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에 대한 염원 잊은 적 없다”

평화뉴스
  • 입력 2006.01.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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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넘은 원로들...
“역사는 죽어도 앞으로 간다. 통일은 꼭 온다”

평생 통일의 염원으로 살아오신 원로들...이목(85) 권중혁(85) 강태하(82) 박두표(82) 선생님(사진 왼쪽부터)
평생 통일의 염원으로 살아오신 원로들...이목(85) 권중혁(85) 강태하(82) 박두표(82) 선생님(사진 왼쪽부터)


“해방되고 금새 통일될 줄 알았는데, 60년 넘게 분단돼 있다니 도대체 이게 뭔 일인가.
통일에 대한 염원을 잊은 적 없다. 통일은 꼭 온다. 내 죽기 전에 볼 수 있느냐가 문제 일 뿐이다“


올해 여든 다섯, 권중혁 선생님의 간절한 염원이다.
일제 때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에 다니던 권 선생님은, 학도병으로 끌려가다 대구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해 일본 육군형무소에서 복역했다. ‘좌파’라는 이유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다, 지난 2005년 8.15때 독립유공자로 뒤늦게 서훈을 받았다.

새해 보름이 더 지난 17일 저녁. 대구 약전골목의 한 식당에서 대구지역 평화.통일 원로 1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가 마련한 ‘원로들의 신년회’. 권중혁 선생님을 비롯해 평생 ‘통일의 염원’을 안고 살아 온 어르신들의 만남이다. 사회를 맡은 강창덕(78.민족자주평화통일 대구경북회의 고문)씨는 새해 인사 겸 ‘덕담’ 한 말씀을 부탁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원로들은 여든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꼿꼿하고 힘찬 목소리로 통일의 염원을 쏟아냈다.

맨 먼저 일어선 박두표(82) 선생님.
박 선생님은, 경일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다 ’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다 강제 해직됐다.
“내 소원은 오직 통일이다. 그것도 나는 반드시 ‘자주.통일’이어야 된다. 6자 회담을 한다고 하지만, 나는 솔직히 ‘남.북 2자 회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의 주체는 오직 남과 북이기 때문이다”

박 선생님의 지엄한 주장에 원로들은 고객을 끄덕였고, 박 선생님은 작은 소망을 이어갔다.
“우리 아버지가 일제 그 시절부터 나를 공부시키셨는데, 이렇게 통일운동 하라고 시키신 것 같다. 죽어서 내 이름이라도 이런 자리에 새기면 좋겠다”...

강태하(82) 선생님도 ‘자주.통일’을 강조했다.
“우리의 소원은 오직 자주.통일이다. 언제든지 ‘자주’를 잊지 말자”
강 선생님은 경북 영일 출신으로 해방공간부터 자주.민주.통일운동을 해왔다.

이목(85) 선생님은 ‘역사의 진리’를 말하며 통일의 염원을 담아냈다.
“역사는 무슨 말을 해도 무조건 앞으로 나아간다.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설 때도 있지만, 역사가 흘러가는 방향을 보면 안다. 역사는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 간다. 해방되면 곧 통일될 줄 알았는데...역사는 느리게 간다. 그래도 역사는 죽어도 앞으로 간다“

원로들의 신년회...이목(85) 선생님이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원로들의 신년회...이목(85) 선생님이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목 선생님은 또,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역’과 ‘반역의 정치’에 대해 쓴소리도 내놨다.
"활동을 하다 보면 반동.반역을 많이 본다. 특히, 정치를 보면 더 많다. 민중.민족운동하던 정치인들. 그들이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목 선생님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정에 항의하던 지난 ’60년 ‘대구 2.28운동’ 당시 경북대 사대부고 교사로 근무했다. 2.28과 4.19를 계기로 교원노조운동을 시작했지만, 박정희의 5.16구테타로 10년 형을 선고받고 5년을 복역했다. 이 선생님은 일제시대 때도 우리 말로 된 잡지를 만들다 투옥돼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이날 신년회에는, 시병창(민족자주평화 상임위원), 임구호(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박지극(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상임대표), 류근삼(민자통 대구경북회의 의장). 임세혁. 류연창 목사를 비롯한 10여명의 원로와 젊은 활동가들이 참석해 ‘통일의 염원’과 새해 덕담을 나눴다.

“통일에 대한 염원 잊은 적 없다”는 간절함.
여든 넘긴 나이에도 변함없는 원로들의 소망이, 새해 늦어도 살아 생전에 꼭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신년회 사회를 맡은 강창덕(민자통 고문)씨가 권중혁 선생님을 소개하고 있다.
신년회 사회를 맡은 강창덕(민자통 고문)씨가 권중혁 선생님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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