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주기가 다가온다.
여덟 번째 봄에도 노오란 산수유가 봄을 알리며 꽃망울을 터뜨리고 벚꽃은 눈부시게 피어났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이 여덟 번 반복되는 동안에도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이들을 실은 거대한 배가 왜 침몰했는지, 아이들이 캄캄한 바다 속에 갇힐 때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여덟 번째 맞이하는 봄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제발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성역없는 조사를 해달라고 또 다시 간청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던 그 해 봄에 대통령이었던 이는 정치의 고향으로 귀환하여 아무 거리낌 없이 사저정치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반드시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유가족들 손을 꼭 잡던 대통령은 약속은 접어둔 채 임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봄을 맞았다. 자신의 잘못도, 약속도 잊어버린 채로 그렇게 여덟 번의 봄이 지나가고 있다.
여덟 번의 봄이 지나가는 동안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는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한 걸음 한 걸음 눈물과 통한의 발자국을 찍으며 앞서 걸어 주었던 부모님들이 가르쳐 주신 덕분이다. 사회적 참사가 없는 사회, 생명이 안전한 세상,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명존중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알게 해 주었다.
우리는 많은 참사를 겪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까지. 3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반복되는 수많은 죽음을 보았다. 일일이 다 떠올리지 못하는 더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고, 그 속에 죽어간 ‘사람’이 있다.
그 일들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며 사회와 세상이 만들어낸 참혹한 죽음이라는 것을 세월호는 깨닫게 해 주었다. ‘사회적 참사’라는 말을 알게 되었고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변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참사의 현장을, 죽어간 사람들의 아우성을 지우기에 급급했던 지난 시간이, 그대로 망각하고 잊혀진 순간들이, 오늘의 죽음과 내일의 참사를 반복하게 만든다는 것도.
4월 첫날 아침, 서랍에 넣어둔 노란 팔찌를 꺼내 손목에 끼웠다.
remember0416 세월호 기억 팔찌. 해마다 4월이면 꼭 기억팔찌를 끼고 다닌다.
4월 16일 그 날을, 304명의 희생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는 다짐이고 약속이다.
꽃이 피면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할 것이고, 꽃이 진다고 그날을 잊지 않을 것이다.
잊혀지는 기억은 힘이 없다. 우리는 흐르는 세월 속에 희미해질 망각에 지지 않아야 한다.
기억하고 않고 나아가는 공동체는 없다.
8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참사는 보존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잊지 않으면 우리는 조금씩 천천히 나아갈 수 있다.
잊지 않고 손을 잡고 걸어가면 우리는 오늘보다 안전한 내일에 닿을 수 있다.
[신동희 칼럼 4]
신동희 / 꿈꾸는마을도서관 도토리 관장
* <기억하지 않고 나아가는 공동체는 없다> : 정세랑 소설 <시선으로부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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