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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와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

기사승인 2022.03.16  11: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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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상희(생명평화아시아 이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3월 초순까지 민간인 사망자만 2천명에 이른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쟁이 시작된 2014년부터 발생한 피난민은 이번 전쟁으로 수백만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필리포 그란디 UN 난민최고대표(UNHCR) 대표의 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외로 대피한 난민이 3월 11일까지 250만 명에 이르렀고, 국내 피난민은 약 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UN 인권사무소는 2월 24일 개전 이래 3월 11일까지 보고된 민간인 사망자 수가 564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달리 우크라이나 정부는 3월 3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가 2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군이 주거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한 참혹한 장면들이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러시아군이 민간인 주거지역 공습금지, 군사목표물에 한정한 폭격이라는 국제인도법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보인다. 전쟁의 혼란 속에 사망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가 수천명에 이른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가 충분히 사실일 수 있다.
 
 
 
▲ 사진 출처. KBS뉴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학교 2백곳·병원 35곳 파괴, 150만 명 피란길"…난민 지원 호소>(2022.3.14) 방송 캡처

전쟁과 유엔헌장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침략자로서 이 사태의 최고 책임자라고 비난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연합 헌장에 규정된 위법한 전쟁이다. 국제연합 헌장은 자위권 행사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하여 침략에 대응하여 군사행동을 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무력공격을 위법한 것으로 금지하고 있다.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은 국제법이 금지하는 행위이며 그 결정을 하고 집행을 한 자는 전쟁범죄자로 처벌받아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과 영토점령은 불법이며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국제연합 헌장 7장 규정에 의하면 어느 나라에 대한 무력공격 등 평화의 파괴에 해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되어야 하고, 안보리는 평화의 파괴 사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군사행동을 비롯한 강제조치들을 결의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모두가 알고 있듯이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이라고 하는 5개 강대국 중 어느 하나라도 반대를 하면 강제조치를 의결할 수 없다. 그래서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전쟁이었던 한국전쟁 이후 거의 모든 전쟁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이 침략행위를 하거나 그들이 적극 개입하면서 벌어진 것이었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세르비아 폭격,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2년 이라크 전쟁 등이 그것들이다.
 
 
 
▲ 사진 출처. KBS뉴스 <러, 우크라이나 남서부까지 공격 확대…오늘 화상 협상>(2022.3.14) 방송 캡처

이러한 전쟁에 안전보장이사회로 대표되는 국제연합은 아무런 의미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강도로부터 평화와 안전을 지키라고 최고의 책임을 맡은 다섯 명 중의 하나가, 그것도 가장 힘센 자가 스스로 강도 행위를 하니 그 기구가 강도를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국제연합 개혁운동

 침략행위 제어를 위한 국제연합 안보리의 권능, 결국 국제연합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무력화된 것은 21세기가 열리면서 시작된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유엔을 완전히 배제시킨 시점이다. 우리는 침략자 러시아를 규탄하지만, 동시에 침략을 하고서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사례를 앞서서 만들어 온 아메리카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메리카 사람들은 침략자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하기 전에 자기 나라가 아프간과 이라크를 침략하고 수많은 사람을 죽인 일을 사죄해야 한다. 특히 평화를 바라는 아메리카 사람들이라면.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국제연합 개혁, 특히 안전보장이사회의 의결방법에 대한 변경이 긴요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하나가 평화의 파괴 행위자가 된 경우 혹은 분쟁에 직접 개입된 경우에는 의결에서 배제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국제형사재판소를 위한 연대

  또 하나, 미국과 러시아의 집권자들이 자신의 나라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면 수천, 수만명이 죽어가는 전쟁도 마다하지 않고 ‘국가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전쟁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없는 국제정치의 현실이 놓여있다.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 민중들의 뜻을 모아 만들어진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은 전쟁범죄자 등을 처벌하는 국제형사법의 법전이다. 그런데 로마규정은 전쟁범죄는 누구든지 처벌한다는 보편주의를 채택하지 못하고, 그 가해자가 조약의 당사국이거나 혹은 가해행위가 이루어진 지역이 조약 당사국의 영토이어야 한다는 제한된 틀을 만들었다. 미국이 로마규정의 제정 협상에 뒤늦게 뛰어들어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조약의 내용 중 보편주의 채택을 집요하게 방해하여 이루어낸 결과이다.

이렇게 로마규정에 큰 구멍을 낸 아메리카는 이후 그 조약 비준을 거부하여 조약 체결국 당사자가 되는 것을 피하는 배신행위를 하였다. 그래서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부시 대통령은 침략범죄의 범인으로 소추당하는 것을 피하였고,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포로를 학대한 미군들도 전쟁범죄자로 수사받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공식 문서로 된 국제형사법인 로마규정에서 보편적 관할권을 도입하는 것이 세계평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또렷이 알 수 있다.

