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무용론, 음모, 비상한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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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영남><부산><국제>...'사실' 전달보다 '정서' 자극


밑도 끝도 없이 '심상찮다'

영남권 신공항 보도가 난기류다. 대구시장은 “심상찮다”는데 어디가 어째서 그런지는 전하지 않아 독자.시청자들은 몰라서 외면한다. ‘(신공항) 백지화는 정부의 최악 시나리오’(영남일보 3월 11일 3면)라면서도 내용이 아리송한 것은 물론 ‘백지화’ 되면 대응은 ‘반정부 운동 확산’ 외에 달리 없다.

<영남일보> 2011년 3월 11일자 3면(종합) / <부산일보> 3월 10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3월 11일자 3면(종합) / <부산일보> 3월 10일자 1면

부산 측의 ‘가덕도 신공항’ 주장을 도발적 기사.제목 등으로 배척.부정하더니 갑자기 ‘연대하자’고도 한다. 기업 유치가 안 되는 것도 영남권 신공항 부재 탓(영남일보 2월 26일, 1면 머리기사 ‘삼성 바이오사업’ 결국 인천 손 들어줬다/이유는 단 하나 “대구, 허브공항 없잖아”)이다.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보도-매우 어지럽다.

<영남일보> 2011년 2월 26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2월 26일자 1면

김형오 '전면 재검토'를 보는 시각

지난 9일 부산 출신 김형오 의원이 신공항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자는 입장을 밝히자 부산의 신문.방송은 시민단체들이 들끓는다면서 김 의원 강력하게 비난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 지역 부산일보는 10일치 1면 기사에서 ‘신공한 전면 재검토 발언/부산시민 일제히 규탄’ 제목으로 다루는 한편 사설에서 ‘혼란만 부추기는 김형오의 ‘민심 등진 소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런가하면 국제신문도 1면에서 ‘김형오 “신공항 원점 재검토해야” 파문’이란 제목으로, 3면에서는 ‘김형오 ‘민심 역주행’ 신공항 재검토 발언 왜?’라는 제목으로각각 다뤄 부산의 분위기를 전했다.

<매일신문> 2011년 3월 10일자 1면 / <국제신문> 3월 10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3월 10일자 1면 / <국제신문> 3월 10일자 1면

김 의원이 9일 밝혔다는 ‘전면 재검토’의 내용을 대구의 매일신문과 부산의 국제신문을 각각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매일신문> 3월 10일자 1면 머리
김형오(부산영도) 전 의장은 9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동남권신공항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 비즈니스벨트사업을‘타이밍’을 놓쳐버린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국제신문> 3월 10일자 1면 3단
한나라당 김형오(부산 영도) 전 국회의장이 9일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히고, 일부 부산의원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즉각 규탄성명을 내고 김 전 의장에게 재검토 발언 취소와 사과를 촉구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동남권의 발전, 국제화, 화합.번영을 위해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나왔는데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전면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타이밍을 놓쳐서 영남권 국론분열을 야기하고 승자 없이 패자만 만드는 일을 정치인으로서 두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와 부산의 입장이 다르므로 김 의원의 ‘전면 재검토’ 주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같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정치적 입장과 맞물리면 그 시각은 천양지차를 보일 수 있다. 또 정작 뚜껑을 열기 전에는 어느 주장이 맞는지 알 수도 없다.

부산, '민심 등졌다', '낙선운동' 비판

먼저 부산은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몇 몇 의원은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부산 ‘시민단체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의 위 두 신문 보도 논조를 보면 ‘가덕도가 안 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기에 부산일보가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 김 의원에 대해 ‘혼란만 부추기는 김 의원에 대해 ‘민심 등진 소신’’이라고 비판한 것은 당연하다.

대구, '백지화 음모'

그러면 대구의 보도 흐름은 어떤가?
먼저 매일신문의 10일치 1면 ‘밀양이든, 가덕도든…백지화는 안 된다’ 제목의 보도를 보면 ‘밀양 신공항’이 ‘가덕도 신공항’론 보다 우위에 있다는 입장에서 ‘객관적인 평가의 결과라면 밀양이든 가덕도든 결과를 수용하겠지만 백지화는 안 된다’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 것만은 아니다. 이은 보도에서는 ‘‘신공항 자체가 수도권의 논리에 밀려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아직도 밀양 대 가덕도 유치 싸움에만 매달리는 것은 소아적인 발상’이라며 “지금은 백지화 음모 저지 투쟁에 함께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고 밀양신공항 결사추진위 강 모 본부장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매일신문> 2011년 3월 10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3월 10일자 1면

'백지화' 셈법 두 갈래…독자 헷갈려

매일신문의 보도를 보면 ‘백지화는 안 된다’고 했지만 앞 대목과 뒤 대목은 그 출발점이나 셈법이 확연히 다르다. 앞 대목은 승산이 ‘밀양’에 있다는 셈법을, ‘전면 재검토’는 ‘김해공항 확장’론에 바탕을 뒀다는 ‘분석’을 깔고 있고 뒤 대목은 ‘부산도 못 먹고 대구도 못 먹을 「백지화 파국」은 막자’는 셈법이다. 독자가 헷갈리기 딱 좋은 보도다.

