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반대할 틈 없는 극과 극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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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PK, 상대 주장 부정.배척...<영남> 지하철참사 '편지' 눈길

 

대구에서 현재 진행형인 주요 이슈 또는 사태는 단연 '영남권 신공항'과 '구제역 2차 피해'이다. 그런가하면 잠복된 이슈는 '안전 대구'이다. 대구 지하철참사는 '안전 대구'를 위해서는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는 점을 가장 생생하게 환기하는 아이콘이다. 그러면 대구의 신문.방송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보도태도를 보였나?

대구.부산, '신공항' 극과 극 보도

대구의 '영남권 신공항'과 관련, 대구지방과 부산지방 신문.방송의 보도 태도나 시각은 서로 극과 극을 달린다. 같은 영남권임에도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도논리를 들여다보면 거의 같다. 두 군데 모두 '우리 지역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보도의 논리이자 시각이다. 당장 거리마다, 동네마다 내걸린 신공항 관련 플래카드의 내용도 거의 혈투/절규성이다. 그런데 실제 일반 시민들이 '영남권 신공항' 문제를 신문.방송의 보도처럼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언론, 여론몰이 총력

이점을 살피는 한 방법으로 특히 이 문제를 집중해서 다루는 대구지방의 주요 신문과 대구MBC.TBC와 부산의 주요신문, 부산MBC.KNN의 보도 내용을 비교해볼 수 있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부산지역 신문방송들도 '신공항' 관련 여론몰이에 매우 적극적이다. 실례로 지난 2월 24일 부산MBC 뉴스데스크의 '(신공항) 소모적 경쟁 중단' 기사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 유치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한 사실과 함께 이 단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모적 경쟁 중단'을 천명한 사실을 전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신공항 관련 최근 발언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그것은 '경제성과 공정성'에 입각한 입지 결정일 때 지지한다는 조건부다. 이들은 또 "정치적 결정은 정권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밀양공항 나라재앙'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대구 쪽의 주장과는 정반대다.

부산MBC '뉴스데스크'(2011.2.24)
부산MBC '뉴스데스크'(2011.2.24)

대구.부산 대응은 '판박이'

그러면 두 지역의 영남권신공항/신공항 보도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두 보도 모두 애향심울 정서적 배경으로 깔고 있다. 등장하는 시민단체도 대구와 부산 모두 라이온스 등 다양한 단체들이지만 간판만 대구/부산으로 바꾸면 거의 동일한 성격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입지 결정, 정치적 결정 반대 등을 내세운다. 이것만 보면 두 지역의 유치 운동 목적이나 방식에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정치적 결정을 배제하고 경제성이나 공정성에 입각해 입지를 결정하라는 주장은 양측 어디서도 반대할 틈이 없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 태도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입지와 관련해 대구는 부산 주장을, 부산은 대구 주장을 배척하는데 언론보도가 앞장서고 있는 것은 해당지역의 독자/시청자를 자사 존립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상대를 부정하거나 부정의 논리를 행간에 깔고 있는 메시지를 보도의 전면에 내세운다면?

언론 보도, 상대 지역 내 갈등 부추겨

지난 15일치 '미디어창'에서 필자는 대구지역의 '영남신공항' 보도와 관련, 독자들의 시선을 우선 사로잡는 기사 제목에서 일부 신문이 거칠고 선정적인 표현('망동', '여성 삭발' 등)을 사용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런 보도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가덕도 앞 바다 풍경을 5단 컬러 사진으로 1면 머리에 올리고 "비행기 타자고 어민들 다 내쫓나" 제목을 단 매일신문 22일치 보도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보상비 몇 푼 받고 강제이주 불가피/가덕도 주민 신공항 유치 강력 반대' 부제를 단 이 보도는 부산 가덕도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취재보도이기는 해도 부산-부산 갈등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 과장 표현의 속성이 있는 컬러 사진을 1면 머리 5단으로 깔고 앞에서 인용한 제목(도발적인)을 단 기사를 보았을 때 독자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이것은 '가덕도 신공항'을 주장하는 부산 쪽 언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매일신문> 2011년 2월 22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2월 22일자 1면

