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패장의 마지막 저항

기사승인 2009.05.25  00:18:20

공유
default_news_ad1

- [김진국 칼럼] "죽음으로 말했다. 그 권력 당신들 힘으로 찾아오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그 갑작스런 죽음에 가슴이 툭 내려앉는 것은 그가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지도자여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이 너무 참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의  참담한 죽음을 앞에 두고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애도가 아니라 그 죽음에 대한 해석이다. 그 해석을 바탕으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숙제를 찾아내는 일이다. ‘참담’, ‘당혹’, ‘비통’, ‘애석’, “슬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화해와 통합의 계기..” 따위의 상투적이고도 진부한 수사들은,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 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숨통이 틀어 막히고 있는 지금 시민들이 내뱉기에는 너무 한가한 낱말들이다. 그 말들은 청와대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의 살아있는 권력들과 그 권력의 주변에 기생하여 연명하고 있는 검찰과 <조.중.동>들이 입에 침이나 바를 수 있는 밑천으로 남겨두자.

 지금 우리 주변에는 자살행렬이 매일같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고, 급기야 전직 대통령의 자살로 이미 ‘자살공화국’으로 정평이 나 있는 국가 브랜드에 화룡점정한 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미 일상화되어 있는 자살 행렬과 같은 무게로 해석할 수는 없다. 사람의 목숨 값이 어찌 벼슬의 무게에 따라 달라지겠는가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절망’, ‘죄책감’, '수치심‘과 같은 통상의 자살동기와는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퇴임한 지 불과 1년이 갓 지난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에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라는 점, 그리고 그 검찰은 지금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총애를 받는 애완견이었다는 사실, 집권여당 안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은 검찰의 비열하면서도 불법적인(피의사실 공표죄) 수사방식... 이런 정황에서 전직 대통령이 선택한 죽음의 동기를 단순히 “수치심”, “죄책감”으로 설명이 되겠는가? 그것은 어디까지나 <조중동>식 해석에 불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죄책감을 느꼈다면 그 대상은 결코 검찰에게 부당하게 시달려 온 가족과 측근들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거듭된 자신의 실책으로 끝내 정권을 넘겨주고 권력의 지형이 재편되면서 70년대식 폭압정치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느끼는 죄책감이 더 컸을 것이다.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 수치심이 어찌 전직 대통령이라는 자존심이 훼손된 수준에만 머물렀겠는가?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에 맞추어 전직 대통령을 푼돈이나 챙기는 잡범으로 만드는 정보를 픽픽 흘려댐으로써 저자거리에서 ‘조리돌림’당하도록 내버려두는 검찰과 거기에 악을 쓰며 침을 뱉고 돌을 던지는 보수언론을 진작에 개혁하지 못했던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수치심이 더 컸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작 “너무 힘들어” 했던 것은 졸렬한 정치보복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권력의 의도에 너무나 충실히 추종하는 검찰의 태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권좌를 물려준 지 불과 1년 만에 세상은 30년 전으로 퇴보해버렸으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아무 일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비관스러웠을 것이고, 그것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을 비관과 절망의 심정이 겹친 자포자기에서 나온 선택이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린 패장(敗將)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죄를 처벌하지 아니하고 사람을 골라서 죄를 덮어씌우고, 그나마 그 죄에 대한 처벌 또한 법의 의한 처벌이 아니라 여론의 돌팔매질로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람을 짓이겨놓는 검찰의 범죄적 수사방식에 대해 무기력한 피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수사주체인 검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법무부장관이 먼저 나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수사는 종결” 될 것이라고 했고, 나머지 수사도 보류될 것이라 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겨냥한 수사였는지 검찰과 법무부 스스로 자백하고 있는 꼴이다. “나머지 수사”란 무엇을 뜻하는가? 양념으로 엮어 넣으려 했던 현 정권의 몇몇 실세들과 수사 대상에 올랐던 판검사와 경찰,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를 이르는 말일게다. 이들에 대한 수사가 굳이 보류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나머지 수사가 보류”되면서 수사 선상에 올랐던 현 정권의 몇몇 실세, 판검사, 정치인들... 그리고 몇 달 만에 비로소 여론의 중심에서 비켜 서 있을 수 있게 된 신영철 대법관... 이들은 지금 “비통해하고 참담해하고 있을까” 아니면 환호작약하고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서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들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그 어느 누구도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 어느 한 순간 검찰에 의해 재판도 받기 전에 저자거리에서 육신과 영혼이 처참하게 도륙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이렇게 살벌한 나라가 이 나라 외에 또 있을지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시절 “스스로 놓아버렸다”는 권력을 개들이 나누어 물고서는 그늘 밑으로 어슬렁어슬렁 사라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죽음으로써 국민들에게 말했다. 그 권력 시민들 당신들의 힘으로 다시 찾아오라고...

 
 
 
 

 

[김진국 칼럼 23]

김진국(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의사. 신경과 전문의)

평화뉴스 pnnews@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ad40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