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평화뉴스
  • 입력 2005.12.3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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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편지>
고마운 독자님들께..."부족한만큼 채워가겠습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해의 끝날.
북적이던 동인동 뒷골목도 한적하고, 늘 혼자였던 사무실이 오늘은 더 쓸쓸합니다.
맨날 남의 사진 싣고 남 쫓아 취재하다 이렇게 제 사진에 제 글을 싣자니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뭣 좀 멋진 말로 송년 인사를 드려야 할텐데, 한달 전부터 생각해 온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말 외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읽어주는 사람만큼 고마운 분이 또 있을까.
“좋은 글 잘 봤다”는 인사에 몇날동안 기분 좋아했고, “별 볼 것 없네”라는 말에 일주일 내내 기분이 울적하기도 했습니다. 오타 하나 보이면 여기 저기서 전화에 이메일이 날아오고, 아침에 새 글이 올라가지 않으면 “어제 놀았나” 하는 핀잔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2004년 2.28에 평화뉴스를 창간해 1년 반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 글을 올렸고, 그러다 지난 추석 무렵 처음으로 일요일 하루를 쉬어봤습니다. 모진 독자 한명, “월요일 아침에 주말 기사가 있다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몹시 서운했습니다. 내심 “자기는 매주 쉬면서...” 했지만, 그 이후로 쉬는 날은 여전히 내 복이 아닌 듯해 버텨왔습니다.

혼자 버티기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4년을 함께 한 배선희 기자에 대한 그리움이 자주 일었습니다. 그녀는 ‘미담 전문기자’라는 별명이 따라다닐 만큼 따스한 기사를 많이 썼는데, 그녀가 떠난 빈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특혜 의혹’ 같은 비판성 글이 많았고, ‘인혁당’ 같은 무거운 주제들이 채워졌습니다. 뭣하나 가볍게 볼 수는 없지만, 또 그 나름대로 의미도 크지만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나눔과 섬김’이라는 평화뉴스 가치에 충실하지 못했기에 더 안타까웠습니다. 독자들 보기에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 미안함에 힘을 준 분들이 많았습니다.
‘기자들의 고백’에 이어 시작한 ‘매체비평’. 한주 건너 금요일마다 현직 기자 예닐곱이 모여 지역신문을 헤쳐보며 의제를 정하고 돌아가며 글을 썼습니다. 평균 연차가 10년쯤이니 웬만한 기사는 취재원을 알 수 있었고 ‘넘치는’ 기사와 ‘모자라는’ 기사를 가려 볼 수 있었습니다. 좁은 대구 바닥에 다 아는 기자들이라 인간적 고민도 적지 않았지만, 반론에 재반론을 이어가며 현직 기자들의 매체비평을 해왔습니다. ‘비평’이라 글 한자 한자에 더 신중했고, 새벽까지 토론하며 글을 써 온 그 기자들이 한해 내내 고마울 뿐입니다. 그리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혹은 정기적으로 칼럼을 써 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힘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큰 신문사에 글 쓸 일도 많으실텐데, 평화뉴스에 한줄 한줄 정성으로 글을 써주셨습니다. 또한, 시민사회 칼럼. 주말에세이. 인의협의 의료진단을 통해 고민을 담아주신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창간 1년 반이 지나 지난 6월에 시작한 후원사업.
매월 1만원 안팎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큰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은행에 가서 통장정리를 하며 그 통장이 찍힌 이름을 새깁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렇게 정성을 보내주시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6개월만에 150명의 후원인이 평화뉴스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분들이 계셨기에 ‘재정적 대안’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만큼 채워가겠습니다.
2006년 새해에는 부산 아가씨 한명이 저와 함께 일할 것 같습니다.
기자공채를 통해 내정된 그녀는, 대구 동인동에 잠자리를 구했고 1월 중순부터 평화뉴스 일꾼이 됩니다. 박봉에 격무라며 다시 생각해보라 했지만, 낯선 타향에서라도 좋은 기자가 되겠다는 그 사람의 꿈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그녀와 함께 하며 대안언론의 길을 찾아가겠습니다.

부족한만큼 채워가고, 모자란만큼 배워가겠습니다.
아직도 ‘대안’이 뭔지 잘 모르지만, ‘찾아가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술 한잔 사주며 감싸주신 분들과 평화뉴스 보시고 이런 저런 의견 주신 독자님들.
한해 동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2005년 12월 31일 평화뉴스 유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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