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은 흑룡강이다”

평화뉴스
  • 입력 2006.09.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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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칼럼 5>...
"우리 할 일은 우리 안에 있지 남의 나라 과학원에 있는 게 아니다"

2년 전 여름휴가 때 하얼빈에 간 적이 있다.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을 저격한 장소를 보고 싶어 하얼빈 역에도 가보았다. 아무런 표석도 없었다. 중국인들도 중국침략의 원흉을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존경 찬양하면서도 기념비 하나 세우지 않았다. 안중근 의사는 어디까지나 남의 나라 인물이지 자기나라 의사는 아니라는 그들의 배타주의와, 우리 쪽의 무감각이 빚어낸 결과로 보였다.

하얼빈에 있는 흑룡강신문사도 방문했다.
우리 동포가 운영하는 신문사이자, 영남일보와 자매결연한 신문사이기에 당시 영남일보 편집국장으로서 간 김에 들러 보고 싶었던 것이다. 또 중국속의 경상도 마을도 찾았다. 그 때 영남일보에 정근재 기자와 박진관 기자가 ‘중국속의 경상도 마을’을 연재하고 있었다.


“박제상태로 돼버린 우리 역사, 광복 이후에도 살아나질 않았다”


요즘 ‘동북공정’ 때문에 난리다.
발해도 고구려도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예상 못했다는 듯 분노하는 모습들이다.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일본의 역사왜곡은 정평이 나 있지만, 중국의 역사왜곡의 역사는 참으로 길다.
따지고 보면 이민족의 지배가 많았던 중국은 지금 자기들 식으로 역사를 갖고 놀고 있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가 공평정대 불편부당한 역사기술인가, 역사왜곡의 극치인가. 단군조선이 중원대륙을 지배한 역사적 사실을 뒤집어 중국이 단군조선을 지배한 것으로 변조한 게 사마천의 ‘춘추필법’이라는 재야 역사가의 지적이 설득력을 지닌다. 중국과 일본이 과장 확대 견강부회(牽强附會) 등의 수법으로 부풀리기 왜곡 조작을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우리의 옛 강역을 축소 부인 등의 수법으로 깎아내기 왜곡 조작을 해온 것이다.

중국대륙을 지배한 환인천제, 환웅천황시대 5천년의 우리의 상고사도 우리 스스로 부인한다.
고구려와 백제가 중국의 동쪽해안에서 북쪽 내륙까지 광활한 영역을 지배한 사실도 부인한다.
축소왜곡한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래 사대모화사상에 젖는다.
우리의 역사인식은 일제의 조선역사 말살로 박제상태가 돼버린다. 광복이후에도 우리의 역사는 살아나질 않는다.

동북공정은 중국정부 산하기관인 사회과학원이 앞으로 남북통일에 대비한 프로젝트다.
청일간에 맺은 간도협약의 무효화를 선언하며 간도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할 것을 우려, 동북강역을 중국역사로 견고하게 편입시키기 위해 선수를 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계속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우려하는데도 우리는 우리의 동포들이 자치구로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도 중국식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축소 왜곡해 온 우리들의 잘못부터 인식해야”

흑룡강은 흑룡강이다. 그런데 우리는 ‘헤이룽장’이라고 고쳐 부른다.
연변은 연변이다. 그런데 우리는 ‘옌벤’이라고 고쳐 부른다. 연길을 ‘옌지’로, 길림을 ‘지린’으로 부른다.
그곳에 사는 우리 동포들 중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데도 우리는 무슨 결벽증 환자처럼 꼬부려서 발음한다.

연변의 우리 동포문인들은 ‘옌벤문학’을 발간하지 않고, ‘연변문학’을 발간한다.
하얼빈의 우리 동포신문은 ‘헤이룽장 신문’을 발행하지 않고, ‘흑룡강 신문’을 발행한다.

우리도 연변을 연변으로 불렀었다. 그러다 88올림픽을 앞둔 1986년 당시 문교부 산하 국어연구소는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 현지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가 우리 땅(수복 여부는 접어두고)이름을 남의 나라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은 무슨 동북공정이 어떠니 할 자세가 돼있지 않다는 것과 같다.

중국의 우리 역사 왜곡에 항의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남의 역사를 자기 것인 양 가로채는,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적극 항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남의 나라가 버리고 깎아내고, 덩달아 스스로도 축소 왜곡해 온 우리들의 잘못부터 인식해야 함이 순서다. 일제 40년간 말살된 우리 역사가 일제 패망이후 복원되었는가. 중국과 일본이 우리 땅을 놓고 맺은 간도협약이 일제가 물러간 뒤 무효화되었는가.

우리가 연변을 옌벤이라고 부르는 한 동북공정은 효과를 거둘 것이다.
언제나 우리가 할일은 우리 안에 있지 남의 나라 과학원에 있는 게 아니다.


<유영철 칼럼 5>
유영철(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cyoo17@naver.com)
유영철 전 편집국장은, 1978년 영남일보에 입사해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으로 8년동안 매일신문에서 근무했으며, 1989년 복간된 영남일보로 돌아와 사회부장과 편집부국장 등을 거쳐 2005년 5월까지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이 글은, 2006년 9월 11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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