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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좌표였던 당신, 사랑합니다"

기사승인 2009.08.23  15: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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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대 김대중 대통령 영전에] 김두현..."선배님, 이제 모든 짐 내려놓고 부디 영면하소서"

 
 
▲ <대한민국 제 15대 김대중 대통령 대구추모제> 무대 그림...(2009.8.22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예정된 이별이었지만 왜 이리 가슴 한켠, 아니 가슴 전체가 뚫린 기분일까요?
18일 오후 교육을 받고 있던 중 당신의 죽음을 선배의 문자로 알게되었습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정신없이 당신의 추모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차렸던 바로 그 장소, 2 28공원에 당신의 영정을 모셨습니다.

당신에 대해 유독 왜곡과 편견이 심한 이 지역에서는 당신을 추모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띄엄띄엄 찾아오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보며 다시 한번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이 지역의 정서에 진저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지역에서 당신을 지지한다는 것은 왕따 당할 것을 각오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외려 당신의 죽음을 계기로 어쩌면 당신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열릴수도 있을 것이라 희망해봅니다.

내 인생에 가장 기뻤던 두 번의 순간

당신에게 정식으로 인사 한번 드리지 못한 사람이지만 내 인생에 가장 기뻤던 순간은 모두 당신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날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1997년 12월 18일입니다.
그날은 우리 역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던 날. 독재로 인한 긴 겨울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라는 인동초가 활짝 피던 날이었습니다. 수천년 이어오던 기득권 세력을 이겨내고 최초로 비주류가 이땅의 주역으로 등장하던 날이었으며 국민이 힘을 모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보여준 날이었습니다.

당신이 3전 4기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던 그 날, 저는 밤을 새워 개표방송을 보았고 자정무렵 역전되는 순간 너무나 기뻐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20대 피끊는 젊음으로 학생운동에 나섰던 스스로의 삶에 긍지를 가지게 한 날이었으며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운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두 번째 날은 내 인생의 행로를 결정짓는 날이었습니다.
2000년 6월 15일 0시. 당신과 김정일 위원장이 6.15공동선언에 합의하고 두 손을 치켜들 때 저는 너무 기뻐 주변사람들과 연이어 10번의 축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하였습니다. 학생운동을 하며 꿈꿔온 통일시대가 이제 곧 열릴 것이기에 내 나머지 생은 통일을 위해 살리라라고....

실제 6.15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대결과 갈등으로 점철되던 남북관계는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하였으며 수십년 묵었던 적대의 감정은 화해와 용서의 감정으로 녹아내렸습니다.

하늘길에 이어 땅길과 뱃길이 열렸고 대륙으로 가는 철길 또한 열렸으며 그 길을 따라 사람과 물자가 수도 없이 오고갔습니다. 당신은 비록 당신이 열어 놓은 북녘길에 올라 금강산도, 백두산도, 묘향산도 보지 못하였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화해와 꽃씨를 심었습니다.냉전과 분단으로 인해 짓눌렸던 자유와 민주, 진보적 사상도 6.15로 인해 꽃 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연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의 시대, 평화와 공존의 시대는 지금 잠시 주춤하는 듯 하지만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였던 당신

30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낙선과, 연금, 투옥, 망명 등 고난으로 점철된 50여년의 정치인생에서 당신은 수없이 많은 연설과 강연을 하였겠지요? 당신의 정치연설과 강연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독재에 저항하는 행동에 나서게 하였습니다. 그만큼 당신은 명연설가였고 당신의 연설은 언제나 주옥같은 문장들로 가득찼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의 연설 첫머리가 당신연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연설은 힘이 있고 미사여구여서 휼륭한 것이 아니라 바로 연설의 첫머리에 시작하는 애민의 사상이 있기에 휼륭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첫 연설은 보통 정치가와 달리 이렇게 시작하지요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보통의 정치가들은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라고 연설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꼭 반드시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이라고 연설을 시작합니다. 저는 바로 여기에 다른 정치가와 당신이 다른 근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국민을 사랑하는 지도자였습니다. 그것도 건성이 아닌 뼈속 깊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가였습니다. 그러하기에 생의 마지막 지점이 다가오는 순간까지도 이땅의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의 후퇴에 분노하고 애통해하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발언을 멈추지 않았던 게지요.

삶의 좌표였던 당신

정치를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당신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강조하였지요. 너무 실리만 쫓고 명분이 없거나 명분만 앞세우고 현실적이지 못하면 정치인은 실패한다 하였지요. 당신은 정치를 하며 늘 가치에 있어서는 비타협적이었지만 그 방법은 너무나도 유연했었지요.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데 있어서는 당신은 결코 후퇴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박정희 정권과 신군부의 회유를 물리쳤고 3당합당의 유혹을 뿌리쳤습니다. 죽음앞에서도 타협하지 않았고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였습니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위하여 DJP연합을 실현하였고 야권통합을 할 때는 늘 통크게 양보를 하였습니다.

원칙에 철저하되 방법에 유연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은 결코 정치가만의 자세가 아니라 믿습니다. 통일운동을 하는 저는 물론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삶의 험난한 고갯깃을 넘을 때, 혹은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되새겨야 할 좌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세상의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대책을 세울 때 망원경과 현미경을 가지고 동시에 봐야 한다고 하셨지요. 망원경을 가지고 멀리 길게 보면서 원칙과 방향을 잡되 현미경을 가지고 가까이 보면서 현실적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또한 숲과 나무를 동시에 봐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이렇게 당신이 남긴 말들을 후배들의 삶의 좌표가 되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의 후퇴가 악몽처럼 진행되고 있는 지금, 아직은 당신에게 짐을 떠 넘기고 싶었습니다. 그깟 병마쯤 거뜬히 물리치고 일어나 독재정권에게 날카로운 회초리를 대는 당신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화해를 위해 할 수 있는 당신의 역할을 기대하였습니다.
하지만 끝내 당신은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국민과의 이별을 하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지난 6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 대한 추천사를 위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주에서 얼마나 죽었고 박종철, 이한열 학생들하고 또 얼마나 죽었습니까. 그런 사람들 죽은 일 생각하면, 그래가지고 50년 만에 겨우 민주주의를 이뤄서 이제 좀 그런 일이 없겠다 하는데, 어느새 되돌아가고 있어요. 민주주의가 되돌아가고 경제가 양극화로 되돌아가고, 남북관계가 전쟁 일보직전까지 가고, 꿈 같애. 꿈 같애."

 그렇습니다. 그렇게 목숨바쳐 쟁취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남북관계가 위태로워진 지금의 상황이 꿈만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당부를 하였습니다.

"내가 자랑이 있다면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 평화를 위해 일했다는 것입니다. 후배 여러분들 잘 부탁합니다."

 당신이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평화를 위해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일을 하였듯이 후배들도 당신이 평생을 일구어 온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평화를 지키기 위해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싸울 것입니다. 그리하여 천국에서 당신을 볼 때 자랑스러운 후배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선배님, 이제 모든 짐 내려놓고 부디 영면하소서.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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