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정확히 '표적'을 겨냥하고 있다"

평화뉴스
  • 입력 2008.06.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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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외교관례는 핑게..관보게재 무기한 연기하고 재협상에 나서라"

객기와 만용으로 헛발질만 하던 인수위시절부터 충분히 예상되었던 일이었지만, 정권의 지지기반이 경찰특공대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되는 시점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아직 임기 100일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는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잎들이 피워 올린 촛불에 둘러싸여 청와대에 ‘위리안치’되어 있는 꼴아 되고 말았다.

이 쯤 되면 사정당국은 만만한 사람 몇몇 지하실로 끌고 가서 물고문, 전기고문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친 뒤 간첩이란 붉은 딱지를 덧씌워 발표를 하고, 이를 <조중동>이 받아 도배질을 하면 상황이 종료되던 “그 때 그 시절”을 수도 없이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들까지 금강산으로, 개성으로, 평양으로 넘나들게 된 세월이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는데, 그것은 ‘차마’, ‘감히’, ‘끝내’ 꺼내들 수 없는 낡은 수법이란 게 너무너무 안타까웠을 것이다. 게다가 조직도 없고 지도부도 없는 그야 말로 민초들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불복종 운동이요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이니 잡아들일 그 누구를 특정하기조차도 힘든 상황이다. 하늘을 나는 새도 북한에서 날아든 간첩으로 만들어 사로잡을 만큼의 역량을 갖춘 것이 이 나라의 사정기관이지만,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는지 파악”하라는 엄명은 너무나도 수행하기 어려운 하명인 것 같다.


"장관 몇 명에 가라앉을 민심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청와대는 촛불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구를 열어보기 위해 몇 가지 미끼를 던질 심산인 모양이다.
하지만 분노한 민심은 그 미끼라는 것도 도마뱀 꼬리 자르기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일찌감치 눈치 채고 있다. 들러리와 총알받이에 불과한 장관 몇 명 물리친다고 가라앉을 민심의 폭풍이었다면 처음부터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민심은 정확히 표적을 겨냥하고 있다. 시위대의 표적은 농림부도 아니고, 교육부도 아니고, 보건복지부도 아닌 바로 청와대다. 하지만 협상의 대상을 누구로 해야 할 지조차 알 수 없는 청와대로서는 한 치의 타협과 절충의 여지조차 찾기 어려울 것이다.

분노한 민심은 지도부도 없고 대변인도 없이 자연스레 결합하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결합의 수와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위대가 토해내는 요구 또한 자연스럽게 상승하면서 절묘하게 일치되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과반수를 훌쩍 넘는 의석수를 가진 한나라당은 몸집이 너무 무거워 실속 없이 버둥대고만 있다. 경찰만이 자신 얼굴에 똥칠, 먹칠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 채 동분서주, 분골쇄신 충성을 바치고 있다.


"외교 관례에 주눅들어 주권과 국민 건강을 내팽개칠텐가"


아직은 시간이 있다. 청와대가 촛불의 포위망을 뚫고 대로로 다시 걸어 나오기 위해서는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관보게재를 이제라도 무기한 연기하고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주장이 한낱 핑계에 불과한 것이란 점은 자신들이 저지른 외교행적에서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 과정에서 중국정부는 통상 외교 관례에 어긋난 결례를 저질렀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강력히 항의를 하면서 심각한 외교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주권국가의 자존심과 자국의 이익을 넘어서는 ‘외교관례’란 것이 있을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 준 것이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에서 얻은 유일한 성과(?)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외교관례’에 주눅 들어 주권국가의 자존심과 국민의 건강과 생명까지 내팽개치는 권력자가 가야할 길은 어디인가? 거리의 민심은 정확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가련한, 정말 가련한 오사영 정권"


하지만 이런 평범한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부류들이 바로 청와대 사람들인 것 같다.
불타오르는 민심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예정대로 강행할 태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기루와도 같은 자신의 과거 성공신화를 믿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의 힘과 저돌력을 굳게 믿고 있는 모양이다. 가장 막강한 원군이었던 <조중동>의 약발도 떨어지고 이제 취임 100일도 안된 상태에서 남아 있는 힘이란 게 고작 검찰과 경찰을 비롯한 ‘오사영’(자신이 임명한 5대 사정기관 수장들의 영남인맥)들뿐 것을... 그 힘으로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풀잎의 아우성을 벨 수 있고, 짓누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그는 앞으로 4년 9개월을 청와대에 위리안치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가련한, 정말 가련한 오사영 정권이다.

[김진국 칼럼 14]
(김진국 평화뉴스 칼럼니스트.대구경북 인의협 공동대표)



(이 글은, 2008년 6월 2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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