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3'으로 시작한 대구 기초의원, '선거구' 또 쪼개진 2022 지방선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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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도입
...대구, 한나라당 112명 vs 열린우리당 3명 당선
2010년 야권연대, 첫 '진보정당 기초의원' 포함 10명
2018년 자유한국당 62명 vs 더불어민주당 50명 당선
2022년 '4인 선거구' 분할, '2인' 18곳으로...121명 선출


현행 전국동시지방선거는 1995년 시작됐지만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도입됐다. 그 이전에는 모두 무소속이었고, 후보자 기호도 지금처럼 1,2,3이 아니라 가,나,다 순이었다. 1,2,3 같은 번호를 쓸 경우, 국회의원 선거처럼 다수 정당에 속한 1번, 2번, 3번 후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가치로 2006년 4회 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시작되면서 기호도 그동안 쓰던 '가,나,다'에서 '1,2,3'으로 바뀌었고, 특정 정당이 한 선거구에 여러 명의 후보를 공천(복수공천)할 때는 '1-가', '1-나', '2-가', '2-나' 식으로 기호가 매겨졌다.

대구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시작된 제4회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의 싹쓸이나 마찬가지였다. 대구 8개 구.군 기초의원 당선자는 '지역구' 102명 가운데 99명, '비례대표' 14명 가운데 13명이 한나라당 후보였다. 반면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후보는 지역구 2명과 비례대표 1명 당선에 그쳤고, 무소속 당선자도 1명뿐이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더한 대구 전체 기초의원 정수는 116명, 이 가운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당선자 수는 '112대 3'의 기록적인 쏠림이었다. 이 양당은 지금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4회 지방선거 대구 기초의원 정당별 당선자 현황 - 지역구
 
 
제4회 지방선거 대구 기초의원 정당별 당선자 현황 - 비례대표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5회(2010) 지방선거 역시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진보정당 후보가 대구에서 처음으로 기초의원 배지를 달며 대구의 변화를 보였다.

5회 지방선거 당시 대구 지역구 기초의원 102명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가 70명 당선돼 여전히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박근혜'를 내세운 친박연합(5명)과 미래연합(3명)도 당선자를 냈고 무소속 후보도 15명이나 당선됐다. 4년 전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당시 '민주당'은 지역구 4명 당선에 그쳤고 비례대표 당선자는 0명이었다. 대신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각각 2명의 당선자를 냈고, 국민참여당도 1명 당선되면서 대구에서 첫 '진보정당 기초의원'이 생겼다. 대구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전체 14석 가운데 한나라당이 10석, 친박연합이 4석을 가져갔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의 변화는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자는 '야권연대'의 역할이 컸다. 당시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을 포함한 야5당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대구경북진보연대·풀뿌리대구연대는 < 6.2지방선거 대구정책연대>로 활동하며 진보·개혁성향의 '정책연대'로 후보단일화를 논의했고, 기초단체장 3명과 광역의원 4명, 기초의원 16명 등 23명의 '범야권단일후보'를 확정했다. 이들 가운데 진보정당 후보 4명이 모두 당선된 것을 비롯해 기초의원 10명이 당선되는 성과를 냈다.
 
범야권연대 단일후보 발표 기자회견(2010.4.22 대구KYC 회의실)...(왼쪽 앞줄부터) 김병욱 김성태 이유경 오완호 이영재 민부기 윤보욱 (왼쪽 뒷줄부터) 정재현 정연규 김태훈 서정진 황순규 김성년 장태수 /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범야권연대 단일후보 발표 기자회견(2010.4.22 대구KYC 회의실)...(왼쪽 앞줄부터) 김병욱 김성태 이유경 오완호 이영재 민부기 윤보욱 (왼쪽 뒷줄부터) 정재현 정연규 김태훈 서정진 황순규 김성년 장태수 /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2014년 6회 지방선거 역시 비슷했으나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대구 전체 116석 가운데 16석을 차지하며 변화를 더했다.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 후보는 지역구 102석 가운데 77석, 비례대표 14석 가운데 10석을 차지하며 여전히 우세를 보였으나, '새정치민주연합'도 지역구 9명과 비례대표 4명 등 13명이 당선됐다. 또 진보정당인 정의당 2명과 노동당 1명도 기초의회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무소속 당선자는 13명이었다.