  그러면 푸틴을 로마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는가. 러시아는 2016년 로마규정에서 탈퇴를 하여 조약체결국이 아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2015년에 “2014년 2월 20일부터 발생한 범죄에 한하여 관할권을 수용한다.”라는 조건부 비준을 하였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로마규정 체약국이 되었고, 러시아의 우라크라이나 침략은 침략범죄로서 국제형사재판소가 관할권을 가지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영국과 독일 등 ICC 당사국 39개국이 로마규정에 따라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ICC에 회부함으로써 예심재판부의 승인 없이도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 사진 출처. KBS뉴스 <우크라이나 전역 공습…화상 4차 협상 열려>(2022.3.14) 방송 캡처

 러시아를 패퇴시키고 항복까지 받아내면 푸틴을 체포하여 소추하고 기소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 실현가능성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푸틴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도 평화를 원하는 세계시민은 외쳐야 한다. “푸틴을 체포하라. 전쟁범죄자 푸틴을 국제형사 재판소 법정으로.” 그러나 21세기 세계 각 지역 전쟁의 원인을 제공하거나 직접 침략자가 된 아메리카 군국주의를 잊어버리면 아니된다. 이미 과거지사가 되어 아메리카가 로마규정 체약국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처벌가능성은 없지만 우리는 외쳐야 한다. “조지 부시를 체포하라. 전쟁범죄자 부시를 국제형사재판소로 보내자.”

  미국의 집요한 방해와 강대국들의 불참으로 관할권에 치명적 한계를 안게 된 국제형사재판소의 실질적 역할을 제고하여 명실상부한 국제인도법 실현을 위한 재판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국제형사재판소의 힘 강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세계 2500여개 평화운동 단체가 “국제형사재판소를 위한 연합(Coalition for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라는 이름으로 뜻을 모으고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그 목소리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전쟁의 원인 – 우크라이나 나토가입과 미국의 러시아 압박

한편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에는 끝없는 탐욕으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이웃나라를 압박해 온 미국과 그 추종 둥맹국들의 러시아 고립정책이 놓여있음을 확인한다. 냉전 시기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 조약기구라는 양대 무력동맹이 대치하면서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소련의 해체 이후 동구 사회주의국가 동맹들에 의한 서유럽 위협이 사라졌으므로 북대서양조약기구 역시 해체되는 것이 세계평화를 위해 바람직하였다. 헤게모니를 놓치 않으려는 미국이 중심이 되어 나토는 해체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폴란드 등 구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회원국들까지 그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더 나아가 과거 러시아와 한 나라의 틀 안에 있었던 구소련 연방 구성국들(발트 3국 둥)까지 나토에 가입시켰다. 이러한 행위는 과거의 초강대국 러시아의 안보불안을 심각하게 불러일으켰다.
 
 
 
▲ 사진 출처. KBS뉴스 <우크라이나 전역 공습…화상 4차 협상 열려>(2022.3.14) 방송 캡처

  군사동맹은 잠재적 적국을 설정하고 만들어진다. 한미동맹은 1차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만들어졌고, 바로 그 이유로 북한을 불안하게 한다. 미일동맹의 주된 경계대상은 중국이며 중국을 불안하게 만든다.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의한 동유럽 사회주의 동맹이 사라진 이후에 나토가 그 세력을 동구권으로 확대하는 것은 긴강고조 행위로서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그러한 위협의 강도를 점점 올리고 있는 것이 미국이다. 이번 전쟁의 직접 원인은 돈바스 지역의 관할권을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이라 할 수 있지만 보다 뿌리에 가까운 원인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이다. 그 점에서 보면 이 전쟁을 일으킨 책임의 절반은 아메리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모든 국가들은 안전 보장과 관련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해는 외교를 통해 다른 나라의 안보 이해를 배려하면서 평화적인 수단에 의해서 달성되어야 한다. 우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나토, 유럽연합, 국제연합 등 관련 정부와 기구가 평화적 해결을 위한 진지한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이제 마무리를 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국제연합헌장이 금지하는 전쟁 개시로서 평화의 파괴행위이며,  이 평화파괴 행위에 대하여 국제연합이 그 헌장이 정한 적법한 권한과 책임에 근거하여 침략군에 대한 제재를 하지 못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더불어 이 전쟁의 바탕에는 미국이 주도한 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동맹의 확대가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한 것이 놓여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제국주의, 군국주의에 맞서 세계의 모든 평화세력이 단결하여 싸워나가야 할 때이다. 러시아 군대는 철수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철회되어야 한다. 아울러 나토는 해체되어야 하고, 국제형사재판소 규정의 개정을 이루어 모든 전쟁범죄자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

 
 
 
 






 [기고]
 성상희 / 생명평화아시아 이사. 변호사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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