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치킨·맥주 "신선해"...대구 N맥축제 첫날, 치맥축제 '다크투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7.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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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0여개 단체·시민 힘모아 대안 페스티벌
'채식식탁', 닭벼슬 달고 '닭기억' 행진, 닭그리기
헝겊 현수막에 파지 피켓...제로웨이스트·동물권
치맥 찾은 시민들도 "친환경·공존, 생각해볼 문제"


"어서오세요. 여기는 치맥축제가 아니구요. N가지의 색깔, 다정한 마음을 나누는 N맥축제입니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앞에서 6일 제1회 대구 N맥페스티벌이 열렸다. N맥축제기획팀은 이날부터 10일까지 '2022 대구치맥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두류공원 일대에서 축제를 연다. 첫 N맥축제에 온 시민들은 이색적인 대안축제를 보며 "신선하다", "생각해볼 일"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 제1회 '대구 N맥페스티벌' 헝겊으로 만든 현수막(2022.7.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비건 치킨 시식대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는 시민(2022.7.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파지로 만든 손피켓에 '육식주의 X‘라고 적혔다. '고통 없는 채식주의 식탁' 코너다. 시식대에는 양념 치킨, 후라이드 치킨 등 각종 치킨이 놓였다. 눈으로 봤을 때 일반 치킨과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 치킨들은 닭고기가 아닌 다른 식재료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콩 등 천연재료로 만든 비건 치킨이다. 시식대를 찾은 시민들은 처음 먹어보는 비건(Vegan.채식주의자) 치킨을 즐겼다.

치맥축제를 찾은 달서구 주민 강미숙(61)씨는 "큰 기대를 안했는데 일반 치킨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치맥축제에 일찍와서 여기에 별 생각 없이 들렀는데 생각보다 신선하고 재미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이런 축제를 한다니 참 대단하다"고 했다. 이어 "친환경이나 동물과 공존하는 것들을 평소에 잘 느끼지 못했는데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며 "치맥축제가 끝나면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친환경적인 축제를 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치킨이 아닙니다. 살고 싶습니다" 파지 손피켓(2022.6.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리는 치킨이 아닙니다. 살고 싶습니다" 파지 손피켓(2022.6.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닭 벼슬을 단 사람들은 치맥축제 현장에서 '닭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다크투어(역사적 재난·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여행)'에 나섰다. 치맥축제가 열린 야외음악당 곳곳에는 치킨과 맥주를 파는 부스가 차려졌다. 시식대에 수백마리 치킨들이 놓였다. 각 부스마다 호객행위가 잇따랐다. '메모리스트' 설명가가 N맥축제 참가자들을 이끌고 다크투어를 진행했다. 공장식 도축의 폐해와 육식의 문제, 축제 이후 다량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등 치맥축제를 둘러보며 다른 방식의 축제를 꿈꿨다.  
 
   
▲ "저와 함께 닭을 기억합시다"...치맥축제 다크투어 해설가(2022.6.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치맥축제 현장에서 진행된 N맥축제 참가자들 다크투어(2022.7.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낡은 헝겊으로 만든 '대구N맥페스티벌' 현수막 부스에서는 닭 그리기 대회가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펜과 크레파스를 들고 바닥에 앉아 저마다 생각하는 닭들을 그렸다. 경북 영천에서 초콜릿 가게를 하는 김강산씨는 "닭 그림을 그리려다보니 닭의 생김새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며 "단순히 형태 없는 먹거리 치킨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물이고 굉장히 섬세한 생명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건 맥주에도 관심이 쏠렸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맥주를 맛본 시민들은 "별 차이를 모르겠다"며 "채식 맥주도 있구나, 참 세상이 좋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 맥주 양조 과정에서 생선 부레(공기주머니)에서 뽑아낸 젤라틴을 사용하기 때문에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은 비건 맥주만 마신다. N맥축제에 참가한 시민은 "시원한 맥주를 즐기고 싶을 때도 수 많은 물고기들이 희생된다"며 "동물권을 생각한다면, 어떤 생명체도 희생되지 않는 비건 맥주를 마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치킨이 아니라 섬세한 생명체"...김강산씨의 닭 그리기(2022.7.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비건 맥주 마셔요.~" N맥축제 참가자(2022.7.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후 5시부터는 치맥축제 인근에서 "친환경·동물권·제로웨이스트·기후위기에 맞선 지속가능 축제"를 촉구하며 행진을 했다. 이들은 "맥이 뛰는 곳에 우리가 피어난다", "육식주의 타파" 구호를 외쳤다. 

N맥축제 현장총괄 담당자 '지구당' 나라(별칭)씨는 "우리는 치맥축제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형태의 축제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것"이라며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축제도 좋지만, 생명을 살상하거나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현재 축제를 조금이라도 바꾸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이런 운동이 작아 보이지만 전국의 채식주의자들에게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셀프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제2회 축제도 고려 중이다.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대안 축제를 고민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N맥축제 현장 총괄 지구당의 나라씨가 닭벼슬을 쓰고 있다.(2022.7.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채식평화연대 원연희 공동대표가 발언 중이다.(2022.7.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남 산청에서 온 원연희 채식평화연대 공동대표는 "어떻게 놀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N맥축제가 여럿이 어울려서 즐겁다"며 "함께 연대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공유하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 대구시민들도 치맥축제뿐 아니라 N맥축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다라"고 했다.

N맥축제는 대구비거니즘 동아리 비건과 책빵고스란히 2개 단체가 제안해 시작됐다. 이어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대구환경운동연합, 채식평화연대, 지구당, 훌라, 더커먼, 녹색당 대구시당 동물권의제모임, 정의당 대구시당 환경위원회, 기본소득당 대구시당, 진보당 대구시당, 다양한 움직임 다움 등 30여개 환경·동물권·여성·시민단체와 정당 등이 뜻을 모았다. 개인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협찬도 뒤따랐다. 서울, 경기, 경남, 경북, 부산 등 곳곳에서 치맥축제에 맞선 대안축제에 힘을 모은 셈이다.  
 
'2022 대구치맥페스티벌' 현장(2022.7.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22 대구치맥페스티벌' 현장(2022.7.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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