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이후 뉴스를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은주 칼럼]


대선이 끝났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어 기쁜 사람도 있지만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들은 실망을 넘어서 대선 후유증 속에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일상이 힘들다는 사람, 뉴스와 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사람, 각종 다양한 힐링 아이템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 등등

후유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무엇보다 결과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역대 대선 중 가장 적은 표 차이인 24만 7077표(0.73%) 차이로 당선과 낙선이 갈렸고, 윤석열 당선자와 이재명 후보의 표 차이는 무효표 30만7천542표보다 6만465표 더 적다. 25년 만에 가장 많은 무효표의 원인은 표면적으로 본 투표용지 인쇄 뒤 이루어진 단일화이다. 무효표의 원인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당분간 뉴스를 안 보겠다는, 아니 볼 수 없다는 사람들의 결정이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로 사람들은 '뉴스에 당선자가 자주 나올 수밖에 없고 그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출처. KBS뉴스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당선…직선제 도입 뒤 가장 적은 표차>(2022.3.10)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당선…직선제 도입 뒤 가장 적은 표차>(2022.3.10) 방송 캡처

유권자의 입장에서 이번 선거는 최악의 비호감 선거이자 상대편의 후보가 너무나 싫었던 선거였다. 자원을 배분하고 시민들의 정치적 주체성을 보장하는 선거에서 혐오와 배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는 주된 선거전략이었다. 특히 여성유권자 지우기를 기본으로 한 '세대 포위론'까지 등장하며 세대별, 성별 갈라치기가 만연한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대선 기간 내내 후보들이 쏟아낸 발언과 공약에 귀를 기울이며 분석하고 뉴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비호감 선거이니 '에라 모르겠다'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혐오와 차별, 상식과 예의를 벗어난 악의적인 말들은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고 대선이 끝나자 시민들은 맥이 풀려버렸다. 너무나 달려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지금 정치권과 언론,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국민통합'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은 동서로 나누어진 개표 결과와 선거운동 과정의 문제를 포함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국민통합은 선언적 구호이자 좋은 말일 뿐 뉴스를 볼 수 없을 만큼 상처 입은 시민들의 마음에 소금을 뿌리는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이 실망스런 소식들은 결과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 속 불안과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로 선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였고, 민주주의의가 발달한 나라라는 미국의 전 대통령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발언들을 쏟아냈고,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인증을 위한 회의 저지와 패배 번복을 위해 국회의사당 난입을 선동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2017년 겨울, 촛불로 이 나라의 기본적 시스템을 지켜냈다. 그러나 완벽한 제도도 시행하는 사람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음을 미국 의회 의사당 난입을 보며 재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퇴진 13차 대구시국대회'(2017.2.4. 대구 동성로)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퇴진 13차 대구시국대회'(2017.2.4. 대구 동성로)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대 대선 과정에서 시민들이 거대 양당의 후보들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근저에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리더'라는 확신 없음이 자리했다고 생각한다. 의회의 경험이 없고, 인간적인 품성이 의심스러운데다 선거전술 또한 혐오와 배제라니 신뢰는커녕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현재 당선자는 대통령이기 보다 검찰권력으로 보이는 정치초보이다. 결정적으로 선거과정에서 문제시 되었던 '성평등 정책 없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인수위 및 새 정부 내각 출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할 여성 할당을 '자리 나눠먹기'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부정부패 척결과 동시에 MB사면을 주장하고, 현직 검찰총장의 거취를 압박하고 있다. 대선 이후 뉴스 어디에도 '국민통합'은 찾아볼 수 없고 시민들의 불안함을 증가시키는 소식이 더 많다.

그렇지만 말하고 싶다.
더 절망하고 더 힘들어하자. 밑으로 내려가 바닥에 발이 닿아 다시 올라올 때 까지.

그동안 우리는 걱정과 불안을 넘어 우리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직시하게 되리라. 필자는 인간의 역사에서 모두가 합의하는 정의로운 민주주의의 실현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통령 잘 뽑는 것으로 달성될 수 없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더 마음 아프고 더 힘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돌아본다. 추운 겨울 눈비에도 촛불을 들고 광장을 지켰던 뜨거운 마음에 대해. 개인의 이익이 아닌데도 그 겨울밤을 밝혔던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모두가 마음시린 이때 누군가는 절망을 툭툭 털고, 마음 추스르고 일어나 부릅뜬 눈으로 이 자리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뉴스를 볼 수 있을 때까지, 다시 주권자로 설수 있을 때까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남은주 칼럼 31]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