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와 검찰 수사지휘권”

평화뉴스
  • 입력 2005.10.18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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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투고] 이영희...
“북진통일과 남진통일, 그리고 검찰의 기득권과 저항”

천정배 법무장관 헌정 처음 검찰 수사지휘권 발동(2005. 10. 13), 김종빈 검찰총장 천법무수사 지휘 수용 유보(10. 14), 김총장 사표제출(10. 15), 노무현 대통령 김총장 사표 수리(10. 16), 청와대 천법무 신뢰(10. 17).

요즈음 며칠 동안의 이 나라 모든 언론매체의 머릿 기사와 중요 뉴스들의 제목들이다. 이 제목들은 국가보안법 사건이 검찰 항명사건으로 바뀌어 간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지난 석 달간의 과정과 언론 보도를 보면 이 나라 수구 세력들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도 권력 주변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회를 이용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어떻게 언론과 권력을 이용하는 지 잘 말해 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지난 7월 27일 동국대학교 강정구 교수가 인터넷 신문인 “데일리서프라이즈”에 1950년에 발발한 6.25 전쟁의 성격과 미국의 역활에 대해 평소의 학문적 소신을 밝히는 글을 실었다. 즉 6.25 전쟁은 후삼국 시대 견훤과 궁예, 왕건 등이 삼한을 통일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처럼 북한 지도부에 의한 통일 전쟁이며, 미국의 역할도 재평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글은 즉각 수구 보수세력들의 반발을 불러 왔고, 그들은 학문적 연구를 학문적 논리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색깔 논쟁으로 몰고 갔다. 몇 몇 보수 시민단체가 강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구속여부가 문제되자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작년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몸으로 막은 것을 참으로 잘 했다고 까지 말하면서 강교수의 처벌을 요구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강정구 교수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학문적 연구를 사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면서 강교수의 처벌을 반대했다.

작년 국회에서 국보법 폐지안을 냈던 여당과 민주노동당은 처벌을 반대하고, 그때 단순 찬양고무죄와 이적 목적이 없는 통신.회합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국보법 개정안을 냈던 한나라당은 그때와는 다르게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마침내 10월 10일 서울 경찰청은 국가보안법 제 7조 1항(찬양, 고무 등)과 5항(이적표현물제작.반포) 혐의로 검찰에 수사지휘를 요청하면서 구속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사건이 단순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이 아니라 검찰항명으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문제는 제쳐두고 사법적 처벌과 법무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간단히 말하고자 한다.
“이승만의 북진통일 의지...북진통일은 통일이고 남진통일은 통일이 아닌가?”

나는 1950년대 말 서울에서 중.고등하교를 다니면서 반공교육을 많이 받았을 뿐 아니라 실천에도 참여했다.
3.1절 등 국경일이 되면 동대문운동장 등 넓은 장소에서 그날 행사가 진행되었다. 나는 여러 번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연설하는 연단으로부터 수십 미터 거리에서 그의 북진통일의지를 포함한 반공 연설을 들어을 뿐 아니라 동대문에서 시청까지 북진통일을 외치면서 관제 시가행진에도 참여했다.

이승만 정권은 힘만 있었다면 다시 북으로 밀고 올라 갔을 것이다.
국군과 유엔군이 1950년 10월 1일 38선을 넘어 북진해서 압록강까지 갔다가 1951년 1월 4일 중국 인민해방군의 개입으로 후퇴하여 통일이 되지 못한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해서 기회 있을 때 마다 북진통일의 의지를 밝혔다.

나는 미국이 한국의 전시작전권을 돌려주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초기에는 이승만 정권의 이런 시도를 막을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지난 40여년 간의 독재정부 시절 얼마나 많은 인사들이 평화통일을 주장하다가 처벌을 받았고 그 중엔 사형을 받거나 고문으로 죽어간 사람도 한 둘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나는 대구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의 한 사람으로 북성로 일대의 10월항쟁의 현장을 답사하고 인민혁명당조작사건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통일열사들이 묻혀있는 현대공원을 찾아 도법스님과 함께 그분들의 혼을 위로하는 간단환 위령제를 지냈다. 나는 돌아 오는 길에, 자기들의 과오를 깨닫기는 커녕 아직도 이념 마녀사냥을 일삼는 조.중.동 신문과 수구세력들의 행태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북진통일은 통일이고 남진통일은 통일이 아닌가?
북진통일이나 남진통일은 전쟁의 성격을 말하는 것이지 전쟁의 정당성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따라서 학문적 연구나 문학, 예술작품을 사법적 잣대로 평가하려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를 왜곡하고 문화를 후퇴시킨다.