2014년에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체인지대구 등 시민단체들이 < 6.4지방선거 무소속 좋은시민후보 추천위원회>를 꾸려 대구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 7명을 '무소속 좋은 시민후보'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3명만 당선돼, 2010년 야권연대 같은 성과에는 미치지 못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는 대구의 '보수 싹쓸이'가 무색할만큼 큰 변화가 일었다. 대구 전체 116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무려 50석(지역구 45, 비례 5)를 차지하며 자유한국당 62석(지역구 53, 비례 9)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올랐다. 4회 지방선거 당시 '112:3'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였다. 특히 지역구 선거에서 자유한국당(53석)과 민주당(45석)은 불과 8석 차이에 그쳤고, 수성구의회는 민주당이 대구에서 처음으로 다수당에 올라서기도 했다.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진보정당은 정의당 1명 당선에 그쳤다. 당시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2석, 무소속이 1석을 가져갔다.
 
제7회 지방선거 대구 기초의원 정당별 당선자 현황 - 지역구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2년 6.1지방선거는 어떨까? 제20대 대선(3.9)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데다, 대구에서 윤 후보가 75.1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1.60%에 그쳐 4년 전보다 민주당에게 힘겨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게다가 국회 여야 합의까지 이룬 '중대선거구제'가 대구시의회에서 또 다시 '2인 쪼개기'로 무산되면서 민주당과 진보정당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대구시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기득권 정치'라는 비난이 뒷따르고 있다.

앞서 대구시의회는 27일 본회의를 통해 '대구광역시 구·군의회의원 정수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한 선거구에 2명을 뽑는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크게 줄이는 대신 한 선거구에 3~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대구시선구획정위원회 개정안은 대폭 수정됐다.

국회가 중대선거구제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수성구의 '5인·4인 선거구' 각 1곳만 빼고 나머지 '4인 선거구' 6곳은 모두 '2인 선거구'로 나눠졌다. 결국 '3인 선거구' 20곳은 획정위 원안대로 유지되지만 '2인 선거구'는 6곳에서 18곳으로 크게 늘었다. 무려 17년째 '선거구 쪼개기'가 되풀이된 셈이다. 지난 2005년 새벽 날치기, 2010년 본회의장 폐쇄 통과, 2014년 무토론·무질의 가결에 이어 2018년과 2022년에도 대구시의회는 이 같은 '쪼개기'를 일삼고 있다.
 
   
▲ 대구시의회 본회의 '선거구 획정 수정안' 기립 표결(2022.4.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쪼개기 철회'...이진련, 김혜정, 김성태 민주당 대구시의원(2022.4.27.대구시의회)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진보 5당, 시민단체는 "다수당의 횡포"라며 거세게 반발하며 "재수정안 상정"을 촉구했지만 국민의힘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때문에 이번 6.1 지방선거도 '중대선거구제' 취지가 훼손된 채 치러지게 됐다. 그만큼 국민의힘에게는 유리하지만 민주당과 진보정당, 정치 신인들에게는 더 힘겨운 진입장벽이 넘어야 한다.

'풀뿌리'라 불리는 기초의회, 대구 8개 구.군의회는 4년 전 7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민의힘'과 그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과 이 정당에 통합된 보수정당의 사실상 싹쓸이였다. 대구시의회의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데다 '선거구 쪼개기'로 민주당과 진보정당 후보들은 당 공천과 선거운동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대 대선 석 달도 안돼 치러지는 6.1지방선거, 대구 기초의원은 지역구(40곳, 105명)와 비례대표(16명)을 포함해 121명을 뽑게 된다. 2004년 '112:3'로 시작한 대구 기초의원,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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