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지배, 대구의 진보적 수사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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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인 /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앨버트 O. 허시먼)


밥벌어 먹고 살기에도 쉽지않은 요즘, 내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나는 과연 진보인가, 아닌가", "MB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진보인가"라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논객의 기준에 따라 어떤이에겐 진보에 방해되는 자유주의자인 것 같고 반대로 친북좌파세력으로 분류될것도 같고 그렇다고 지지정당도 불분명한, 회색지대에 있다는 생각을 항시했는데 이제는 정리를 한번 해보고 싶다.
 
앨버트 O. 허시먼 저 | 이근영 역 | 웅진지식하우스 | 2010.11
앨버트 O. 허시먼 저 | 이근영 역 | 웅진지식하우스 | 2010.11

특히, 내년 정권교체기를 맞아서 정권교체라는 명제뿐만 아니라 10년-20년후 내가 원하는 사회,기성세대로서 다음 세대에게 넘겨줘야할 사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고민을 풀어 줄 수 있는 정치세력을 찾게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마침 올해 들어 대학 선후배들과 독서토론회를 하게 되어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조금씩 고민을 해결해 가는 과정 중에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를 만났다.

원제는 '보수의 수사학'으로, 보수도 알아야하지않겠나라는 취지로 추천되었는데 한편의 논문을 읽는 느낌이라 우리 같은 필부들에겐 상당한 인내를 요구했지만 의미는 있었다.
 

세가지 이야기가 핵심이고 이 세 명제에 의해 보수는 진보를 방해하고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첫째, 역효과 명제: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너만 힘들어진다.
개혁을 시도해도 의도한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며 차라리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MB감세정책을 보면 대기업에 세금을 무겁게 물리면 대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결국 서민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므로 개혁이 결국 서민을 더 못살게 만든다거나, 조국 교수가 대학생들에게 스펙쌓기보다 정치적 권리행사를 이야기할때 "토익을 집어던지고 거리로 나가봤자 너의 운명만 가혹해질 것이다"라며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으로 환원해버린다.
 
둘째, 무용명제:백날을 해봐라 아무 일도 안 벌어진다.
그렇게 해 봐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기존 체제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쳐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논리이다. "촛불집회로 세상이 바뀌었는가?별 것 없지 않은가?"라고 하며 무력감을 조장한다는 논리이다.

셋째, 위험명제 : 복지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다 빨갱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색깔론이라고 여져지는데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잉복지는 알코올 중독자를 양산하고 노예근성에 젖어들게 한다"거나 오세훈시장같이 "무상급식을 하면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책을 읽고난 뒤 "그래 나는 보수는 아니구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나의 생활과 생각속에 알게 모르게 보수의 수사학이 스며들어 있지않나"라는 생각을 일깨우게 된다.

노무현 정부에 실망하고 불신하게 되었을 때 역효과명제에,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은 보수정권의 승리를 보면서, 촛불집회이후 결집하지 못하는 진보세력을 보면서 무용명제에, 현실이라는 문제를 핑계로 보수화, 보신화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보수의 논리로 키우고 있는 모습에서 위험명제에 빠져 있지않나 싶다.

역사는 세 명제를 거부하고 희망을 갖고 역사의 진보를 믿고 움직이는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한발 한발 발전해 왔음에도 우리는 망각하고 대중적 허무주의에 현혹되고 있고 대한민국의 언론이 앞장서고 있고, 특히 대구라는 이곳은 무비판적으로 흡수하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직장동료,고교동창모임에서 정치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입 꾹 다물고 팔짱만 끼고 있어야 하는 신세를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대구에서의 진보적 수사학은 어떠해야할까 라는 고민을 던져준다.

 
 





[책 속의 길] 14
강동인 / 직장인. 경북대법대 민주동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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