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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모두의 존엄한 삶을 위하여

기사승인 2022.06.30  11: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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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호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 지금 바로 기본소득』
(금민 지음 l 동아시아 펴냄 l 2020)


해마다 1~2권의 기본소득 서적이 출판되던 시기를 지나 유력 정치인들과 정치세력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또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난지원금의 보편지급과 선별지급 논쟁이 활발히 진행되며 기본소득에 관한 글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체로 특정한 상황에서 어떠한 효과를 만들기 위한 또 다른 복지제도라는 상상력에 갇혀 이야기가 흘렀다. 정작 무엇을 분배할 것인지, 왜 분배해야 하는지의 논의는 부족했다.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라는 책은 무엇이 모두의 몫인지, 왜 모두에게 분배해야 하는지 철학적인 논증부터 평등한 사회, 생태적 전환의 로드맵과 현재의 문제들까지 다다르고 있다.

"모두의 몫이란 무엇인가? 모두의 것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뜻한다. 즉, 모두의 몫이 무엇인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모두의 것인란 무엇인가를 먼저 논해야 한다. 과연 무엇을 모두의 것으로 볼 것인가. 가령 지구는 누구의 것일까? 지구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토지를 개간한 사람이 토지가치를 증대시켰는지는 몰라도 토지 그 자체를 창조한 것은 아니다. 건물을 지은 사람이 대지를 만들지도 않았다. 토지 그 자체의 원천적인 소유권은 법적인 소유권과 무관하게, 인류의 개별적인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중략)

토지뿐만 아니라 천연자원 또는 생태환경은 원래 인류 모두에 속한 자연적 기초이고 인류 모두의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천연자원을 채굴한 사람이 채굴을 통하여 천연자원의 가치를 증대시켰을지라도 천연자원 자체를 창조한 것은 아니다. (중략) 수익활동 과정에서 생태환경에 부담을 끼친 기업이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독차지하는 것은 정의로운 분배가 아닐뿐더러, 반생태적이기까지 하다. 토지 그 자체, 천연자원, 생태환경 등은 모두의 것이며 이로부터 나온 수익의 상당한 부분은 자연적 공통부이다. (중략)

지식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통자산이고, 사회구성원 모두는 이러한 공통자산의 수익을 공유해야 한다. 오늘날 빅데이터의 형성과 활용에 의해 발생하는 수익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인공적 공통부로 볼 수 있다. 인공적 공통부의 분배는 데이터의 중심성과 함께, 이 시대의 플랫폼 경제체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들어가며' 중에서

 
 
 
▲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 지금 바로 기본소득』(금민 지음 l 동아시아 펴냄 l 2020)

하지만 여전히도 기본소득의 논의는 이상적이라거나,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질문들이 뒤따른다. 1796년, 토마스 페인은 “토지 정의”라는 책에서 공유부인 토지에서 나는 수익을 모든 사람에게 배당한다는 기본소득의 상상력을 던졌다. 그로부터 180여년이 지나 미국 알래스카에서 석유을 통해 기금을 설립하고 전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실제로 지급하기에 이르렀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자본주의로 인해 기본소득의 논의는 더욱 급물살을 탔다. 가난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그래서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고 낙인과 모멸감을 주지 않는, 결국은 새로운 분배 정의를 만드는 정책으로의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한 분배 정의와 새로운 사회로 전환하자는 기본소득은 경제위기, 기후위기, 환경위기, 재생산위기, 불평등위기와 같은 다중적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대안으로 응답하고 있다.

최근의 기본소득 운동의 경향은 공유부 배당의 의미를 내세우고 있다.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과 같은 기본소득의 지급 방법이 가지는 의미들을 넘어 공유부가 모든 사회구성원의 몫이고 권리라는 것이 기본소득의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이다. 공유부는 토지, 천연자원, 생태환경과 같은 자연적 공유자산들과 지식, 빅데이터, 네트워크와 같은 인공적 공유자산이 만들어 내는 수익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의원은 기본소득 탄소세와 기본소득 토지세를 발의했는데 이는 생태환경과 토지라는 공유부에서 나온 수익을 모두에게 분배하고 이를 통해 탄소배출을 억제하고 불로소득 추구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토지의 가격을 낮추자는 뜻이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온도가 1.5℃까지 오르지 않게 해야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공장에서 매연을 내뿜으며 대량으로 상품을 찍어내고 아스팔트 바닥위에 수십층 건물을 세우면서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는동안 지구는 1℃가 올랐다. 1℃가 오르는 동안 성장 반대편에서 어떤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있는 이는 없었다. 그저 “빙하가 녹는다더라”, “작년보다 올해는 더 덥다” 정도였다. 녹은 빙하는 해수면을 상승시키며 바다에 서서히 잠기는 이들이 생겼다. 극심한 가뭄으로 피해를 겪는 나라의 국경 건너편은 역대급 폭우로 물난리가 나는 세상이다. 탄소배출량 제로는 전 지구적 과제가 되었고 세계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배출 감축을 강제해야 한다. 기본소득 탄소세는 화석연료사용량이 아니라 탄소배출량에 세금을 부과한다. 이는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선언을 넘어 기후위기 카운트다운을 멈추게 할 것이다.

