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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두 할머니의 '속 상한' 2010년 8.15

기사승인 2010.08.13  20: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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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수 "일본, 무릎꿇고 사과를"...한기명 "통일, 죽기 전에 꼭 봐야 할텐데"


누구나 '생전'에 꼭 보고 싶은,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지 않을까.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그 소망은 간절해진다. 은혜를 갚든 원수를 갚든, 내가 하든 남이 하든, 개인적이든 국가적이든... 경술국치 100년, 광복 65년. 2010년에 늘 따라붙던 말들이다. 그리고, 이 '역사'의 그 날 8월 15일. 슬플 수도, 기쁠 수도 있는 이 날, 올해 82살의 두 할머니는 "속상해 죽겠다", "속상한 걸 말로 다 못한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받은 이용수 할머니와, 일제 만행을 보며 자라 평생 통일운동에 힘쓴 한기명 할머니. 8.15를 이틀 앞둔 13일 저녁, 대구2.28공원에서 두 할머니를 만났다. 그 곳에서는 '광복 65돌 기념식과 통일노래자랑'이 열렸다.

"일본, 아직 정신 못차려...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걸 꼭 봐야겠어"

 
 
▲ 이용수(82)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10일 일본 총리의 담화에 울분을 삼키지 못했다. 그러나 더 큰 분노는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일본 총리의 담화? 그건 사과가 아니고 형식일 뿐이야.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뭐 그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말했다던데, 그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야. 아무리 대통령이지만 저건 아니지".

이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속상해 죽겠다"고 했다. 그리고 소원처럼 말했다. "일본은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잘못도 뉘우치지 않아. 죽기 전에 꼭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걸 봐야겠어"

이 할머니는 기념식 연단에 올라서는 "내가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라고 크게 말한 뒤 "그런데, 저만 피해자가 아닙니다. 여러분도 모두 피해자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본은 아직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살아 있는 위안부 할머니가 많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습니다. 꼭 살아 있을 때 사과받고 명예회복하고, 일본에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이어, "올해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합니다. 다같이 열심히 노력합시다"고 외쳤다. 이 할머니는 그 이유에 대해 "통일은 꼭 돼야 해. 우리 소리로는 부족해. 남북이 힘을 합쳐 더 크게 해야지"... 올 초 김순악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현재 대구에는 '위안부' 할머니가 10명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가 많아 자꾸 돌아가시니까..." 이 할머니의 소원은 그래서 더 간절하다. 이 할머니는 1944년 16살의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대만에서 악몽 같은 고통을 겪었다.

"통일 다 됐다 싶었는데...이대로 가면 우리 민족 모두가 전멸할까 걱정"

 
 
▲ 한기명(82) 할머니

한기명 할머니 역시 "속상한 걸 말로 다 못한다"고 했다.

"6.15선언 나오고 이제는 통일이 다 됐구나 생각했는데, 이명박 정권이 완전히 역행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통일의 길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대로 가면 통일이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가 전멸할까 걱정"이라고 안타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는 "통일은 꼭 봐야겠는데, 죽기 전에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통일은 하면 좋고 안해도 되는게 절대 아니다"며 "진짜 6.15선언 대로, 10.4선언대로 실천해서 반드시 통일의 길로 가야 하는거야"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한미군사훈련, 그런 거 하면 안돼. 그것 말고 우리 민족이, 남북이 화해협력의 길로 가야 해"라고 강조했다.

 

일제말기 서울에서 태어난 한 할머니는, 어린 시절 여자들이 정신대로 끌려가는 모습이나 농민수탈 같은 일제의 만행을 그대로 보며 자랐다고 한다. 그리고, 만주에서 무장 독립투쟁 소식을 들어며 민족의식을 키웠고, 여고 시절부터 진보적인 학생모임인 '민주학생연맹'에 가입하면서 '통일운동'을 시작했다. 6.25가 터지고 좌익 세력으로 낙인찍혀 형무소에서 여자의 몸으로 견디기 힘든 모진 고문을 받았다. 87년 6월 항쟁이후 통일의 염원을 대구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해,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과 양심수후원회 활동에 이어 현재 '범민련 대구경북연합' 의장을 맡아 통일운동에 여생을 바치고 있다.

"실천적 반성 없이는 과거사 청산도 없다"

한편, 13일 저녁 대구2.28공원에서는 '광복65돌 기념식'과 '통일노래자랑'이 6.15실천대경본부 주최로 열렸다.

 
 
▲ '광복65돌 기념사'를 읽고 있는 6.15실천대경본부 배용한(왼쪽).박정우 대표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6.15실천대경본부 박정우.배용환 대표는 기념사를 통해 "일본의 극악한 반인륜적 침약과 약탈행위에 대한 실천적 반성 없이는 과거사 청산도 없다"면서 "일본의 사과.배상"과 함께,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역사교과서 왜곡','군국주의 획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과 "미완의 과제인 친일파들에 대한 완전한 해결"을 촉구했다. 

 
 
▲ '통일노래자랑'에 출연한 대구북구시민연대 부설 '도토리 어린이도서관' 어린이들...'경의선 열차를 타고'를 불러 단체부문 '대상'을 받았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기념식에 이어 '통일의 입맞춤'이라는 주제로 통일노래자랑도 열렸다. 대구북구시민연대 부설 '도토리 어린이도서관' 어린이들과 대구금속노조, 장애인단체 활동가인 손거정씨와 서준호씨를 포함한 12개 팀(개인6명)이 참가해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 실력을 뽐냈다. '함께하는대구청년회'가 으뜸상을, 대구북구시민연대 어린이들과 송현주씨가 단체와 개인부문 대상을 받았다.   

 
 
▲ 청소년문화단체 <우리세상>의 '통일노래자랑' 축하공연..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 '통일의 입맞춤'을 주제로 열린 <광복 65돌 기념식과 통일노래자랑>(2010.8.13 대구2.28공원)... 이날 행사는 간간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시민 7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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