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지 않는 이유, 빵 사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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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희 칼럼] 파리바게뜨, SPC그룹의 노조 탄압에 맞서


습한 공기와 후끈한 열기에 지쳐가는 여름날, 파리바게뜨 제빵 노동자들의 단식 소식이 들려왔다. 파리바게뜨 노조 임종린 지회장의 53일간의 단식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조합원들이 다시 곡기를 끊고 단식에 들어갔다. 가만히 있어도 지치는 무더위에, 끼니를 꼬박 챙겨먹어도 기운이 사그라드는 날씨에 단식이라니, 밥을 먹고 구미에 당기는 간식을 챙기는 일상이 내내 미안하고 불편하다.

단식에 돌입한 제빵 노동자들의 바람은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하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법과 기업윤리에 비추어보아도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지만, 아직도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인정과 공개 사과, 부당노동행위자 처벌, 부당노동행위 피해자 원상회복,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 2018년 사회적 합의 이행 등이다.
 
사진 출처. MBC뉴스 <"탈퇴하면 진급"‥파리바게뜨의 노조 탄압>(2022-03-31) 방송 캡처
사진 출처. MBC뉴스 <"탈퇴하면 진급"‥파리바게뜨의 노조 탄압>(2022-03-31) 방송 캡처

파리바게뜨가 속한 SPC기업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불법파견노동이 문제가 되면서 지난 2018년 노조와 회사, 시민사회가 함께 제빵기사들의 직접 고용을 포함한 12개항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SPC기업은 4년이 되도록 2개항을 제외하고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빵기사들의 직접 고용 이후 복수노조를 설립하여 기존 파리바게뜨 노조 조합원에 대한 승진 차별과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회유와 압박을 지속해왔다.

사측의 행위들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과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아무런 조치도 사과도 없이 노조와의 대화마저 단절하고 있다.

임종린 지회장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지난 3월 28일부터 5월 19일까지 53일간의 단식에 진행했고, 이번에 5명의 노조간부들이 다시 단식에 돌입했다. 임종린 지회장의 53일간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여전히 노조탄압, 임금과 승진 차별을 지속하고 , 휴식시간 보장 등 기본적인 노동권을 전혀 지키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2022년 6월 14일자 10면(사회)
<경향신문> 2022년 6월 14일자 10면(사회)

당연한 일도 당연한 듯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 행정기관이 시정 판결을 내리고 노조와 시민사회에게 약속한 합의가 있어도 안하무인인 기업의 행태는 도무지 나아지지 않아 보인다. 7월 4일 단식을 시작하여 단식 9일차에 이른 회사 직원들과는 대화도 외면한 채, 파리바게뜨는 다가오는 초복을 맞아 구매 고객에게 베이커리 사은품을 지급하는 ‘복날 프로모션’을 홍보하고 있다. 굶으면서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는 회사 직원들을 뒷전에 두고 빵을 제공하는 홍보마켓팅을 벌이는 기업이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SPC기업의 비윤리적인 행태가 알려지면서 시민사회단체들과 온라인 공간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와 동참이 단식을 견디고 있는 파리바게뜨 조합원들에게 밥이 되고 물이 되어 주면 좋겠다. 일 하는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노동자들의 권리와 행복을 파괴하면서 만든 빵을, 더 많이 사달라며 달콤한 기업인 것처럼 행세하는 기업 행태에 제동을 걸었으면 좋겠다.  

제빵 기사들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일하며 행복한 빵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굶고 있다. 이 싸움이 기업의 탐욕과 비겁함보다는 더 힘이 셌으면 한다. 이 싸움이 고립되지 않고 연대로 더 넓어지기를 바란다. SPC기업이 만든 포켓몬빵을 하나 하나 사모으는 마음만큼, 아니 그보다 더 간절하게 지지와 응원이 차곡차곡 연결되기를 바란다. 단식을 하고 있는 파리바게뜨 조합원 김예린씨의 말처럼 ‘누군가는 이어가야 할 싸움’ 이라면 시민들이 동참하고 이어지는 싸움으로 퍼져나갈 수 있기를, 그래서 이길 수 있기를 바란다.

 
 
 






  [신동희 칼럼 6]
  신동희 / 꿈꾸는마을도서관 도토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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