'무용론 차단' 목청

매일신문은 하루 전인 9일에도 역시 1면 ‘수도권 ‘무용론’ 차단/부산도 함께 팔 걷자’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정부 일각과 수도권 정치인, 언론을 중심으로 동남권(영남권) 신국제공항 무용론과 김해공항 확장론이 제기되면서 남부권 2천만명의 숙원인 밀양 신공항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고 심각하게 다뤘다.

<매일신문> 2011년 3월 9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3월 9일자 1면

다시 말해 매일신문이 말하는 ‘신국제공항 무용론’은 ‘김해공항 확장론’을 위한 ‘자리 깔기’의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신국제공항 무용론’ ‘김해공항 확장론’은 보수적인 입장에, ‘밀양 공항’은 혁신적인(또는 이상적인) 입장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논법에 따르면 부산 ‘가덕도 공항’도 마찬가지로 그 지역에서는 혁신적인(이상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거부당한 '공동 연대'…대구-부산 거리감 현격


그런데 KBS대구는 8일 메인뉴스 머리기사에서 “신공항 심상찮아” 제목을 띄우고 ‘(신공항의) 입지선정이 임박했지만 상황이 심상찮다’고 김범일 대구시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발언을 클로즈업했다. 또 ’부산시민단체에 ‘신공항 연대’ 제의‘란 소제목도 그래픽으로 강조했다. ‘심상찮다’는 상황에 대해서는 같은 날 대구MBC(메인뉴스, 신공항 상황 심상치 않다)와 TBC(신공항 ‘이상기류’‥부산과 연대’)도 다뤘다. 그러나 어째서 심상찮은지는 분명히 전달하지 않았다.

KBS대구 '9시 뉴스'(2011.3.8)
KBS대구 '9시 뉴스'(2011.3.8)

그런데 ‘밀양 공항’을 적극 추진하는 대구 측에서 부산 측에 제의하기로 했다는 ‘공동 연대’는 TBC 9일 보도(프라임뉴스 ‘부산시민단체, 공동연대제의 거절‘)에 따르면 '거절당했다'. 이해가 다르므로 거절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구 측이 보는 ‘백지화’ 배경에 대해 부산 측의 판단이나 입장이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대구 측의 ‘공동 연대’ 제의를 부산 측이 ‘거절’한 것은 양 도시 간의 이해는 물론 정서적인 거리도 현저한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독자가 알기 어려운 보도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보도는 이처럼 며칠 치 신문.방송만 보더라도 그 내용이 얼마나 꼬여 있는지 웬만한 독자.시청자들은 풀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사실' 전달보다 '행동' 유도, '정서' 자극

먼저, 대구의 내로라하는 신문.방송들은 ‘신공항’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겠지만 그것은 대개 ‘분석’, ‘전망’ 등 주관적이거나 불확실성 꼬리표를 달고 전달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일신문> 2011년 3월 9일자 1면 / <영남일보> 3월 10일자 3면
<매일신문> 2011년 3월 9일자 1면 / <영남일보> 3월 10일자 3면

나아가 객관적인 정보에 입각해 사실을 전달하기 판단보다는 ‘삭발’ 등 행동을 유도하거나 ‘망동’ ‘망언’ 등으로 표현해 특정 주장이나 발언(정보)에 대해 이성적인 접근을 원천봉쇄하거나(매일신문 3월 9일치 머리기사의 부제 ‘잇단 망언에 좌초위기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영남일보 3월 10일 3면 ‘이 대통령의 공약 총괄 불구 “신공항 재검토” 망언’) 확인되지 않은 정보인데도 ‘음모’ ‘사심’(매일신문 10일치 머리기사 중에도 ‘지금은 백지화 음모’라고 하고 있고 영남일보 10일치 3면 머리기사의 제목도 ‘김형오 사심도 작용했나’라고 달았다)이란 용어를 사용해 부정적인 가치판단을 미리 해버리는 등으로 보도가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대중정서를 자극하는데 비중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남권(동남권 신공항)’이 영남 또는 우리나라 남부권 주민들의 삶에 매우 중용한 영향을 미친다면 영남권 신문.방송은 그 중요성을 행동 유도성, 정서 자극성 기사로 보도하기보다 신공항 타당성을 사실에 입각해 이해하기 쉽게 보도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수도권 인사들에게 ‘지방을 너무  모른다’고만 하지 말고 외면할 수 없도록 신공항 절박성을 조목조목 제시해 설득하는 노력이 지금이라도 필요하다.

끝으로 일련의 ‘신공항’ 보도들이 얼마나 여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금요일(11일) 오후 필자를 경북대 북문에서 반월당까지 태워 준 50대의 택시 운전기사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밀양과 김해가 해 봐야 20분 차이 아닙니까. 대구국제공항 이용객이 줄고 있고, 울진이다, 양양이다, 무안이다, 많고 많은 공항은 다 어떻게 할라꼬 그러는지. 지역이기주의도가 도를 넘은 것 아닙니까.’ 작지만 귀담아 들을 대목은 아닐까?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25]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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