기본소득 토지세는 땅이 공유부라는 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인간 문명이 토지를 특정하게 나누고 각각에 기호를 매긴 후 소유권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 소유권으로부터 토지를 하나의 상품으로 사용하게 하는 권리들이 생기면서 지대를 받거나, 불로소득을 취하기도 한다. 인간 문명 이전에 토지는 존재했고 토지의 가치는 지주의 노력이 아닌 접근하고 점유하는 많은 이들을 통해 상승한다. 같은 1평의 땅이라도 강남구청 앞의 1평과 봉화군청 앞의 1평의 가치가 차이나는 이유는 인프라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차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의 가치가 올라 현금화 될때의 불로소득은 단 1명의 땅주인이 독점한다. 모두의 것인 토지가 누구의 것이 되고, 모두가 기여한 토지 가치 상승이 누구의 몫이 되는 것이다. 가파르게 집값이 상승하고 있어서, 집에 삶을 저당잡히는 나라에서 땜질식 부동산 정책으로는 집값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지난 몇년간 확인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 불로소득을 토지세로 환수하여 모두게에 분배해야 한다.
 
 
 
▲ 자료. 기본소득당 홈페이지

기본소득은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되기에 임금으로 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이 커진다. 위험한 노동을 거부할 힘이 되기도 하고, 단결을 통해 파업을 유지할 든든한 기금이 된다. 노동자의 발언권이 더욱 강화되어 현장에서 불안정, 저임금 노동조건에 맞설 수 있다.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고, 노동을 벗어난 나의 삶에 집중할 시간을 만들어준다. 또한 임금노동 중심으로 설계된 노동 개념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든 종류의 ‘일’에 기본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그림자 노동의 의미를 부여함은 물론 임금으로 환원되지 않는 사회연대적 활동들에도 가치를 부여한다.

기본소득은 성별, 나이, 국적, 인종, 가족형태, 혼인여부, 성적지향, 신체조건, 능력과 사회적 지위로 차별하지 않고 자율성과 차이를 인정한다. 차별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페미니즘과 연결된다. 모두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젠더 중립적 정책임에도 권력관계를 재배치 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기에 젠더 정의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소득은 즉각적으로 빈곤을 완화하고, 자율성을 높여 참여와 활동을 확장시키며, 여성의 무급노동에 무임승차하는 현 사회에 여성에게 ‘평등’한 여가시간을 만들 것이고, 이성애 정상가족의 형태가 아닌 다양한 관계에 대한 상상을 확장시킨다.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조건없이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구성원들의 인식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기본소득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여 개개인의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면 성장주의와 경쟁에 물음을 던지고 멈추는 힘을 줄 수 있다. 성장주의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불러왔고, 경쟁은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을 불러왔다. 탄소중립을 촉진하기 위한 탄소세 기본소득은 직접적으로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고,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경쟁을 멈추고 자본으로부터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서로 협력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만든 가난과 불평등의 상태를 기본소득으로 상쇄시킨다면 더 이상 약탈적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확대와 팽창을 위해 환경파괴를 저지르는 약탈적 자본주의를 멈추고 무엇도 멸정하지 않고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방향전환을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그 정당성과 원천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모두가 공통의 기반에 서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인간과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계도 상호의존적이다. 그런점에서 기본소득은 생태적이고 연대적이다. 공존이라는 잠재력을 가진 아이디어이다. 기본소득이 현대 사회의 해법을 해결할 유일한 만능키는 아니다. 하지만 모두의 존엄한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빠져서는 안되는 필수요소다. 모두의 존엄한 삶을 위하여!

 
 
 
 






 [책 속의 길] 203
 신원호 / 대구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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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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