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돌아온다고 눈감는 언론"

평화뉴스
  • 입력 2008.03.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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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칼럼>..'견리사의(見利思義)'
"한반도 대운하, 옳은지 그른지부터 따져라"


안중근 의사(安重根 義士)가 거사한 지 내년이면 100년이 된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등박문을 저격한 의사는 여순 감옥에서 다음해 3월 순국하기 전까지 200여점(추정)의 글(글씨)을 남겼다. 낙관 대신 단지(斷指)한 왼쪽 손도장(掌印)으로 눌린 유묵(遺墨) 40여점이 전해져오고 있다.

그 중 유명한 유묵은 서점에서 책갈피로 끼워주는 데에 활용되고 있는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다. 동국대박물관이 소장중인 이 유묵은 보물 제 569-2호이다.

또 유명한 유묵중 하나는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으로 이 역시 보물 제 569-6호이다. 의사는 어릴 때 배운 한학 문장을 순국 전에 떠올리며 때로 변용하면서 후세에 교훈으로 남기고 순국했다.


"견리사의(見利思義)...이익을 보면 먼저 옳고 그름을 생각하라"
견리사의 견위수명! 의사의 삶과도 같은 이 문구를 의사는 후인들이 되새겨줄 것을 갈망했는지도 모른다.
"이익을 보면 그것이 옳은 것 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라. 그리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내주어라."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목숨을 던지는 것은 의사와 같은 기개가 없이는 하기 어려우므로 그 각오만 음미하면서 일단 접어두자. 그러나 ‘견리사의’는 의사가 보편되게 권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을사늑약(乙巳勒約)이후 경술국치(庚戌國恥) 직전인 그때 의사는 감옥에서 ‘대한국인(大韓國人)’의 이름으로 “이익을 보면 먼저 옳고 그름을 생각하라”고, “매국의 대열에 휩쓸리지 말 것”을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견리사의 견위수명'은 논어 헌문(憲問)편에 나오는 글귀이다.
같은 논어 계씨(季氏)편에는 '견득사의(見得思義)'가 나온다. 군자는 모름지기 생각해야할 9가지가 있다(군자유구사.君子有九思)고 공자는 말한다. 그 중 하나가 '득을 보면 먼저 옳은지 옳지 않은지를 생각하라'는 '견득사의'이다. '견리사의'와 '견득사의'는 같은 의미로 군자가 새겨야할, 갖춰야할 덕목으로 강조된 것이다. 그러하지 않는다면 '동이불화(同而不和)'의 소인배나 다를 바 없다는 경구이다.


"대운하, 타당성 점검도 거른 채 지역 이익 만 따지나"
그런데 역사는 제자리를 맴돌다가 도리어 퇴행하면서 천하에 소인배만 양산하고 있는 듯하다.
이득이 있으면 ‘의(義)’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류층 부유층이 더하고 소위 말하는 지도층이 더하다. 하류층 저소득층은 살기위해 ‘이(利)’를 찾아야 하나 이삭조차 흔하지 않다. 돈이 없고 정보가 없다. 돈과 정보가 넘치는 계층이 옳고 그름은 도외시하고 이익추구에 나선다. 때로는 경제라는 이름으로 부끄럼마저 잊는다. 그것은 전염된다. 만연된다. 일반화된다. 물론 일부이겠지만 공복이라고 말하는 고위공직자도,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교수도 그러하고,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앞세우는 언론도 그러하다.

이기(利己)의 행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반도 대운하 건의 경우, 그것을 추진하는 게 옳은지 그른지, 국토에 대한 예우로서 맞는지 안맞는지 객관적인 타당성 점검도 거른 채 내 지역에 이익이 있나 없나부터 따지는 모양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자치단체는 대운하 건설을 전제로 지역발전 계획 수립에 착수하고, 낙동강 유역 터미널 후보지가 어디에 오는지에 혈안이 되어있고, 벌써 땅값도 들썩거린다. 경북도청이 어디에 갈지, 이전이 흐지부지 될지 모르지만, 경북 일부 지역의 부동산은 이미 금력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선점해놓았기에 그쪽으로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소문도 몇 해 전에 있었다. 도청 이전이 이익을 다투는데 악용되었던 것이다. 지난해에도 일부 지역의 땅값이 도청이전 적지라는 소문과 함께 오른 적이 있었다.


"지역출신 홀대?...'영남 편중' 인사는 왜 지적하지 않나"

이명박 정부의 조각 발표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영남 편중이니 지역 홀대니 하는 비판적인 기사도, 경륜 중시니 지역안배니 하는 우호적인 기사도 같은 선상이다. 그런 가운데 영남 출신이 집권하면서 또다시 생겨난 ‘농수산부장관= 호남 출신’이란 등식에 대한 지역 언론의 무비판적 수용은 지역이기와 같은 차원이다.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지역출신이 홀대를 받았었다. 군의 경우에도 일부 기수의 경상도 출신은 별을 딸 수 없다는 푸념도 들렸다. 공직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지역출신이 홀대를 받는다”고 지역 신문이 자주 보도했었다.

그러한 기사를 쓴 지역 신문이라면, 불편부당하고, 지역이기에 빠져있지 않다면, 이번에는 법무장관 민정수석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사정기관의 수장이 모두 영남출신인 점이나, ‘호남출신의 유일한 몫 농수산부장관 안배’라는 3공 5. 6공식 회귀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영남 출신이 집권했더라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의 회귀나 홀대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영남 출신 대통령 당선인의 옳은 판단을 위해서라도 영남 지역 언론이 그러한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언론이, 이익이 돌아온다고 눈감고 불이익이 있을 때만 눈을 부릅뜬다면 이미 언론의 기능과 역할에서 멀어진 것이 된다.


"언론, 이익이 아니라 옳음을 쫓아야"
안중근 의사가 ‘견리사의’를 남기고 순국한 지 100주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의사의 바람과는 반대로 이익을 앞세우는, 이익에 눈이 먼 소인배가 다 되어버린 우리들이 그 의미를 생각하고 생각해 볼 일이다. 이익이 있을 때는 합당한 지 아닌지 짚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지도층은,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은 이익을 쫓을 게 아니라 옳음을 쫓아야 할 것이다. 중심을 잡아야할 사람들이 그러하지 않아서야 어찌 되겠는가.


<유영철 칼럼 8>
유영철(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cyoo17@naver.com)

유영철 전 편집국장은, 1978년 영남일보에 공채 수습기자로 입사, 사회부기자를 거쳤으며,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8년동안 매일신문에서 경제부 교열부 편집부에 근무했습니다. 1989년 복간한 영남일보로 돌아와 제2사회부차장, 제1,제2사회부장과 편집부국장 등을 거쳤습니다. 2003년 3월부터 2005년 5월까지 편집국장을 지낸 뒤 퇴임했습니다.



(이 글은, 2008년 2월 21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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