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걸림돌은 버리지 못한 관성과 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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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각설이 타령과 성명서 운동, 설득력 없는 구호에 누가 눈길을 주겠는가"

 

49재를 끝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자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개헌'논의다.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촉발시킨 개헌논쟁이긴 하지만 돌아가는 움직임이 뭔가 예사롭지는 않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노래부르며 정치권을 향해 헌법을 지켜라고 아우성인데, '개헌이 시대적 소명'이라는 국회의장의 뜬금없는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쨌든 10월 재보궐 선거부터 시작해서 이듬해의 지방선거와, 그리고 곧 닥쳐올 총선, 대선에 이르기까지 이미 정해져 있는 정치일정이 있고, 여기에 개헌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한층 더 숨가쁘게 돌아갈 모양새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정사에 여러 차례 개헌이 있었지만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국민의 힘이 아니라, 권력핵심부의 의도나  정치권의 야합에 의해 추진된 개헌은 항상 독재와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대구'...미동도 미풍도 없는 '철옹성'

 그런데 현재 정치지형만을 놓고 보면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작심하고 밀어붙이면 얼마든지 개헌이 가능할 것이라는 데 있다. 물론 야당과 국민들의 저항이 없진 않겠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토해내는 국민들의 아우성을 '동네 골목강아지 짖어대는 소리' 정도로 치부하는 권력 핵심부가 국민들의 저항에 아랑곳이나 할 지 의문이다. 결국 예정되어 있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함으로써 견제와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법일 것이다.

 문제는 역시 대구다. 87년 대선이후 이 곳 유권자들의 정서는 한나라당(민정당,신한국당 포함) 이외의 정치세력에게는 바늘구멍 만큼의 틈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1987년에서 20년도 더 지난 2009년 7월 현재,  대구의 정치지형은 여전히 한나라당외에는 이름 뿐인 기타 군소정당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에까지 한 뼘의 틈새나마 열어젖힐 수 있는 미동(微動)도 미풍(微風)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철옹성에 대항하는 약자들의 전술은 세력의 규합이외에 어떤 대안이 있을까? 우선 만나야 '웅성거림'이 있고, 웅성거림이 있어야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고, 사람들이 시선이 모이면 '책임있는' 실천방안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지역사회에서 한나라당 외 '기타 군소 정치세력'의 연대를 어렵게 하는 것은 "자기반성"이 결여되었다거나, "서로간의 신뢰가 부족"하다거나 "연대의 지향점과 목표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식의 고차원적 수준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연대를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지역의 각 정파들이 20년 넘게 젖어있는 관성과 타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싶다.

민주당 '대구'...전략도 치열함도 없는 선거용 구호

민주당은 여전히 "싹쓸이만 막아달라"는 타령만 일삼는 각설이 품바식 전략에 의존하고 있는 같다. 그리고 늘 골 깊은 지역주의 의 피해자임을 강변하면서 선거제도의 개혁을 요구한다. 그런데 지역주의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거 개혁의 한 방편으로 정당투표제가 도입되었던 것이고, 그런 제도개혁의 결과로 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에서 10석이나 되는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구의 민주당은? 17대 국회에도 있었고, 그리고 지금 18대 국회에도 대구에 연고를 두면서 대구에서 평생을 활동해왔던 인물이 민주당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이 분들이 의정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하기 힘든 지역사정을 감안하여 중앙당에서 당선 가능한 상위순번에 배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대구시당에서는 이 소중한 의석 한 자리를 활용하여 시민들이 약간의 눈길이라도 보낼 수 있는 정치적 성과물을 만들어낸 적이 있는가? 지역에 배정된, 정말 귀중하고도 소중한 의원직 한 자리를 명망가의 소비재로 만들어 버리지는 않았는가? 이 부분에 대해 민주당 대구시당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 지 궁금하다. 싹쓸이만 막아달라는 그 호소에는 전술도 전략도 없고, 치열함이나 절박함도 없는 그야말로 타성에 젖은 선거용 구호에 불과한 것 아닌가? 거기에 누가 눈길을 주기를 바라는 지...

진보진영 '대구'...선명성 주장에 모자라는 설득력

  한편 대구 지역의 정서를 감안할 때 진보정당의 입지는 더 열악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의 차이는 인정하는 한편으로 지향점이 같은 세력을 규합(求同存異)함으로써 활동반경을 넓혀야 할텐데, 나와 다른 너를 배제함으로써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타성에 젖어 있는 것 같다. 그 타성은 곧장 상대에 대한 날 선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黨同伐異), 그러다보니 주장의 선명성은 있을지 몰라도 설득력은 턱없이 모자란다.

 "신자유주의 반대..." 그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역의 정치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전면에 내세울 구호는 못된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그리고 우리나라 지방자치 수준에서 일개 지방자치단체장이 그야말로 일개 지방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 6월  30일, 대구에서는 "전국 처음"이란 수식어가 달린 시국선언문이 발표되었는데, 이름하여 '민중시국선언'이다. 각계 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던 참에 기왕에 발표되던 시국선언문과는 분명히 '다른' 차원, 수준의 시국선언이란 의미일 것이다.

'대구'의 변화...절박하다면 못 만날 이유가 있는가?

그런데 지역의 진보진영이  민중시국선언을 따로 발표했던 이유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지만 먹고사는 민주주의도 심각"해서 라고 했다. 아무리 곱씹고 곱씹어도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먹고사는 민주주의"라는 말 자체가 처음 들어보는 말이기도 하거니와, '민주주의'와 '먹고사는 민주주의'의 개념이 어떻게 다른 건지 도무지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득은커녕 남을 이해시키지도 못하는 성명서의 남발은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러나 진보진영은 여전히 이런 '성명서的 상상력'과 성명서 운동방식의 타성과 관행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타성과 잘못된 관행을 인식하고 자각하는 방법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언어를 통해서 나 자신을 드러내보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지역사회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절박함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건없이 계속 만나야한다. 못 만날 이유가 있을까? 합의와 연대의 약속은 만남 그 다음의 문제다.  

 

 

 

[김진국 칼럼 25]
김진국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의사.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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