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 제목의 매일신문 <수암칼럼>(6.1)과 관련해, 대구지역 언론.시민단체들이 매일신문사 편집국장을 만나 '공식 사과'와 '반론 지면'을 요구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을 비롯한 언론.시민단체 회원 7명은 6월 8일 오전 매일신문사를 방문해 '수암칼럼에 대한 의견서'를 서영관 편집국장에게 전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6월 1일자 수암칼럼은 김정길 명예주필이 고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각에서 자신의 주장을 재구성했으나, 평소 고인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쳐 고인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매일신문 독자 뿐 아니라 고인의 지지자들과 그의 죽음을 추모했던 많은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매일신문과 김정길 명예주필에게 요구했다.
특히, <매일신문>에 대해 "이 칼럼에 반론권을 인정하고, 동일한 크기로 해당 칼럼에 대한 반론 또는 그에 준하는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지면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이 의견서는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노사모>, <대경아고라> 회원들이 함께 전했다.
이들은 '사실관계 및 해석상 오류', '고인의 지지자에 대한 폄훼'라며 수암칼럼을 비판했다.
그 사례로 ▶국가경찰.법무장관.검찰총장 등에 대해 '본분을 다한 공직자'라고 표현한 점 ▶"나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 말에 대해 "화합을 깨고 분열을 부추기는 선동"이라고 표현 점, ▶ (분향소) 폭력은 경찰이 시작했으나 '시민들의 폭력' 만 질타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이같은 의견서에 대해 "매일신문 편집국장은 '읽어보고 애기해보겠다'는 짧은 답변만 했으며, 면담과정에서는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허미옥 사무국장이 전했다.
민주당 대구시당도 '수암칼럼'에 대해 논평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대구시당은 7일 논평에서 "김정길 매일신문 명예주필은 '두 번째 유언'을 빗대어 본인의 생각을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생각인양 칼럼을 썼다"며 "그러나, 서거하신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을 임의로 왜곡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거하신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은 살아오신 삶이나 유언, 나아가 지난 국민장 기간 중에 나타난 민심 등을 통해 충분히 그 진심이 전달된 상황"이라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한편, 6월 1일자 수암칼럼이 게재된 뒤 매일신문 인터넷홈페이지에는 수십건의 '항의' 글과 '반박' 글이 등록됐으며, 매일신문은 이 칼럼을 삭제한 채 5월 26일자 수암칼럼 만 편집해 두고 있다. 매일신문 부사장을 거친 김정길 명예주필은 매주 월요일마다 이 신문에 수암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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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수암칼럼> 전문
國民葬(국민장)이 끝났다. 그리고 그(노무현)도 떠났다. 그의 혼령이 있다면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해준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감회에 젖었을까. 어쩌면 하늘나라에서 남은 우리에게 두 번째 유언처럼 당부의 말을 쓴다면 이렇게 써 보냈을지 모른다.
“국민 여러분, 못난 저를 위해 울어주고 꽃을 뿌려주신 연민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대통령 노릇도 부족했고 修身齊家(수신제가)도 제대로 못 하고, 나라와 국민 여러분께 번듯하게 남겨 드린 것도 없는 저에게 국민장까지 치러준 배려 또한 고맙습니다.
요 며칠 새 저는 천국에서 만난 많은 분들의 말씀과 위로를 들으며 문득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깨우치게도 됩니다. 권위주의를 깨고 개혁을 위해 애썼다는 칭찬도 들었습니다. 방송들이 고맙게도 저의 모자란 모습들을 좋은 모습으로 비쳐 보여주신 건 감사하지만 저는 천국에 와서 제 자신의 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저의 죽음은 왜적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 이순신 장군의 호국의 죽음도 아니고 질병의 고통 속에서도 한글을 창제하다 병고로 쓰러지신 세종대왕의 愛民(애민)의 죽음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토록 슬퍼해주신 사랑, 가슴 아리도록 고마울 뿐입니다. 방송이나 인터넷은 더 이상 저를 마치 희생당한 영웅인 양 그리지 말아 주십시오. 겸손이 아닙니다. 저는 저를 사랑한 노사모와 아끼고 믿어준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에서 당부하고 싶습니다.
외국인과 해외 TV가 중계되는 영결식장 앞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고함을 지른 나의 옛 비서에게도 당부합니다. ‘자네 같은 친구를 비서로 썼던 내가 부끄럽다’고….국민장이 끝났음에도 광화문에 분향소를 고집하고 곡괭이와 각목으로 국가경찰을 치는 분들, 그리고 ‘책임을 묻겠다’며 법무장관, 검찰총장 사퇴를 떠드는 민주당 후배들에게도 저는 충고하고 싶습니다. 이 나라는 법치국가고 두 사람은 법치와 공권력을 지키기 위해 전직 대통령이었던 저까지 의혹이 있나 없나 수사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런 용기와 원칙적 자세는 칭찬하면 했지 탓할 일이 아닙니다. 본분을 다한 공직자에게 무슨 ‘책임’을 묻겠다는 겁니까?
저와 가족을 위해 울어주신 DJ 님께도 한 말씀 드립니다. 저의 반쪽이라시면서 ‘나도 똑같이 했을(자살) 것이다’고 하신 것은 큰 지도자가 할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천국에 와 보니 그런 말씀은 저에겐 결코 위로가 아닌 화합을 깨고 분열을 부추기는 선동이란 생각이 들 뿐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 딸아, 검찰이 내 처지를 감안해 행여 수사를 중단하더라도 이 아비 모르게 미국 땅에 계약서 찢었다는 아파트 얻어 둔 게 정말 있다면 끝까지 되돌려 주거라. 그것이 우리 집안과 이 아버지의 남은 자존심을 지켜주는 길이다. 그리고 엄마랑 함께 대우 南(남) 사장 유족을 찾아가 나 대신 위로와 사죄를 전하거라 그게 사람사는 도리였다. 그리고 이광재, 이강철, 자네들은 喪主(상주)도 아니면서 감옥에서 참회하며 기도나 하고 있지 구속집행정지 신청은 왜 해서 TV 앞에 얼굴을 치 들고 다녔나? 자네들을 풀어준 MB도 고맙거나 인자하다는 생각보다는 겁먹은 것 같은 유약함과 법 정신의 원칙을 허무는 것 같아 앞날이 걱정스럽네.
이 대통령이 배짱 하나는 나에게 배워야겠다는 생각마저 드네. 일부 전교조 여러분도 이젠 교실로 돌아가십시오. 장례 끝난 밤거리에서 촛불들 시간에 북 핵 안보교육이나 더 시켜주십시오. 민노총, 화물연대 여러분도 힘들지만 참으십시오. 북핵이 난리인 이때 여러분의 손에는 아직 만장깃발이나 촛불 대신 工具(공구)와 핸들이 쥐어져야 합니다. 오늘의 양보와 희생은 언젠가 나라와 국민이 모아서 갚아주실 것이고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들이 저를 사랑하신다면 천국에서 보내는 저의 두 번째 유언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고맙고 미안합니다.”
金 廷 吉(명예주필) /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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