'행동' 유도하는 보도

과장 표현의 속성을 가진 대형 보도 사진은 거친 제목 이상으로 독자들에게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결정, 나아가 행동('삭발' 관련 제목/기사를 잇따라 내보내면 삭발이, 혈서 관련 제목/기사를 잇따라 내보내면 혈서가 유도된다는 것은 대중 동원 기사가 실린 묵은 신문을 들추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을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같은 거친 보도태도는 합리적인 결정에 입각해 '밀양신공항'이 유치돼 영남권이 발전하기를 염원하는 독자/시청자들의 바람과도 배치되고 아래로부터의 진정한 여론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형 사진을 사용한 보도의 영향력과 관련, 지난 18일 영남일보 1면 머리기사 '2월 18일, 무심히 지나칩니다' 보도는 역시 머리기사로 대형 사진기사를 사용(4단)한 점에서는 매일신문의 앞 보도와 다를 바 없지만 그 지향점이나 사진 처리 면에서는 매일신문과 사뭇 달랐다. '여전히 진행 중인 '대구지하철 참사' 오늘 8주기'란 부제를 단 이 기사는 '故人들에 보내는 기자의 편지' 형식으로 다뤘다.

안전문화 못 이룬 산자의 부끄러움 담아

2003년 2월 18일 오전 억울하게 희생된 수많은 영혼들과 부상자들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의 이 기사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희생자들의 희생에 값해야 할 대구의 안전문화가 제 자리를 잡지 못해 저승에서도 편치 못할 희생자 영령들과 부상자들에게 산사람들의 부끄러운 심정을 적음으로써 대구의 안전문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시민들이 희생자들로 인해 대구의 안전문화에 대해 가져야 할 '몫'을 환기하는 효과를 거뒀다.

'2.18' 희생 의미 호소

사진처리 방식도 희생자 유족 단체가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에 가져다 놓은 조화를 포커스 아웃 처리해 다룸으로써 시민들에게 행동을 유도하기보다 무심히 지나칠지 모를 시민들에게 2.18과 대구의 안전문화를 생각하게 했다(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 대구공중파TV로는 TBC가 '참사 8년, '악몽' 여전' 제목으로 8주기를 맞은 대구 지하철 참사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부상자들의 후유증, 대구시의 행정력 부재 등으로 난항을 거듭하는 추모재단 설립 등 과제를 통해 다뤘다(18일, 프라임뉴스). 또 KBS대구도 같은 날 '추모공원 갈등' 제목으로 희생자 유족-팔공산 시민안전공원 일대 상인, 유족-대구시 갈등을 통해 2.18 대구 지하철 참사가 현재 진행형임을 다뤘다. 대구MBC는 기자 보도로 다루지 않았다)

<영남일보> 2011년 2월 18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2월 18일자 1면

김 지사 영상 절실했나

영상보도와 관련,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지난 22일 구제역 가축 매몰 지역 침출수 대책 현장 보도에서 김관용 지사를 강조한 대구 3개 공중파TV의 보도태도이다. 대구MBC(안동발)는 '침출수 처리 본격화'(뉴스데스크) 보도에서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와 토양 오염이 우려되는 매몰지의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침출수를 줄이는 방식을 선보이는 현장을 다루면서 김관용 경북지사를 인터뷰하는 한편 김 지사를 보도화면 곳곳에서 강조했다. TBC도 같은 날 '매몰지 침출수 추출 시작' 제목의 보도(프라임뉴스)에서 '경북도내 매몰지 천여 곳 가운데 290여 곳에서 침출수가 고여 있고 악취가 나 2차 환경오염의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침출수 제거 작업 현장을 다루면서 역시 김관용 지사 인터뷰를 내보냈다.

