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특별법으로 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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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학살자 전국유족회, 대구에서 첫 결의대회..."소멸시효 따지지 말아야"

 

한국전쟁 앞뒤로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100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부는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확한 희생자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유족들은 배상과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 피학살자 114만여명 추정, 대구지역에서만 3만5천여명 희생

전국 100여개 유족회로 구성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는 1946년 10월부터 1953년 11월까지 전국에서 114만여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구지역에서 3만5천여명, 경북지역에서 10만여명이 공권력에 의해 희생됐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체 피학살자 가운데 보도연맹과 예비검속자 학살이 30만여명, 부역자 색출 학살 20만여명, 미군 폭격 10만여명, 북한 인민군에 의한 학살 10만여명, 형무소 수감자 학살 5만여명, 기타 39만여명 정도로 이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회원과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400여명이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진상규명과 배상과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2011.4.21)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회원과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400여명이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진상규명과 배상과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2011.4.21)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피학살자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대한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 2005년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5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상규명을 벌였지만, 9,987건의 조사만 완료한 채 2010년 12월 임기를 마감했다. 

이에 따라 전국유족회는 4월 21일 오후 '10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대구에서 첫 결의대회를 갖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열린 이날 결의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들과 대구경북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비롯한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집단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유족 배상과 보상 촉구

이들 단체는 결의문을 통해 ▶유족 배상과 보상, 과거사재단 설립, 유해발굴 및 안장을 위한 특별법 제정 ▶제2 진실화해위원회 설립 ▶공권력과 미군에 의한 집단학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 ▶역사교과서 수정과 인권교육 강화를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특히, '특별법 제정'을 통해 유족들이 조사를 신청하지 않은 미신청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할 것과 배상과 보상을 위해 소멸시효 적용을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유족들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유족 배.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유족들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유족 배.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 행사장 주변에 설치된 홍보물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 행사장 주변에 설치된 홍보물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지난 2008년 6월 울산 보도연맹 피학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2009년 2월)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2심(2009년 8월)에서 패소한 사례가 있었다. 현재 이들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학살, 소멸시효 따지지 말아야"

전국유족회 이상번 대변인 (10월항쟁유족회 사무국장)은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학살한 사건에 대해서는 소멸시효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유족들이 법적으로 배상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4.3연구소 김창후 소장은 "법 시행 기간이 만료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며 "특별법을 제정해 진상규명 작업을 계속 벌이고, 그동안 유족들이 겪었던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함종호 부이사장, '한국전쟁 전후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채영희 상임의장 (10월항쟁유족회 회장), 이성번 대변인 (10월항쟁유족회 사무국장), 제주4.3연구소 김창후 소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함종호 부이사장, '한국전쟁 전후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채영희 상임의장 (10월항쟁유족회 회장), 이성번 대변인 (10월항쟁유족회 사무국장), 제주4.3연구소 김창후 소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함종호 부이사장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실시하고, 다시는 국가에 의해 국민들이 학살당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유족회 채영희 상임의장(10월항쟁유족회 회장)도 "가슴이 먹먹하다"며 "하루 빨리 특별법이 제정돼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삭발식과 거리행진도 있었다. 채영희 상임의장의 결의문 낭독과 동시에 10월항쟁유족회 나정태 조직국장(민주노동당 대구시당 달서구위원장)의 삭발식도 함께 진행됐다. 그 뒤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시청과 대구역을 거쳐 대구시민회관까지 30분가량 거리행진을 가진 뒤 결의대회를 마쳤다. 

전국유족회 채영희 상임의장의 성명서 낭독과 함께 '10월항쟁유족회' 나정태 조직국장이 삭발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전국유족회 채영희 상임의장의 성명서 낭독과 함께 '10월항쟁유족회' 나정태 조직국장이 삭발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400여명이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을 시작으로 공평네거리와 대구시청, 대구역을 거쳐 대구시민회관까지 30여분간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400여명이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을 시작으로 공평네거리와 대구시청, 대구역을 거쳐 대구시민회관까지 30여분간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편, 이들 단체는 5월 중순 쯤 광주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진 뒤, 대전과 서울에서도 같은 내용의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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