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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배반의 선택, 언제까지 두고만 볼텐가

기사승인 2009.08.31  00: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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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국 칼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새로운 전망이 필요하다"


 약속이나 한 듯이 두 전직 대통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그리하여 한 시대가 저물었다. 허망하다. 허무하다. 마음 붙일 곳 없어 더 허전한 시간들이 속절없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참세상, 민주주의가 피운 형형색색의 꽃들이 한반도 삼천리에 만발하는 그런 세상을 위하여 피 흘리며 싸워 온 세월이 그 얼마였던가? 그 시절의 주역은 이제 가고 없는데, 안타깝게도 역사의 물줄기는 거침없이 거꾸로 되돌아가고 있다. 

지금, 세상의 주인은 국민인가?

 김대중 전대통령은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자 버팀목이었던 것은 온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고, 또 노무현 전대통령은 수구보수세력들이 그악스럽게 저항해 올 때마다 스스로 “구시대(87년체제)의 막내”이고자 몸부림쳤던 사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끌어왔던 10년의 치세 동안 한국사회의 ‘정치적 자유’는 끝도 없이 확장되어왔다. 현직 대통령을 향하여 정치적 반대자들이 비판의 차원을 넘어 조롱과 경멸의 표현을 일삼을 수 있었던 것도 그 시절이었다. 그들이 누린 정치적 자유는 최소한의 예의와 금도조차 넘어서는 수준이었지만 그 누구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수구보수세력과 보수언론들의 패륜에 가까운 망언과 만행들을 제어하려는 작은 움직임조차 ‘야당탄압’, ‘언론통제’라는 비판에 맥없이 무너져야 했다. 수구보수세력의 파렴치한 정치적 자유가 무한 확장되어왔던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세상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다. 우리 슬픈 현대사가 늘 그렇듯이, 세상의 주인은 여전히 아직도 이 나라에서 한줌도 안 되는 바로 ‘그들’이다.

 정치적 자유가 확장되어 갈 무렵부터 덩달아 경제적 자유도 같이 확장되어 왔다. 경제적 자유가 확장되기 시작하자 한도 끝도 없는 경제적 자유를 누린 것은 국민들이 아니라 바로 거대자본을 움켜 쥔 소수의 재벌들이었다. 군부독재가 지배하던 7-80년대에 관치금융 · 관치경제 덕택에 몸집을 키워온 재벌들은 그들이 “좌파정권 10년”이라 빈정거리던 그 시절에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역을 구축했다. 거대자본의 횡포를 시장원리와 헌법정신에 맞게 규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새빨간 물감칠을 해대며 덤벼드는 보수세력의 공격 앞에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헌법 정신에 따라 경제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최종 책임을 가진 사법부마저 거대자본의 힘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서는 재벌들의 ‘경제적 자유’의 수호자임을 자처하고 나설 지경에 이르렀다. 

비참한 예속과 굴종의 시대

 지난 10년 동안 소수의 재벌들과 수구보수세력들만이 누려왔던 정치, 경제적 자유를 국민들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다. 세금부담이 없어 행복한 세상, 탈세와 절세의 구분이 없어 재산증식이 자유로운 세상, 투기와 투자의 경계가 없어 대박이 일상화된 세상, 부(富)의 상속이 물 흘러가듯 자연스런 세상,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위장전입 정도는 얼마든지 용인되는 세상,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며 우리가 선택한 정권이 바로 이명박 정부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도 출범한 지 벌써 1년 반이 훌쩍 지났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국민들의 현실은 어떤가? 대박이 터졌는가? 비참하다 못해 절망스럽기까지하다.

 경제적 자유는커녕 한 푼의 수입과 일자리를 위한 예속과 굴종은 더욱 심해졌고, 권력은 온갖 사정기관을 다 동원하여 맹목적인 예속과 굴종을 강요함으로써 국민들은 정치적 자유마저 잃어 버렸다. 생각을 드러내고 말을 할 수 있는 의지조차 시들어가고 있다. 사방팔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모가지가 잘려나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세상은 한 없이 조용하다. 모두 두려움 속에 한 끼의 밥을 보장해주는 일자리에 예속되어 있는 탓일 게다. 이 땅에서 한 줌도 안되는 소수의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위해 우리 모두는... 참!! 비참한 예속과 구역질나는 굴종의 시대를 살고 있다. 

"80-90% 국민 대변한다면 조건없이 만나야"

 두 전직 대통령이 고인이 됨으로써 이제 한 시대는 막을 내렸다. 그 시대는 ‘영웅의 시대’였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의 시대’였다. 영웅의 시대가 가고, 초인의 시대가 감으로써 전선은 더욱 불투명해졌고, 피아(彼我)를 구분하기조차 어려워졌고, 그래서 싸움은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적은 저 멀리에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또 내 마음 속에 ‘욕망’이란 형태로 똬리를 틀고 있기도 해서 “그림자” 조차 찾기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새시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전망과 그 전망에 바탕을 둔 새로운 싸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80:20에서 90:10으로까지 양극화된 이 사회에서 90%에 속한 이들이 왜 자신들의 계층과 계급을 배신하는 선택(투표)을 끝없이 되풀이하는지, 이에 대한 설명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스스로 8-90%에 속하는 국민들을 대변한다고 자부하는 정파는 영웅이나 초인을 기다리지 말고 우선 조건없이 만나야 한다. 앞으로 영웅이나 초인은 쉽게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고, 영영 나타나지 않을 지도  모르니까... 

 
 





[김진국 칼럼 26]
김진국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의사. 신경과 전문의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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