경상북도 시연 행사 요란하게 띄워

요는 김 지사 인터뷰가 과연 현장 보도 맥락과 관련해 절실하냐 하는 것이다. 이 두 기사는 모두 침출수로 인한 피해를 예측하고 그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행정이 아니라 구제역 대재난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한 사안에 대한 경상북도의 일차적인 대응이었다. KBS대구의 22일 '안동서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 처리 시연'에 따르면 '시연'행사로서 경상북도는 시연회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침출수 표준 처리기준을 정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상북도의 시연을 보도라는 이름으로 과대 포장, 구제역 재난의 진앙인 경상북도(특히 김 지사)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인상을 줬다. 그 같은 요란함 보다는 경상북도의 시연 배경을 포함해 2차, 3차 예상되는 구제역 피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 등 대책을 짚는 보도기획이 더 절실하지 않았을까? 

 

<위> 대구MBC '뉴스데스크'(2011.2.22) / <아래> KBS안동 '7시 네트워크'(2011.2.22)
<위> 대구MBC '뉴스데스크'(2011.2.22) / <아래> KBS안동 '7시 네트워크'(2011.2.22)

TBC, 마애불 훼손 항의 법회 단독 보도

이밖에 TBC가 지난 18일 보도한 '마애불 '훼손' 항의법회'(프라임뉴스)와 같은 날 KBS대구의 보도 ''맘대로 평가' 의혹'(뉴스9)가 문화재를 파괴하는 4대강사업, 경상북도 신청사 시공업체 선정 의혹을 기자 보도로 깊이 있게 단독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TBC의 '마애불 '훼손' 항의법회' 보도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 의성 낙단보 구간에서 마애불이 훼손된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불교계가 '1080배 정진법회'란 이름으로 대규모 항의법회를 한 사실을 다뤘지만 4대강 주변에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데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배경을 부각, 의제화 한 점에서 단연 돋보였다. 의성 낙단보 공사를 하면서 고려시대 마애불상을 훼손했다는 의혹 보도(세계일보 2010년 11월 1일)나 훼손된 채 발견됐다는 보도(한국일보 2011년 1월 15일)는 있었지만 문화재 보호와 담을 쌓은 '4대강 사업'의 속성에 대해 대구지역 공중파TV가 기자보도로 비판한 한 것이다.

TBC '프라임뉴스'(2011.2.18)
TBC '프라임뉴스'(2011.2.18)

KBS대구, 경북도청 시공사 선정 과정 의혹 공론화

KBS대구의 ''맘대로 평가' 의혹'은 경상북도 신청사 건립 시공업체로서 건축계획 분야의 심사를 맡은 3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한 명이 대우건설에 37.30점으로 1등을 줬고 이 결과가 전체 평가에서 70%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우가 최종 시공사로 낙점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당연한 의혹에 대해 다른 채널과 달리 카메라를 들이댄 보도태도가 돋보였다.

TBC와 KBS대구의 두 보도는 MB 정권이라는 거대 권력이 집행하는 '4대강 사업'의 문화재 파괴 실상, 경상북도 북부 지역의 지지를 받는 대역사에서 발견되는 수상한 점을 작게 보지 않고 성의 있게 다룸으로써 전파 주인인 시청자들의 알 권리에 충실한 보도였다.

카메라, 누구를 향하고 있나?

시사정보의 공급이 한정돼 있는 지방의 독자.시청자들에게 그 지방의 영향력 있는 주류.제도권 신문.방송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디지털 매체가 있긴 하지만 보완적.대안적 구실을 한다. 그래서 이들 주류.제도권 신문.방송이 어떤 소재를 어떤 시각에서 보도하느냐에 따라 해당 지방 주민들의 여론은 거의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대구의 신문.공중파 TV 세 채널의 카메라, 누구를 향하고 있나? 독자.시청자? 권력자?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23]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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