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떠밀려 반납된 'CEO대상' 홍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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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훈.김형렬 구청장 '사비'로 반납...시민단체, "돈 주고 상 받기 관행 끊어야"

김형렬 수성구청장이 'CEO대상' 수상 과정에서 주최 측에 건넨 구청 예산을 결국 여론에 떠밀려 '개인 돈' 으로 반납했다.

김형렬 구청장은 지난 해 'CEO대상'을 받으면서 주최 측에 건넨 구청 예산 1,650만원을 지난 3월 9일 구청에 반납했다. 당시 이 상을 같이 받은 곽대훈 대구 달서구청장이 비난 여론이 한창이던 지난 해 12월 15일 홍보비로 건넨 880만원을 반납한 것과 비교하면 김 구청장의 반납은 3개월이나 늦다.

수성구청 정칠복 비서실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성공적으로 CEO대상을 수상했으나 예산낭비라는 시민단체의 지적을 구청장이 받아들여 사비로 예산을 되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두 구청장은 지난 해 11월말 한국일보사가 주최한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을 수상하면서 각각 ‘홍보비’ 명목의 구청 예산으로 주최 측에 돈을 건네 '돈 주고 상 받기',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대구경실련을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는 집행된 돈이 포상을 대가로 건넨 '리베이트'라고 주장하며 반납을 요구했다. 특히, 두 구청장이 받은 CEO대상에 대해 "돈(구청예산)을 주고 상을 샀다"고 지적하는 한편, 이를 부당한 예산집행으로 보고 '주민감사청구'를 준비하기도 했다.

'정당하다'던 수성구청장의 뒤늦은 '반납'

수성구청은 그러나, 비난 여론이 일던 지난 해 12월에는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며 예산을 반납하지 않았다.

수성구청 정칠복 비서실장은 지난 해 12월 11일 평화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상을 수상한 뒤 주최 측에서 신문광고 홍보비를 의뢰해 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예산을 집행했다"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시민단체의 예산반납 요구는 잘못됐고 사과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의 뒤늦은 예산반납과 수성구청의 입장변화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감사원 감사 시작과 더불어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비판 여론이 악화되자 김 구청장이 사비를 들여 예산을 반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지자체와 단체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상이 남발되는 상황에서 두 구청장의 예산반납은 책임 있는 조치로 판단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돈을 주고 상을 사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현재 수성구청과 달서구청을 비롯한 대한민국 CEO대상을 수상한 18개 지자체에 대해 감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공보관실 한 직원은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은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 예산반납이 징계와 처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감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참언론 "07,08 상 받은 지자체도 예산 분석"

한편, 대구경실련과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이른 바 '돈 주고 상 받기' 관행을 깨는 활동에 나선다.

이들 단체는 2007년과 2008년 대구경북지역 지자체와 단체장들의 수상 실적을 분석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최근 2년간 지자체장들이 받은 상의 성격과 수상과정에서 예산사용 여부 등을 확인해 오는 4월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언론사의 장사 속으로 남발된 상에서 몇 가지 의심 사례를 발견했고, 추가적인 확인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다른 지역의 언론단체 등과 함께 지속적인 감시를 벌여 '돈 주고 상 받기' 관행을 끊는 활동을 전국으로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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