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전교조' 민원에 '문 닫아 걸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 기초의원 10명 "전교조 징계 철회" 촉구...대구교육청 "징계위 7월 중 열릴 것"


7월 5일 오전 10시 대구시교육청 현관 앞.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대구의 진보.개혁 성향의 기초의원 7명이 "전교조 탄압 중단" 현수막을 펼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때 맞춰 교육청 직원 한 명이 현관 문을 잠궜다.

지난 6월 16일 대구의 야5당 기자회견 때와 비슷했다. 당시 야5당 대표들이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현관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교육청 직원이 두 팔을 벌려 이들을 막아섰고 철문까지 내려졌다. 그런데, 5일 회견에는 그 때와 달리 철문을 내리지도 않았고 현관문 한 쪽도 열려 있었다. 그 이유는 10분쯤 지날무렵 짐작할 수 있었다. 신임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열려진 현관문으로 비서진과 함께 걸어나왔다. 우동기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기초의원들을 돌아보며 아무 말없이 차를 타고 떠났다.

"소통 막는 대구교육청...시대 역행"

"전교조.공무원노조 탄압 중단 촉구" 대구지역 기초의원 기자회견(2010.7.5 대구시교육청 현관 앞)...(왼쪽부터) 이유경 달서구의원, 장태수 서구의원, 윤보욱.유병철 북구의원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전교조.공무원노조 탄압 중단 촉구" 대구지역 기초의원 기자회견(2010.7.5 대구시교육청 현관 앞)...(왼쪽부터) 이유경 달서구의원, 장태수 서구의원, 윤보욱.유병철 북구의원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야당 대표들이 부교육감에게 성명서를 전하기 위해 교육청 현관을 들어가려 하자, 교육청 직원이 안쪽에서 나오며 이들을 막아섰다. 곧바로 현관문이 닫히고 철문이 내려졌다(2010.6.16)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야당 대표들이 부교육감에게 성명서를 전하기 위해 교육청 현관을 들어가려 하자, 교육청 직원이 안쪽에서 나오며 이들을 막아섰다. 곧바로 현관문이 닫히고 철문이 내려졌다(2010.6.16)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장태수(진보신당) 서구의원은 "대구시교육청이 민원인에게 가장 먼저 한 일은 문을 닫는 거는 것"이었다며 "대구시교육청이 어떤 자세로 업무를 하는 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유경(민주당) 달서구의원도 "소통을 막아버리고 모든 소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냐"며 "대구시교육청의 이런 모습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장태수.이유경 의원을 비롯해 북구의회 유병철(무소속).윤보욱(국민참여당).이영재(민주노동당)의원, 달서구의회 김성태(민주당) 의원, 수성구의회 김성년(진보신당) 의원을 포함해 7명이 참여했다. 이들 외에 중구의회 이훈(민주당) 의원, 동구의회 황순규(민주노동당), 남구의회 김현철(무소속) 의원도 기자회견문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정치적 복종과 굴종"

이들 기초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교사와 공무원들을 대량 해임.파면하는 것은 선진국 공무원이 보장받고 있는 보편적 정치권리에 대한 탄압"이라며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고 전교조.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에 거액을 갇다 바친 교장 등에 대해서는 개인에 대한 후원은 처벌할 수 없다며 눈을 감고, 매관매직 비리혐의자 다수에 대해서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징계하지 않고 있다"며 " 파렴치한 행위라도 정부.여당을 위한 것이면 허용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은 아무리 당연한 권리행사였더라도 처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말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중립'이 아니라 '정치적 복종이자 '굴종'"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지역 기초의원...(왼쪽부터) 이영재(북구),장태수(서구), 윤보욱.유병철(북구), 이유경.김성태(달서구), 김성년(수성구)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지역 기초의원...(왼쪽부터) 이영재(북구),장태수(서구), 윤보욱.유병철(북구), 이유경.김성태(달서구), 김성년(수성구)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들은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는 사실 하위직 공무원노동자들만 옥죌 뿐, 고위직으로 갈수록 공공연한 정치권 줄서기와 특정 정당 편들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공무원의 업무상 정치적 중립은 지켜져야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이유 만으로 정치사상과 신념의 자유까지 부정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면담 요청...답변이 없다"

이에 앞서, 정부는 6.2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지난 5월 23일 대구 전교조 교사 23명을 비롯한 전국 183명의 교사에 대해 파면.해임 등 중징계 방침을 밝혔으며, 대구시교육청은 6월 25일 23명의 교사에 대한 '징계의결요구'를 징계위원회에 냈다. 징계위원회는 '징계의결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징계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있으며 30일 더 결정을 미룰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신종주 과장은 "징계위원회 개최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7월 중에는 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의 징계위원회는 외부인사를 포함해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배종령 정책실장은 "신임 우동기 교육감 취임 이후 공식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면서 "대구시교육청이 타 시.도보다 앞서가지는(먼저 징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배 실장은 이번 징계에 대해 "법원 판결 이후에 징계위를 열어도 늦지 않고(판결 이전의 징계 부당), 징계 내용과 수위도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공무원.교사의 정치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22일부터 1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교조 임전수 대구지부장. 임 지부장은 대구시교육청 현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으나, 교육청 측의 '철거 요구'로 농성을 대구교육청 정문 앞으로 옮겨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2010.6.16)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6월 22일부터 1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교조 임전수 대구지부장. 임 지부장은 대구시교육청 현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으나, 교육청 측의 '철거 요구'로 농성을 대구교육청 정문 앞으로 옮겨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2010.6.16)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교육청의 '철거 요구'로 사람 없는 농성장이 된 대구시교육청 현관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교육청의 '철거 요구'로 사람 없는 농성장이 된 대구시교육청 현관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한편, 전교조 임전수 대구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지난 6월 8일부터 교육청 앞에서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들어갔으며, 임 지부장은 22일부터 1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식농성 열흘을 넘기면서 임 지부장의 건강이 매우 악화됐다"고 배종령 정책실장은 전했다. 임 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기자회견 뒤 전교조 사무실에서 기초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