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 되면 의원직 사퇴?...선거법 망각한 황당한 답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3.3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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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을 국회의원직' 사퇴 질문에 "시장된 뒤 결정" 답변 얼버무려
경남지사 '꼼수 사퇴' 반복 우려...대구참여연대 "보궐선거 방해, 무책임"
공약 '공공기관 대개혁·통합신공항'...제2대구의료원 추진에는 "검토해봐야"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68) 대구 수성구을 국회의원이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31일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 이상화 시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장 선거에 국민의힘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다"며 "쇠락하는 고향에서 다시 대구의 영광을 되찾아 오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대구시장 출마 결심을 굳혔다"며 "중앙정치는 윤석열 당선인에게 맡긴다. 저는 대구가 먼저 일어서야 한다는 결심으로 대구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공약으로 ▲대구통합신공항 국비 추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정개혁단'을 꾸려 1년간 대구시 산하 공무원들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개혁 시행 ▲코로나19 인원·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정치방역 해제 ▲대규모 도심 개발 ▲반도체 플라잉카 첨단산업 유치 등을 내세웠다.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2022.3.31.수성못)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2022.3.31.수성못)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출마선언문을 낭독 이후 기자들과 질문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의원직 사퇴'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질문에 답변을 얼버무리거나 입을 꾹 다물었기 때문이다. '사퇴 시기는 언제로 잡았냐'는 질문에 홍 의원은 "(대구시장)되고 난 뒤 답변하겠다"고 했다. '관심사니 꼭 답해달라'고 재차 묻자 "(시장)돼야지 뭘 사퇴하든 말든 한다. 답변할 수 없다"며 "대구시장이 된 뒤에 사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기자가 '당선된 이후인지, 후보 결정 이후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묻자 "시장이 되면 다시 답하겠다"면서 "시장도 안됐는데 사퇴하라는 것은 난센스다. 구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사퇴 시점에 따라 보궐선거 시기가 크게 차이나는 탓에 여러번 물었지만 끝내 답하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수성구을 보궐선거를 하려면 4월 30일 자정 전까지 해당 지역구 선관위에 의원직 사퇴를 통보해야 한다. 중앙선관위에서 보궐선거 실시 사유도 이날까지 확정해야 6월 보궐선거를 치른다. 만약 이날 사퇴한다고 해도 보궐선거 실시 사유가 확정되지 않으면 6월 보궐선거는 없다. 선거법 제35조(보궐선거 선거일)·제203조(동시선거 범위 선거일)는 '4월 30일까지 보궐선거 실시 사유가 확정되면 임기만료에 따라 보궐선거를 지방의원·단체장 선거일에 실시한다'고 규정한다. 

현직 선출직은 6월 지방선거 30일 전 5월 2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만약 5월 1일이나 2일 사퇴하면 수성구을 보궐선거는 내년 4월 5일 치른다. 사퇴 시점에 따라 수성구을 국회의원 자리는 1년간 공석으로 남는다. 공직 사퇴 시점과 6월 지방선거 동시 보궐선거 실시 기준이 다른 탓이다.  

특히 홍 의원은 2017년 제19대 대선에 출마하며 경남지사직 사퇴 통보를 지연시켜 당시 대선과 함께 도지사 보궐선거를 치르지 못하게 했다. 1년 3개월 도지사 없는 도정 공백으로 이른바 '꼼수 사퇴' 꼬리표를 달았다. 당시 시민단체가 '직무유기' 혐의로 홍 의원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 홍 의원 지지자들이 몰렸다.(2022.3.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 홍 의원 지지자들이 몰렸다.(2022.3.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선 땐 지사직, 시장 선거 땐 의원직을 버린데 이어 보궐선거를 또 막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구시장에 나온다는 것은 의원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인데, 놀부 심보도 아니고 꽁먹고 알먹고 하려고 예전 방식 그대로 하는 것 아니냐"며 "유권자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는데 꼼수 사퇴로 무책임한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확한 사퇴 시점을 답하라"고 말했다.

대구선관위 한 관계자는 "홍 의원의 경우 4월 30일까지 사퇴를 알려야 하고, 당일에 실시 사유도 확정돼야 6월 보궐선거를 치른다"며 "이후에 사퇴하면 1년 뒤 보궐선거를 치른다"고 했다. 또 "시장이 된 뒤에 사퇴를 결정하겠다"는 홍 의원 발언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공천 패널티'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당에 27년 헌신했는데 무슨 잘못을 했다고 벌까지 받아가면서 출마를 못하게 하려고 훼방을 놓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감점 10% 받으라는 것은 부당하다. 그럼에도 방법이 없으니 수긍이 아니라 수용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보였다. 

대구시가 최근 추진을 확정한 '제2대구의료원 설립'과 관련해서는 "대구시장이 되고 난 뒤 검토해봐야 한다"며 "지금 답변할 건 아니다"고 말했다. 추진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셈이다.

한편, 홍 의원의 출마선언으로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공식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는 김재원(57)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진숙(60) 전 대전MBC 사장, 김점수(60) 전 재영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권용범(57) 전 대구경북벤처기업협회장 등 5명이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법률대리인 유영하(59) 변호사는 오는 4월 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장에 출마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류성걸(64) 대구 동구갑 국회의원, 국민의힘 법률자문위 부위원장 정상환(57) 변호사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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