강정구교수의 주장을 처벌한다면 반공주의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 모든 예술행위나 문학작품을 처벌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끈 영화 웰컴동막골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조정래씨의 태백산맥이 10여년 만에 불기소처분을 받은 지가 얼마 안 되는데 또다시 이런 이리 일어 났다는 것은 이 나라의 기득권들이 얼마나 완고한 지를 잘 보여 준다 하겠다.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최초의 수사지휘권 발동”

둘째 법무부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에 대해 살펴보자.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과 이 문제에 대해 40여분간 대화를 하고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천 법무부장관의 조치는 기소나 처벌 내용이 아니라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는 수사과정의 문제였다. 불구속 수사는 최근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몇 년 전부터 사법부와 검찰이 공개적으로 추진해온 방침으로서, 구속의 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를 막기위한 조치다.

검찰청법 제 8조는 법무부장관은 일반사건에 대해서는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 수사사건은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법무부장관은 적법한 절차를 따라 적법하게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이 그동안 공안사건(국보법, 집시법, 노동법, 국가공무원법 위반사건)에 대해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법을 적용한 것을 고치고, 구속 수사를 최소화하려는 최근의 사법방침을 따르고, 강교수는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려 불구속 수사지휘를 한 것이다.

일부 언론 보도도 잘못되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불법적이고 비공식적인 장관의 지휘감독이 있었는 지는 그동안의 용공조작과 사건확대 의혹을 받아온 많은 사법행위에서 짐작할 수 있다.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최초가 아니라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최초의 지휘권 발동일 뿐이다.
김 검찰총은 검찰의 독립을 위해 사표로 대응한다고 했다. 민주주의 근간은 문민통제의 원리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이유는 사법절차와 판결에 간접적으로나마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법 해석이나 검찰권 활용도 어떤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대통령을 뽑을 때 국민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은 사법절차에 직접 간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가장 적절하다고 인정하는 인물을 사법부나 검찰의 장으로 임명함으로써 국민의 뜻이 반영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국가라면 법원이나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검찰을 위한 검찰로 비쳐지는 행동...국민의 검찰이 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

10월 17일 자 한겨레신문을 보면 검찰총장은 장관과의 협의과정에서 장관이 자기와 의견이 다르니까 문서에 의한 지휘권 행사를 요구했고 법무부간부들이 문서에 의한 지휘권행사는 상당한 파문이 예상되니 취소를 요구했으나 아무 답이 없어 천 법무부장관은 할 수 없이 문서로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볼 때 이번 검찰총장의 행위는 검찰내의 강경세력과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을 믿고 개혁적 장관 , 더 나아가 대통령을 길들이려 한 항명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검찰총장의 행위는 문민통제와 검찰독립을 훼손한 중대한 사건이다. 다행이 대통령은 즉각 사표를 수리하고 천장관은 10월 16일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수구세력들의 반인권적 공세에 대해 단호이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다. 이번 기회를 거울로 삼아 검찰 개혁을 확실히 이루어 내어야 할 것이다.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과거청산 의지를 밝히고 모든 공안사건 재판기록을 모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일 퇴임한 유지담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무엇보다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권력에 맞서 독립을 진정코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는 침묵했으면서, 정작 사법부에 대한 경청해야 할만한 비평을 겸허이 받아들여야 할 때 이를 외면한 채 사법권 독립이라든지 재판의 권위라는 등의 명분으로 사법부의 집단이익을 꾀하는 것으로 비쳐질 우러가 있는 움직임에도 낸정한 판단을 유보한 채 그냥 동조하고 싶어 했다는 것입니다”고 했다.

검찰이 독재권력의 시녀노릇을 했다고 수 없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은 커녕 기득권자들의 '기득권 지켜주기'에 앞장서는 것 같은 모습은 너무나 치졸하다. 행정부 산하 권력기관들이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고 청산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 이때, 검찰의 모습은 국민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검찰을 위한 검찰로 비쳐지는 행동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깝고 통탄할 일이다. 하루 빨리 검찰은 물론이고 임명과 지휘권을 가진 대통령과 법무장과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조직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이영희(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 공동대표)
이영희(62) 선생님은, [전교조] 위원장을 지냈으며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강정구 교수의 주장과 검찰의 수사지휘권 파문에 대해 평화뉴스에 글을 보내오셨기에 그대로 싣습니다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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