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030 청년' 임아현 동구의원 후보..."마을공동체 꿈꾸는 젊치인"

평화뉴스 박주희 객원기자
  • 입력 2022.05.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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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후보 ⑦] 정의당 임아현(26) 동구의원 후보
19살 입당→청년은행·독립영화·마을학교·퀴어축제 8년 활동
"부모님 삶 보며, 노동자·청년·약자 위한 정치 절실"
'동네가 키운 동네전문가'...신천·효목 '1인가구·골목책방 지원조례' 공약


임아현(26) 대구 동구 다선거구(신천1·2·3·4동, 효목1·2동) 정의당 후보는 나고 자란 동네에서 구의원에 출마했다. 명함을 주고 인사를 하면 어르신들이 알아보고 반긴다. 임 후보는 "이 지역에 정의당 조직이나 지지해 줄 만한 단체는 없지만, 어려서부터 같이 살아온 어르신들, 친구들이 있다"며 "아는 얼굴이라고 꼭 표를 주시진 않겠지만 반겨주시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풀뿌리 정치인이 갖춰야 할 건강한 무기 하나를 거머쥐고 선거에 나선 셈이다. 그래서 임 후보의 선거 슬로건은 '동네가 키운 청년, 동네를 키울 청년'이다. 
 
임아현(26) 정의당 대구 동구의원 후보의 인터뷰 / 사진.평화뉴스 박주희 객원기자
임아현(26) 정의당 대구 동구의원 후보의 인터뷰 / 사진.평화뉴스 박주희 객원기자

전화로 출마 소식을 알리면 동창, 동네 친구들의 반응은 엇비슷하다. '그럴 줄 알았다, 언젠가는 정치한다고 나설 줄 알았다.' 그간 그의 활동을 보면 주변의 반응에 수긍이 간다. 현재 직함은 청년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사무국장,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관객 프로그래머다. 안심마을 방과 후 학교 둥지 교사,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와 대구퀴어축제 집행위원을 거쳤다. 

중학교 때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이야기를 같이 할 친구나 기회가 없어 답답해하다 청소년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을 만났다. "건설노동자인 아버지와 학습지 교사인 어머니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면서도 늘 힘겹게 생활을 꾸려가시는 걸 봤어요. 우리세상에서 세상의 변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시근(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분별력.'경상도 사투리')이 들었나봐요. 부모님의 고달픈 삶이 부모님 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바꿔야 삶이 바뀐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이번 선거에 대구시장 정의당 후보로 뛰고 있는 한민정 후보가 당시 우리세상의 교사 중 한 사람이다. 열아홉에 정의당 당원이 됐다. "내 편을 들어주는 정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노동의 편에 선 정당을 선택했다. 
 
6.1 지방선거 유세 중 동네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 하는 임아현 후보(2022.5.16) / 사진.임아현 캠프
6.1 지방선거 유세 중 동네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 하는 임아현 후보(2022.5.16) / 사진.임아현 캠프

청소년 시기에는 청소년 활동가였다면, 대학 때 그리고 졸업 후에는 청년 활동가로 일했다. 삶이 힘든 청년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같이 성장해왔다. 뜻이 맞는 청년 활동가들이 뭉쳐 금융공동체인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을 만들어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힘겨워하는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찾아왔다. 청년들과의 연대 활동을 하면서 정치 영역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 편이 되어 주는 정당의 후보가 되어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

임 후보는 청년 정치인 대신 ‘젊치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말 속에 이미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일정한 틀이 있어요. 그런 틀에 갇힌 청년은 내려놓되 젊은 정치인으로 역동적인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담고 있어 '젊치인(젊다+정치인을 합친 신조어)'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유권자에게 명함을 주고 인사하는 임 후보...할머니와 함께 선거 운동을 하는 모습 / 사진.임아현 캠프
유권자에게 명함을 주고 인사하는 임 후보...할머니와 함께 선거 운동을 하는 모습 / 사진.임아현 캠프

임 후보는 이번 선거를 단순히 한 판 승부로만 여기지 않는다. 그를 돕겠다고 나서준 청년 당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조직에서 주변부에서 일하는 청년이 아니라, 중요한 선거 실무를 익히면서 제대로 한 몫을 해내는 경험을 하기를 기대한다. 임 후보는 △1인 가구 지원 조례 제정 △누구나 차별없이 안전한 거리 조성 △지역 동공체와 마을 커뮤니티 회복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와 맥이 닿아있다. 인터뷰 끝에 임 후보는 스스로를 '청소년 / 청년 / 동네전문가'로 갈무리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동네 전문가가 되어보려고 한다"며 "동네에 이웃들과 부대끼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주민들의 욕구를 발견하고 삶의 어려움이 드러났을 때 같이 해결해나가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 후보와 일문일답이다.
 
