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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US FTA, 그들 만의 자유"

기사승인 2007.04.02  09: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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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국 칼럼]..
"목숨 잃어가며 찾으려 한 자유, 알맹이는 썩고 껍데기만 남았다"

 
 
삼월 마지막 날, 이 땅의 새벽은 동 터 온 것이 아니라 햇살 한 뼘 비치지 않는 먹빛이었습니다. 봄꽃들의 아우성은 뇌성벽력에 파묻히고, 아직 채 모가지도 못 내민 꽃봉오리들이 여기저기 어지러이 널브러진 채 짓밟히고 있었습니다.

밤새 TV에 눈을 떼지 못하고 퀭한 눈으로 출근길을 서두르던 시민들 앞에 펼쳐진 것은 화사한 봄기운이 아니라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과 비바람이었습니다.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정말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군국주의로 무장한 일본이 한반도 강점의 길을 튼 을사늑약이 맺어지던, 100여 년 전 그 해의 하늘도 이러 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 이제 4월입니다. 그러나 4월 역시 첫 날부터 하늘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진달래로 붉게 물든 산천은 고사하고, 늘 눈앞을 가리던 콘크리트 덩어리들마저 윤곽을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잿빛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하늘에서 거친 모래바람이 일어 숨을 턱턱 틀어막는 정해년 4월의 첫날이었습니다.

한반도 한민족의 자존심과 주권을 지키려는 백성들의 CHORUS가 1년 넘게 이어져 왔지만 이 나라의 통치자는 백성들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일갈한 뒤 'KORUS'(한국.미국을 붙여 줄인 말)라는 말로 화답하고 말았습니다. 통치자만이 가지는 ‘특단의 의지’요, ‘최종 결단’이랍니다. 어떤 정부도 함부로, 그 어떤 누구도 감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노 대통령은 일찌감치 “자신 만이 할 수 있다”며 “교만스럽게 말”해 왔습니다. 진작부터 여론과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공언해버린 대통령이었던 만큼 한 늙은 노동자가 몸을 불태우면서까지 내지른 소리가 들릴 리 없을 터이지요.

통치자의 고독한 결단이 늘 야수와 다를 바 없는 공권력의 폭력으로 이어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통치자만의 고독한 의지와 왜곡된 신념 때문에 국민들은 말하고, 쓰고, 읽는 자유마저 박탈당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아버지들은 무능했습니다. 아들.딸들에게 “편하게 살라하면/도둑놈이 되라는 말이 되고/정직하게 살라하면/애비처럼 구차하게 살라는 말이 되는” 그런 시절에 아들.딸들은 돌을 들었습니다. "증오에 대해서 알 만큼은 알”만한 나이였기에, “자유를 위해 증오할 것을 증오”할 수밖에 없던 아들․딸들은 아버지의 무기력한 한숨소리와 간절한 당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을 들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소리도 없이 끌려갔다가 시신으로 되돌아왔던 이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젊은이들이 스스로 몸을 불사르던 일이 돌림병처럼 번지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자유를 위하여 피를 흘리며 돌을 들고 있던 그 아들․딸들이 장관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이 나라 권력의 심장부라고 하는 청와대에까지 득시글거리고 있는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제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라고 떠들어대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는 이 나라에 이제 자유가 만개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그들만의 자유”일 뿐입니다. 진달래, 유채꽃, 산수유. 목련화.... 한반도의 모든 꽃들이 자유로운 함성을 터트려야할 한 이 산하에는 거친 모래바람이 몰아닥쳐 모두 숨을 죽이고 있는데 난데없이 자유를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KORUS FTA를 반대하는 흐느낌과 절규는 날 선 방패에 둘러싸여 한 발자국도 내쳐나가질 못하고 있는데, 한 쪽에서는 선진경제대국으로 가는 자유의 고속도로가 놓였다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몰랐습니다. 진정 몰랐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돌을 들고 목숨을 잃어가면서까지 찾으려 했던 자유가 정녕 이런 자유일지는 몰랐습니다. 그 자유가 권력자들이 지지자를 배신하고 국민들을 우롱하면서 제멋대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그런 자유일지는 몰랐습니다. 그 자유가 기업의 자유요 자본가의 자유일지는 진정 몰랐습니다. 미국의 장사꾼들이 이 나라에서 마음 놓고 활개칠 수 있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자유일지는 아예 짐작조차 하질 못했습니다. 그 자유가 한민족 5천년 역사를 이어온 농민들의 마지막 숨통을 끊을 화살이 되어 날아 올 줄을 꿈에서라도 생각하질 못했습니다.

정해년 4월로 이제 이 나라는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알맹이는 썩고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향그러운 흙가슴"을 사랑한 4월의 시인 신동엽이 지하에서 흐느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김진국 칼럼 3]
김진국(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의사. 대구경북 인의협 공동대표)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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