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 성폭력사망 사건을 통해 본 우리 사회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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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지난 주 대학내 성폭력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했다.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말도 안되는 2차 가해행위들은 참으로 유감이며 현장 활동가로서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7월15일 서울 소재 대학에서 학내 성폭력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 1학년 A씨가 같은 학교 학생 B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뒤 이 건물 3층에서 추락해 숨진 것이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간 가해자를 검거하여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하여 조사 중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는 사건 당시 불법촬영을 시도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하자 보도가 쏟아졌다. 먼저 발견 당시 피해자의 상태를 ‘알몸’, ‘옷 벗은 채’ 등의 제목으로 강조한 기사들은 2012년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성폭력범죄 보도 세부권고 기준’, 2018년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제정한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신문윤리 실천요강’ 등의 언론이 마련한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7월15일 오후 기준으로 관련 언론 보도를 분석해 발표했는데 선정적 표현을 사용한 언론사 60여 곳,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한 언론사는 40여 곳이었다. 그동안 반성폭력운동 현장에서 바꾸었다고 생각한 언론은 스스로가 약속한 지침을 어기며 퇴보하였음을 보여주었다.
 
인하대 학생 사망 사건 관련 선정적‧성차별적 표현 제목에 사용한 언론사
모니터 대상 : 2022년 7월 15일 오후 3시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인하대 학생 사망 사고 관련 기사 전체 / 자료.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2022.7.15)
모니터 대상 : 2022년 7월 15일 오후 3시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인하대 학생 사망 사고 관련 기사 전체 / 자료.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2022.7.15)

이번 사건 이후 벌어진 2차 가해행위들은 너무나 심각하다. 특히 포털을 포함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부 누리꾼들이 피해자의 신상을 캐내려는 글이 잇따르고 있었다. 또한 일부 커뮤니티와 포털에는 "피해자 SNS 아는 사람 있냐", "피해자가 예쁘다고 들었다" 등 피해자에 대한 추모보다 외모를 궁금해 하는 2차 가해 글이 올라왔고, ‘밤늦게까지’, ‘남성과 단둘이 술을 마신’ 피해자의 행동을 비난하고, 심지어 ‘뭔가를 유발할 만한 옷차림이 아니었냐’는 등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글도 다수 발견되었다. 특히 최초발견자가 부럽다는 글은 매우 충격적이다.

TV토론에서 이 사건에 대해 토론하는 토론자는 "우리는 회사 다녀오겠다. 학교 다녀오겠다 라고 말한다. 이는 이러한 공간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은 매우 빈번한 사건인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학 내 성폭력 신고 건수는 346건으로, 당해까지 5년간 총 1206건의 성폭력 신고가 접수되었다. 비대면 캠퍼스 전 마지막 해인 2019년은 2016년(182건) 대비 2배 높은 신고 건수가 접수되었다. 모든 대학내 성폭력 사건이 신고 된다고 볼 수 없고 신고율이 낮은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실제 언론에서는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최근 대학 캠퍼스 내 성범죄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도하고 있다.(동아일보 '인하대 성폭행 사망사건' 이후...대학들 학내 성범죄 예방고심. 2022.7.18)

7월 4일 서울 연세대에선 의대생 A씨(21)가 교내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옆 칸 학생을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지난달 고려대에서는 축제가 벌어지던 중 30대 남성 B씨가 캠코더 등으로 다수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다고 한다. 5월에도 성균관대 축제에서 성추행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하니 CCTV설치와 방범의 강화, 대학 내 출입제안 같은 안전대책 뿐만 아니라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2022년 7월 19일자 14면(사회)
<동아일보> 2022년 7월 19일자 14면(사회)

이제 대학내성폭력 사망사건과 같은 극악한 성폭력 범죄와 대학내 성폭력 사건은 왜 증가하는 것인지 그 이면을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대학에서는 대자보가 게시되고 있다. ‘익명의 인하대생 A’는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이 학교에는 ‘공공연히 떠드는 사람’과 ‘숨죽여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공공연하게 떠드는 사람들은 이번 사건으로 입시결과(입결)가 걱정된다고 말한다. 반면 폭력이 걱정돼 불쾌한 상황에도 친절하게 살아야 하는 여성, 학내 성폭력 사건과 성차별적 문화를 지적하면 ‘꼴페미’, ‘메갈’로 공격을 당할까봐 자기를 검열하는 사람들은 숨을 죽인다”라고 하였다.

또한 학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문제를 경시해왔음을 지적하였다. 실제 이 대학에서는 2019년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으로 입후보한 학생이 여학생을 온라인상에서 스토킹했던 사실이 공론화되기도 하고 2016년에는 의예과 남학생들이 술자리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을 성희롱해 징계를 받기도 했으나 ‘성급히 일반화하지 말고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는 학내 여론이 있었음을 이야기 하였다. 26일에는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되어 대학가에서 여성이 모욕당하고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비판했다.

지난 몇 년간 대학가에서는 연세대학교(2019), 경희대학교(2021)의 총여학생회가 없어지고 여성주의 강의와 모임에 대한 사이버테러가 거셌으며 안티페미니즘 기류가 강해졌다. 2018년 미투운동 시기에도 대구지역 대학내 미투 사건을 진행할 때 성폭력사건에 대한 대자보를 붙이는 것을 한밤중에 신변을 걱정하며 몰래 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미 대학내 분위기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대학 내 문화에 대한 비판과 자정작용이 상실된 것이다.

문제는 대학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도 매우 우려된다. 2022년 현재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를 위한 로드맵을 조속히 만들라고 하고 여가부 장관은 이번 대학내성폭력사건에 대해 질의하자 디지털성폭력 피해의 20%가 남성이라는 동문서답을 했다. 이미 존재하는 성차별과 여성대상 폭력의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단순한 안전의 문제로만 접근할 때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그 폭력의 극단적 형태인 ‘여성살해’ 혐의가 있음을 직시하고 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임을 직시할 때 이미 나와있는 대안들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주 칼럼 35]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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