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국가를 병영처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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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이이화 강연 / "유신, 민주주의 암흑의 시대...경제성장, 혼자 이룬 게 아니다"


"유신시대는 개발독재로 경제성장은 이루었지만, 민주주의를 파탄시킨 암흑의 시대였다"

이이화 선생
이이화 선생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22일 저녁 '박정희 바로보기-박정희의 실체와 유산'을 주제로 대구MBC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국가 전체를 병영처럼 만들었다"며 "국민을 잘살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철저히 인권이 탄압됐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발전 공로가 모두 박정희에게 돌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민중사의 관점에서 서독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 10시간 넘게 일한 노동자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근면한 노력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이화 선생은 '개발독재'의 부정적 측면으로 '한일협정'과 '지역 편중' 문제를 지적했다.

이 선생은 "경제발전 기반을 닦기 위해 1965년 일본과 '한일협정'을 맺고 5억여 달러를 받았는데, 일본은 이 돈으로 강제병합 당시 피해를 모두 보상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과거사가 아직까지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대규모 공단을 설립하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호남권에 비해 영남권에 경제적 이익이 몰렸다"며 "개발독재 과정에서 지역감정을 유발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박정희의 '반공'노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선생은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민주주의'를 제일로 내세워야 하는데,  박정희는 5.16 쿠데타 직후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았다"며 "이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 "박정희는 남로당원 의혹과 쿠데타 집권 등 '반공'을 내세우지 않으면 떳떳하지 못할 부분이 많았다"며 "동서 냉전시대 미국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 이었다"고 이 선생은 설명했다.

'박정희 바로보기'를 주제로 한 이이화 선생의 강연(2010.11.22 대구MBC 강당)...시민단체 회원을 비롯해 50여명이 참가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박정희 바로보기'를 주제로 한 이이화 선생의 강연(2010.11.22 대구MBC 강당)...시민단체 회원을 비롯해 50여명이 참가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반면, 박정희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이 선생은 "박정희가 '역사'와 '자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학교 교육과정에서 '역사'를 비중 있게 다루도록 했고, 외교문제에 있어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박정희가 가장 잘한 정책은 바로 5급 공무원 임용제도"라며 "지금의 9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공무원 임용시험을 통해 신분과 지역을 따지지 않고 공평한 기회를 줘 가난한 농촌청년들이 희망을 갖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 선생은 "박정희가 다른 부분에서 잘못이 많았지만 이런 부분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연은 지난 11월 1일부터 4주 동안 열린 이이화 선생의 '경술국치 100년! 역사와 만나다!' 강연의 마지막 순서로 (사)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와 (사)대구사회연구소가 공동주최한 '민주시민아카데미' 5강 중 4강이다. 마지막 5강은 27일 낮 '대구지역 근현대사 문화유적지 답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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