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2억 들인 '침수예상지도' 무용지물...5년간 '꽁꽁'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8.16 22: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 웹지도 제작
강우량별 대피소·교통·의료기관 정보, 2018년 완성
웹지도 취소→500쪽 책, 시청 열람...촬영·기록 불가
5년 실적 고작 2명 "집값 사유재산권 반대 민원"
시민단체 "안일...재해 예방이 우선, 온라인 공개"


대구시가 예산 2억여원을 들여 만든 '침수예상지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 피해 예상 지역을 미리 파악해 맞춤형 안전대피소, 교통정보, 응급의료기관 등 종합 정보를 담은 온라인 지도를 시민에게 공개하기로 했지만, 이 지도는 5년째 잠들어 있어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폭우로 불어난 하천과 무너진 도로 / 사진.행정안전부 '호우 시민행동요령' 화면 캡쳐
폭우로 불어난 하천과 무너진 도로 / 사진.행정안전부 '호우 시민행동요령' 화면 캡쳐

대구시 시민안전실에 16일 확인한 결과, 대구시는 지난 2018년 침수예상지역에 대한 '재해정보지도' 제작을 완료했다. 예산은 2억여원이 들었다. 권영진 대구시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7년 2월 8일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도 제작을 발표했다. 당시 정명섭 재난안전실장이 직접 제작을 공표했다.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침수예상지역 ▲대피경로 ▲안전대피소 ▲응급의료기관 ▲공공기관 ▲재난상황을 수록한 지도를 2017년까지 제작해 시민에게 공개한다고 했다. 강우량 상황에 따라 사전대피 관련 내용을 매뉴얼화해 침수 피해 예상 상황에 따라 시민 안전을 확보하는 취지다. 

침수흔적도와 침수예상도를 토대로 재해가 발생할 경우 필요한 정보를 표시한다는 원칙도 발표했다. 내가 사는 동네의 침수 발생 이력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과거의침수 발생 내역을 전수 조사해 ▲침수 시기 ▲침수 범위 등을 지형도와 지적도에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 지도를 통해 ▲각종 개발 계획 ▲토지 이용 계획 ▲재해예방사업을 수립할 경우 근원적인 재해 저감 대책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2017년 2월 8일자 '대구시 침수예상지역에 대한 재해정보지도 제작' 보도자료 / 자료. 대구시
2017년 2월 8일자 '대구시 침수예상지역에 대한 재해정보지도 제작' 보도자료 / 자료. 대구시

시간당 최대 강수량 70mm 이상, 90mm 이상, 105mm 이상 폭우가 내릴 경우 '내수 침수 시나리오'별로 수치를 계산해 과학적 기법으로 미래의 침수 예상 지역을 예측한 지도다. 겨울철 폭설시에도 주요 간선도로 제설 구간과 주요 교통 통제구간, 제설함 위치, 제설기관 등의 정보를 수록하기로 했다. 시민 접근성을 위해 인터넷 지도를 제작해 웹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온라인과 앱 어디에도 해당 지도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18년 지도 제작을 마무리했지만 온라인상 어디에서도 해당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웹지도 제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연 웹지도 제작을 취소하고, 500쪽자리 1권 책으로만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를 보기 위해서는 대구시청사에 직접 가서 열람권을 얻어야 한다. 열람권을 얻어도 내가 보고 싶은 지역을 특정해 볼 수 있다. 사진·영상촬영, 기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제'를 권고하는 탓이다.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한 가정집 / 사진.기상청 '집중호우 대비 행동' 화면 캡쳐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한 가정집 / 사진.기상청 '집중호우 대비 행동' 화면 캡쳐

갑자기 웹지도에서 책자 지도로 바뀌고, 공개 범위도 줄어든 것은 '민원'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침수예상지도에 포함된 해당 지역의 일부 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반대했고, 대구시가 민원을 수용한 것이다. 당시 민원의 내용을 보면 "지도 공개는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게 대다수다. 

그 결과 지도를 만들어놓고도 홍보는커녕 캐비넷에 꽁꽁 숨겨져 있어 있으나마나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도를 열람한 실적도 지난 5년간 2명에 불과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대구시 시민안전실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당초 취지는 온라인 공개였는데 제작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해 책자로 만들었다"며 "'제 집이 침수지역이면 누가 좋아하겠냐' 당시 그런 반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 시민들은 침수지역이라고 하면 찝찝해 하니까 반발한 것 아니겠냐"면서 "대구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처럼 비가 크게 오지 않는 지역이고, 50년 빈도로 홍수기가 있어 방재 목표도 거기에 맞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에서도 공개적으로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시민 누구나 시청에 오면 지도 열람이 가능하다. 대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철섭 대구시 시민안전실장 '집중호우 대비 대처상황 점검회의'(2022.8.10) / 사진.대구시
김철섭 대구시 시민안전실장 '집중호우 대비 대처상황 점검회의'(2022.8.10) / 사진.대구시

반면,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군사지도도 아니고 누구나 실시간 정보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 5년간 정보를 업데이트 하지 않은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기후위기 시대에 100년 만에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을 포함한 수도권, 충청권이 수해를 입었는데 있으나마나한 지도를 만든 건 안일하다"면서 "사상 최대 폭우가 언제 내릴지 모르는데 재해예방이 우선이다. 홍준표 시장은 스마트 행정을 한다고 했으니 온라인에 지도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부동산값 민원만 고려할 게 아니라 이를 설득하고 재해 예산을 투입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지역 침수예상지역(2019년 기준)은 113곳이다. 시내 침수예상지역은 13곳으로 모두 378가구, 하천 범람 우려 지역은 금호강 동촌유원지 인근 40가구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