준치의 1.8배에 해당한다. OEHHA가 밝힌 생식 독성 관련 권고 기준(0.108㎍/kg/하루)과 비교해도 6.3배에 이르는 수치다.
 
"농작물에서 독성물질 검출...4대강 수문개방, 대책 마련하라" 기자회견(2022.2.8)사진.환경연
"농작물에서 독성물질 검출...4대강 수문개방, 대책 마련하라" 기자회견(2022.2.8)사진.환경연
  
'마이크로시스틴'은 인체 간 비대 증상과 만성 염증 같은 간 독성을 나타낸다. 또 정자의 운동성·숫자 감소, 고환 위축 등의 생식 독성을 불러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졌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쥐를 통해 종양전의 병변 촉진을 보여준 연구에서 "마이크로시스틴-LR은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라고 분류한 바 있다. 또 해당 분야 전문가들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 농산물의 경우 가열해서 조리해도 그 독성은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인체에 축적돼 흡수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4대강사업 후 10년간 보 인근에서 매년 발생한 '녹조라떼' 속 남세균이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을 키웠다"며 "그 강물로 농작물을 키운 탓에 독성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인 기본 식생활인 쌀과 배추,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은 국민들의 밥상 먹거리가 위협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강물은 흘러야 한다. 4대강 수문을 개방하고 국민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대선후보들도 남세균 독성 문제 해결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라"며 "4대강 자연성 회복은 국민 건강과 즉결된 것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낙동강과 금강 인근에서 재배한 쌀, 무, 배추 농작물(2022.2.8) / 사진.환경연
낙동강과 금강 인근에서 재배한 쌀, 무, 배추 농작물(2022.2.8) / 사진.환경연

낙동강에서 남세균 독소 중 하나인 '실린드로스퍼몹신(Cylindrospermopsins.신장 간 등 인체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들은 작년 8월 강정고령보·달성보 등 낙동강 16곳, 금강 5곳 등 21곳에서 강물을 채수해 분석한 결과 모든 곳에서 실린드로스퍼몹신이 검출됐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8곳은 미국 환경보호국(EPA) 물놀이 금지 기준 15ppb를 초과했다. 낙동강 강정보 상류 우안 26.58ppb, 금강 용두양수장 인근 48.74ppb, 경북 고령군 지하 관정에서 채수한 지하수에서 2.64ppb가 검출됐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성인 3ppb, 유아 0.7ppb 이상의 식수를 열흘 이상 마시지 말라고 권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은 0.7ppb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정수 과정을 거칠 경우 최소 검출 기준(0.1ppb)을 충족하지 않아 불검출 결과가 나온다"고 반박했다. 또 "정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만한 수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확한 실험 방법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독성물질 유해성에 대해 자세한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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