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쪽방주민이 대통령 후보에게..."햇볕드는 복지세상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2.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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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대구선대위, 쪽방촌·대리운전 등 '사각지대' 유세
"지워진 이들 대변...심상정 후보, 주거안정·복지확대 공약"
화장실·냉난방 없는 1~3평 쪽방 7백여명·비닐하우스 2만명
"일자리·주거 불안...대선후보들, 이곳 목소리도 들었으면"


화장실 없는 3평 남짓한 좁은 방. 대구 중구 북성로 한 여관 쪽방촌이다. 

23일 오후 2시 쪽방촌 입구에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공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찾아간 사람이 많지 않은지 먼지가 가득하다. 안으로 들어서자 한낮인데도 햇볕이 들지 않아 어둡고 한기가 감돈다. 
 
심상정 정의당 대구선대위가 대구 쪽방촌 유세 중이다.(2022.2.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구선대위가 대구 쪽방촌 유세 중이다.(2022.2.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꼬불꼬불 1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들 사이에 102호 할매방, 106호 총각방, 105호 아저씨방이 있다. 금이 간 시멘트 벽, 낡은 목재 문, 자물쇠로 잠긴 방들. 복도에 쪽방주민들 신발이 나란히 놓였다. 방안에서 요리를 해먹기 위한 가스버너와 부탄가스도 보인다. 마당에는 연탄이 쌓였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대구선거대책위원회는 선거 유세를 하기 위해 이날 쪽방을 찾았다. 정의당 대구선대위는 '지원진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곳곳의 사각지대에서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102호 할매방' 쪽방을 지나쳐 가는 정의당 대구선대위(2022.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2호 할매방' 쪽방을 지나쳐 가는 정의당 대구선대위(2022.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회적 소수자·약자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이들이 바라는 정책을 대선공약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기존 각 정당 대선캠프들은 상가·아파트·광장 인구 밀집지역을 돌며 유세를 펼치는 반면, 정의당은 기존 방식과 달리 대선에서 잘 반영되지 않는 유권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과 임아현·백소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기호 3번 심상정'이라고 적힌 노란색 점퍼를 입고 쪽방촌을 찾아 쪽방주민들 목소리를 듣고 지지를 호소했다. 

팔을 다쳐 깁스를 한 60대 문모씨는 "누구를 뽑을지 못 정했지만 투표하러 갈 것"이라며 "다른 건 없고 집에 좀 햇볕이 드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세상을 바란다"고 대통령 후보들에게 소망했다. 창문이 없어 빛이 안드는 쪽방에 사는 40대 A씨는 "찾아와 고맙다"면서 "복지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 쪽방주민 60대 문모씨와 한민정 선대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2022.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복지 확대를" 쪽방주민이 한민정 위원장에게 공약을 촉구했다.(2022.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선대위는 이날 쪽방주민·노숙인을 지원하는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 대구쪽방상담소(소장 장민철)', '대구주거복지센터(센터장 최병우)' 관계자들과 만나 면담도 진행했다. 

장민철 소장은 "이런 곳을 찾는 후보가 거의 없고, 있다 해도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거나 더디다"고 했다. 특히 2012년 12월 25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 창신동 쪽방촌을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당선되자마자 쪽방을 찾았지만 정책 반영은 없었다"며 "이번에는 정책화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찾아주고 주거불안을 해결해 원룸·임대아파트로 주거상향을 하는데 힘 써달라'면서 "대구는 폭염·한파가 고민인데 임시대피 공간이 필요하다.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 (왼쪽부터)임아현, 한민정, 백소현 위원장이 쪽방 관련 면담 중이다.(2022.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왼쪽부터) 정현우 행복나눔의집 팀장, 최병우 센터장, 장민철 소장(2022.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병우 센터장은 "최근 대구지역에서 재개발로 인해 쪽방촌이 많이 사라졌다"면서 "쫓겨난 사람들은 더 비싼 값을 주고 더 열악한 주거생활을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후보들이 신경 써달라"고 했다.

대구 쪽방주민은 670여명으로 추산된다. 쪽방에 등록되지 않은 모텔·여인숙 달셋방을 합하면 숫자는 더 많다. 쪽방보다 열악한 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인원은 대구경북에만 2만여명이다. 화장실, 욕실, 냉·난방시설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월세는 1평~3평에 평균 20만원이다. 최근에는 재개발·재건축사업으로 인해 동대구역 등 지역 곳곳에서 쪽방촌이 철거돼 쪽방주민들이 쪽방에서마저 밀려나고 있다.   
 
쪽방주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한 위원장(2022.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인사 중이다
쪽방주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한 위원장(2022.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인사 중이다

한민정 대구선대위 상임위원장은 "정의당이 정책화, 공약화를 하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이 반드시 따라간다"며 "심상정 후보는 이미 주거안정과 복지확대를 공약화했다. 오늘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들도 후보에게 잘 전달해 더 세심하고 정확한 공약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선대위는 쪽방촌에 이어 대리운전기사, 코로나 간호사, 청소노동자도 만나 유세를 이어간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오는 26일 토요일 오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2.18 대구지하철참사 기억공간을 찾아 추모하고, 대구YMCA에서 궤도협의회(철도, 지하철)와 안전 정책협약식을 가진 뒤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대규모 선거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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