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0원 황제의 삶? 체험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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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쪽방'의 여름 / "방마다 약 봉투에 보통 하루 두끼...언론.지자체, 꾸준한 관심을"


 한 평 남짓한 쪽방. 좁은 복도 양 옆으로 한 사람 겨우 누울 만큼 작은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문을 열자 더운 공기가 온 몸을 덮쳤다. 가로 세로 약 2미터 정도의 쪽방 안에는 작은  TV 한 대, 낡은 선풍기 한 대, 옷가지를 넣어둔 박스 하나가 전부였다.

8월 4일  대구 대신동.태평동 일대 쪽방촌. 오후 5시가 넘은 시각에도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쉽사리 식지 않았다. 이곳 사람들은 낡은 선풍기 한 대, 그나마도 없는 방은 부채 하나에 의지한 채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었다. 더위를 피해 골목에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사진 왼쪽) 대구시 중구 달성동 일대 쪽방촌. 골목 사이에 오래된 여인숙이 늘어서 있다. (사진 오른쪽) 낡고 오래된 여관 모습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사진 왼쪽) 대구시 중구 달성동 일대 쪽방촌. 골목 사이에 오래된 여인숙이 늘어서 있다. (사진 오른쪽) 낡고 오래된 여관 모습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쪽방상담소' 장민철 사무국장은 "대구지역에는 약 850명의 쪽방 거주민들이 있다"며 "이들은 낡고 오래된 여관이나 여인숙에서 하루 5~8천원, 월 12~20만원의 방세를 내고 생활한다"고  설명했다.

체험은 '황제의 삶'...현실은 "일용직에 하루 2끼, 방세까지"

최근 한나라당 차명진 국회의원이 '6.300원 짜리 황제의 삶'이라는 쪽방체험 수기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해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체험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쪽방에서 만난 한 60대 거주민은 "하루에 보통 2끼 식사를 한다"며 "한 끼는 무료급식소에서, 한 끼는 자체 해결한다"고 말했다.

 쪽방 거주민 대부분은 건설현장 일용직이나 행상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중 약 50%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그나마 형편이 조금 나은 편. 그러나 이마저도 방세를 지불하면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다. 쪽방상담소 장민철 사무국장은 “이들 대부분 주거가 불안정한 상태이며, 조금만 상황이 나빠져도 곧바로 노숙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방마다 약 봉투...한시적 지원에 그쳐


대구 쪽방상담소 장민철 사무국장이 쪽방촌을 찾아 선풍기를 전달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대구 쪽방상담소 장민철 사무국장이 쪽방촌을 찾아 선풍기를 전달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쪽방 거주민 대부분 질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 방마다 약이 담긴 봉투들이 눈에 띄었다. 쪽방촌에서 만난 또 다른 70대 거주민은 "심장병을 앓아 4년째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며 "언제 죽을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쪽방 주인은 "행여나 무슨 일 있을까 걱정돼 아침마다 방문을 두드려 확인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시에서 폭염피해 대책회의를 통해 60세 이상 쪽방 거주민들에게 선풍기 210대를 보급하고 폭염대피소를 설치했다. 또 응급의료상황 발생 시 여름철에 한해 대구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대책을 내 놓았다. 그러나 장민철 사무국장은 "대구시에서 빠르게 대처하는 부분은 높이 평가하고 있으나, 한시적인 지원 대책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쪽방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꾸준한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름.겨울마다 '쪽방' 기사..."꾸준한 관심을"

쪽방상담소 장민철 사무국장
쪽방상담소 장민철 사무국장
장민철 사무국장은 "매년 여름.겨울철 마다 언론에서 쪽방 기사를 자주 보도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대책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못한다"며 "언론에서 쪽방의 근본적 문제들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폭넓게 다루어 사회적 관심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쪽방 거주민과 관련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대책과 서비스가 제대로 지원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홈리스 지원법(가칭)'을 조속히 제정해, 먼저 전담부서와 인력을 확충한 뒤 쪽방 거주민을 비롯한 노숙인들의 자활.취업.의료.주거 등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이 수립.지원되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사업도 어려워...홈리스지원법 제정 서둘러야"

현재 쪽방 상담소에서는 쪽방 거주민들의 취업.의료.생계.자활.거주.급식.행정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없어 공공기관과의 협조와 연락체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지원 사업을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사진 왼쪽) 대구 서구 원대동에 있는 '대구쪽방상담소'. 이곳 1층에는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을 위한 '주거지원센터'가, 3층에는 '쪽방 거주민 폭염대피소'와 '만평 주민도서관'이 있다. (사진 오른쪽) 쪽방상담소 3층에 있는 '쪽방 거주민 폭염대피소'. 쪽방거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편히 쉴 수 있도록 에어컨과 간이침대, 쇼파, 도서, 책상 등이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사진 왼쪽) 대구 서구 원대동에 있는 '대구쪽방상담소'. 이곳 1층에는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을 위한 '주거지원센터'가, 3층에는 '쪽방 거주민 폭염대피소'와 '만평 주민도서관'이 있다. (사진 오른쪽) 쪽방상담소 3층에 있는 '쪽방 거주민 폭염대피소'. 쪽방거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편히 쉴 수 있도록 에어컨과 간이침대, 쇼파, 도서, 책상 등이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장 국장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홈리스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이미 10년 전에 제정돼 지원 서비스 정책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라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법 제정을 통해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확대되어 다양한 지원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쪽방촌 분포도. 노란점이 쪽방촌 위치다. 칠성동과 달성동, 신암동, 북부정류장 근처에 쪽방촌이 몰려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대구시 쪽방촌 분포도. 노란점이 쪽방촌 위치다. 칠성동과 달성동, 신암동, 북부정류장 근처에 쪽방촌이 몰려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한편, 올해 3월 12일 대구시에서 전국최초로 ‘노숙인 보호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박부희 시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에는 노숙인과 쪽방.움막 등에 거주하는 예비노숙인들의 실태조사와 이를 기초로 한 지원계획수립 및 중장기적인 종합 지원방안 마련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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