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선고, 마지막 18시간의 밤.."

평화뉴스
  • 입력 2007.05.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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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민예총, 인혁당 다룬 [심연] 공연(6.1-2)
..."4.9 여덟 인혁 넋에 바칩니다"


1974년 4월 8일. 대법원은 ‘인혁당 재건위’ 혐의로 8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다음 날 4월 9일, 사형이 선고된 지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사법살인’.

죽음을 앞둔 18시간.
외로움과 두려움. 억울함과 분노에 치를 떨었을 밤.
빠져 나올 수 없는 어두운 독방에서 그들, 죽음 앞둔 마지막 밤은...

극작가 신철욱(39)씨는 인혁당 희생자들이 겪었을 18시간에 ‘심연(深淵)’이란 이름을 붙였다.
깊은 못.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구렁에서 절망의 ‘심연’에 빠진 마지막 시간을 ‘이미지극’으로 연출했다.


"4.9 여덟 인혁 넋에 바치는 연극...심연(深淵)"

연극 '심연' 홍보사진
연극 '심연' 홍보사진
대구민예총(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대구지회)는 오는 6월 1일과 2일, "4.9 여덟 인혁 넋에 바치는 연극"이란 이름으로 인혁당 희생자들의 마지막을 다룬 연극 ‘심연’을 공연한다. 5시와 7시30분 하루 두차례 대구 범물동 용지네거리 인근의 ‘가락스튜디오’.

이번 공연은 극단 ‘가인’ 대표를 지낸 극작가 신철욱씨가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고, 중견배우 이철진.권순정씨 두 사람이 출연해 ‘심연’에 빠진 희생자들의 정서를 표현한다.

사형이 확정되던 날. 잠들지 못한 채 왠지 모를 불안감 속에 재판과 고문,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며 연극은 시작된다. 끝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될 그날 밤..

신철욱씨는 “어두운 독방에서 겪었던 외로움과 두려움, 허탈과 분노의 18시간이 바로 ‘심연’의 시간”이라며 “사건의 결말에 대한 사실 전달보다는, 죽음을 앞둔 갇힌 자의 고독과 절망을 상징적인 이미지극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대구의 아픔...이제 복권을 위한 시작"

특히, “지난 1월, 인혁당 재건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이제 끝났지 않느냐’는 말들이 많지만, 오히려 ‘이제 복권을 위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올리게 됐다”면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대구의 아픔을 되새기고 진정한 과거청산과 희생자 복권에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공연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과 관련자들을 위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철욱씨는 199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작품. 흉기 둘)과 94년 삼성문예상 희곡부문(작품. 한사람의 노래는)을 각각 수상했으며, 2003년 대구시립극단 정기공연작 ‘노을 앞에서’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배우 이철진.권순정씨 역시 [날개짓],[사람이 있는 풍경]을 비롯한 다수의 공연에 출연했다. (공연.작품 문의: 053-781-1804)


1975년 4월 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1975년 4월 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뒤,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다.

국내외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부르고 있다.
특히, 이 사건으로 희생된 도예종.서도원.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씨를 비롯한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이 사건은,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힌데 이어, 2005년 12월 7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수사지침에 따라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 조작'을 인정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005년 12월 27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이듬 해 2006년 12월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결심공판이, 2007년 1월 23일 대법원 재심이 잇따라 열려 '무죄'가 선고됐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32년 만이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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