동구 신천역 앞에서 선거운동원들과 유세를 하는 임아현 후보 / 사진.임아현 캠프
동구 신천역 앞에서 선거운동원들과 유세를 하는 임아현 후보 / 사진.임아현 캠프

- 학창시절의 임아현은 어떤 학생이었나.
=어려서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친구들은 독특하고 튀는 친구로 기억하더라.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를 돌봐주셨다. 부모님은 왜 그렇게 힘들게 일만 하는지 항상 속상하고 서운했다. 청소년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에서 선생님, 또래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부모님을 둘러싼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님이 사회 안전망 밖의 노동자라는 사실을 알고, 오롯이 당신들이 삶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지 깨닫게 됐다. 개인이 감당할 일이 아니라 그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뭔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서 공동체를 위한 기획을 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활동에 참여했다. 그리고 19살에 정의당에 입당했다. 내 편을 들어 줄 정당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어떤 활동을 해왔나.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었다.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더 많은 길이 보이더라. 청년유니온 활동, 대구퀴어문화축제 집행위원, 안심협동조합 일을 했다. 마을 사람들끼리 문화공연을 기획하고 아나바다 활동으로 어울리는 모습이 그냥 너무 좋았다. 마을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마을을 누비는 게 좋았다. 동네 방과후마을 학교 둥지 교사로 활동하며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는 데 함께 했다. 대학에서는 취업준비에 힘들어 하는 청년들만 보였다면,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에서 일하면서 감당하기 힘든 빚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만났다. 간접경험이지만 일상에서는 만나기 힘든 다양한 청년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고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됐다.

-활동가에서 왜 정치인이 되었나. 
=정당에 들어간 이유가 '내 편이 되어 줄 정당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진보정치를 응원하는 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안전하게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틀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생활 속에서 이를 묶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군가 마을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늘 언론에 전해주는 정보에 의존해 중앙 정치를 비판하는 데 머무르며 결국 분절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주민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 설명하고 조례로 엮어내는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선거운동을 해보니 어떤가.
=주민들이 의견들을 많이 준다. '원래 정의당 지지자다. 젊은 사람이 들어가서 해야지'라며 응원을 해주는 주민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청년들의 반응이 냉담하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들의 관심을 모아내고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더 다가가야 한다. 

-청년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청소년 때 공동체를 경험한 덕분에 안정감을 얻고 내 삶을 더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사회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었다. 마을의 청년들과 그런 공동체 경험을 나누고 싶다. 상대적으로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1인 가구 비율이 60%가 넘는 동네도 있고 평균 40%가 넘는다. 1인 가구 청년들을 중심으로 공동체 활동을 기획하려고 한다. 1인 가구가 드나들면 동네 정보를 교환하고 교류할 수 있는 거점들을 만들고, 1인 가구 원데이클래스 등을 생각하고 있다. 행정과 복지 영역에서 밀려나 있는 청년 1인 가구를 공동체로 초대하고 싶다. 

-구의원이 되면 어떤 일들을 하고 싶나. 
=앞서 말한 1인 가구를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고 싶다. 또 지역 공동체를 살려내고 싶다. 신천동, 효목동에는 책방이 없다. 원주민이 이주하고 변화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활기가 부족하다. 젊은 사람들이 골목에서 많이 보이면 좋겠다. 3명 이상 활동하면 주민들의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겠다. 예를 들면, 뜨개질 모임, 제로웨이스트 활동, 비건 식사모임, 책모임 등 주민들끼리 담소의 자리라도 구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젊치인'은 청년 정치인과 어떻게 달라야 하나.
=세상의 역동은 청년들이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청년 정치인이라고 젊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보다 사회에 확실한 메시지를 주는 소구력이 필요하다. 정체성은 분명 청년이지만 틀 안에 갇히지 않고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청년은 SNS 홍보를 맡고 청년은 이래야 한다는 주어진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정말로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주체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어떤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가.
=동네를 잘 아는 정치인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기성 정치인보다 니가 더 잘 할 수 있는 게 뭐냐' 물으면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동네가 잘 됐으면 좋겠고 이 동네만큼은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래서 동네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말하겠다. 그래서 이 동네와 사람들을 더 잘 알기 위해 선거 후에 더 바빠질 것 같다. 
 
***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정치권은 앞다퉈 '청년' 표심에 호소했습니다. 대선에 곧이어 치러지는 6.1지방선거는 어떨까요? 평화뉴스는 대구에 출마한 청년 후보들의 의지와 고민을 듣기 위해 <6.1지방선거 - 대구 2030 청년후보>를 기획하고 그들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6.1지방선거 - 대구 2030 청년후보]
① 민주당 이영빈(34) 달서구의원 후보 "활발한 토론 있는 의회 문화를"
② 정의당 백소현(34) 북구의원 후보 "골목까지 정의로운 도시를"
③ 녹색당 장정희(38) 동구의원 후보..."사람과 자연 어우러진 녹색정치"
④ 기본소득당 신원호(36) 대구시장 후보..."기본소득이 있는 대구"
⑤ 국민의힘 김경민(26) 수성구의원 후보..."N포세대 아닌 희망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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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민주당 오영준(28) 북구의원 후보..."지도 들고, 발로 뛰는 동네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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