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37년 만에 삼촌 학적이 회복됐어요"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 입력 2008.02.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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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여정남 경북대 명예졸업
조카 여상화씨 "삼촌, 제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실거죠?"

인혁당 희생자 여정남씨의 조카 여상화(49)씨가 삼촌에게 쓴 편지...(http://blog.naver.com/imongyang)
인혁당 희생자 여정남씨의 조카 여상화(49)씨가 삼촌에게 쓴 편지...(http://blog.naver.com/imongyang)

"삼촌, 이제 삼촌의 목숨을 돌려놓는 거 이외에 제가 삼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습니다..."

이른 바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여정남씨의 조카 여상화(49)씨는, 삼촌의 명예졸업장을 받기 앞서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편지를 썼다. "오는 26일 삼촌의 명예졸업장을 받으러 대구에 갑니다. 다시 사람들 앞에 나선다는 것이 또 마음에 쓰이지만 잘 하고 올게요"

고 여정남씨는 1945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2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6.3 한일회담 반대투쟁'을 비롯한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3번이나 제적과 복학을 되풀이했고, 1974년 이른 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구속돼 이듬 해 4월 9일 사형이 집행됐다. 당시 경북대 4학년이었다.

그리고, 2008년 2월 26일, 경북대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여정남씨가 경북대에 입학한 지 46년 만이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37년 만의 '명예졸업'이다.

여상화씨..(인혁당추모제 05.4.9 대구)
여상화씨..(인혁당추모제 05.4.9 대구)
명예졸업장을 대신 받은 조카 여상화씨는 고인이 안장된 칠곡 현대공원 무덤 앞에 명예졸업장을 내려놓으며 "삼촌, 이제 내 할 일은 다 한 것 같네요"라며 울먹였다.

또, "삼촌의 졸업장을 받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지금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고 여정남씨의 명예졸업과 묘원 참배에는 지역 평화통일운동단체 회원을 비롯해 30여명이 참가했다.

"삼촌, 나중에 뵙게 되면 제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실거죠?"
여상화씨는 "막상 삼촌의 졸업장을 받게 된다니 마음이 짠해 삼촌에게 편지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7살 여고시절에 삼촌 여정남씨를 떠나보내야했다.


"심천의 입브고 착한 조카 여상화 올림. 풋핫"
여상화씨의 편지에는 삼촌에게 어리광부리는 애띤 조카의 애살이 그대로 묻어났다.

인혁당 희생자 고 여정남..
인혁당 희생자 고 여정남..
고 여정남씨는 1945년 고 여정남씨의 '명예졸업'은, 지난 2007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재심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뒤, 이 해 12월 고인의 조카 여상화씨와 대구경북지역 사회단체가 고인의 명예졸업을 경북대에 신청하면서 결정됐다.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뒤,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사건으로, 국내외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부르고 있다.

특히, 이 사건으로 희생된 도예종.서도원.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씨를 비롯한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1975년 4월 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1975년 4월 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이 사건은,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힌데 이어, 2005년 12월 7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수사지침에 따라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 조작'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005년 12월 27일 '재심 개시'를 결정한 뒤 2007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32년 만이다.

그리고, 2007년 8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인혁당 유족을 비롯해 4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희생자별로 20억-30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고 송상진씨를 비롯한 7명의 유족들은 27-33억원을 받게 됐으며, 고 여정남씨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아 누나와 형제, 조카 등이 모두 7억3천여만원을 받게 됐다


경북대, '인혁당 희생자 추모공원' 추진

한편, 경북대는 여정남씨를 비롯해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된 모교 출신 3명에 대한 추모 조형물과 추모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에 연루돼 숨진 경북대 출신은 여정남.이재문.이재형씨를 비롯한 3명으로, 여정남씨는 당시 사형으로 숨졌고, 이재문씨는 사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1981년 감옥에서 숨졌다. 이재형씨는 이 사건으로 20년형을 선고받고 8년을 복역한 뒤 1982년 출소해 2004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인혁당 사건 관련자인 이현세(62)씨를 비롯한 경북대 출신 사회운동가 35명은 지난 1월 12일 <경북대학교 인민혁명당사건 열사 추모공원 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경북대 교내에 희생자들의 흉상이나 추모비를 비롯한 조형물과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방안에 대해 학교측과 장소.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건립될 것으로 추진위원회와 대학측은 예상하고 있다.

경북대 고 여정남씨의 추모비 앞에 '명예졸업장'을 내려놓고 있는 조카 여상화씨..
경북대 고 여정남씨의 추모비 앞에 '명예졸업장'을 내려놓고 있는 조카 여상화씨..

여상화씨를 비롯한 30여명이 경북대 추모비 앞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여상화씨를 비롯한 30여명이 경북대 추모비 앞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칠곡 현대공원 '통일열사 여정남의 묘' 앞에 놓인 '명예졸업장'...
칠곡 현대공원 '통일열사 여정남의 묘' 앞에 놓인 '명예졸업장'...


경북대가 보낸 '명예회복' 통보서...(사진/ 여상화씨 블로그. http://blog.naver.com/imongyang)
경북대가 보낸 '명예회복' 통보서...(사진/ 여상화씨 블로그. http://blog.naver.com/imong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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