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주민사업 예산 깎아 고교 기숙사 건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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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청, 친환경급식.주민편익 9천만원 삭감 / 시민단체 "전면 재검토를"

 

중구청이 관내 고교 2곳의 기숙사 건립에 1억5천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 대구지부와 우리복지시민연합을 비롯한 대구지역 46개 단체 회원 20여명은 16일 오전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내 학생들에게 쓰일 급식비와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사업비를 삭감해 소수를 위한 예산을 마련한 중구청은 전체 구민들에게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200명도 안 되는 일부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 지원 예산을 중구의회가 전액 삭감할 것"을 촉구했다.

전교조 대구지부와 우리복지시민연합을 비롯한 대구지역 46개 단체 회원 20여명이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0명도 안 되는 소수 학생을 위한 기숙사 건립 지원 예산 1억5천만원을 중구의회가 전액 삭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1.05.1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전교조 대구지부와 우리복지시민연합을 비롯한 대구지역 46개 단체 회원 20여명이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0명도 안 되는 소수 학생을 위한 기숙사 건립 지원 예산 1억5천만원을 중구의회가 전액 삭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1.05.1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특히 "기숙사 건립이 오히려 지역 내 학생들 간의 불평등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촉구했다. 또, "지역발전을 위해 낙후된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주민들과 함께 종합적인 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기숙사 건립 1억5천만원 편성 vs '친환경 급식' 5천만원, '주민편익사업' 4천만원 삭감

중구청은 지난 8일 관내 일반계 고교 2곳의 기숙사 건립 지원을 위한 예산 1억5천만원을 편성하고,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지원' 예산 5천만원(시비 2천5백만원, 구비 2천5백만원)과 '소규모 주민편익사업 지원' 예산 4천만원을 삭감하는 내용이 담긴 '2011년도 제2회 추가경정 세입세출예산안'을 중구의회에 제출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일반계 고교 기숙사 건립'을 위해 예산 276억원을 편성하고, 지난 4월 수성구와 달성군을 제외한 6개 지자체 고교 11곳(중구 2, 동구 1, 서구 1, 남구 2, 북구 2, 달서구 3)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중구에는 자율형공립고인 경북여고와 사립학교인 신명고가 선정됐다.

(왼쪽부터)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 전교조 전형권 대구지부장, 전공노 곽규운 대경본부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 전교조 전형권 대구지부장, 전공노 곽규운 대경본부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우동기 교육감의 핵심공약인 '일반계 고교 기숙사 건립'에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까닭은 기숙사 건립 학교 선정 과정에서 '지자체, 동창회를 통한 예산 확보 방안'을 평가점수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중구청 교육지원계 김미희 주임은 "기숙사 건립을 신청한 두 고교가 구청에 예산 지원을 먼저 요청했다"며 "기숙사 건립이 중구 관내 고교생들의 학력 향상과 지역 발전에 도움 될 것으로 판단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중구청이 기숙사 건립예산 마련을 위해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예산과 '소규모 주민편익사업' 예산을 삭감했다"며 "중구의회가 기숙사 건립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적은 돈이지만 소수 위한 예산 편성 문제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시비와 구비 5:5 비율로 편성된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지원' 예산을 시의회가 먼저 삭감했기 때문에 구비도 함께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중구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중구청이 의지만 있다면 예비비를 통해 추가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는 "올해 중구의 전체 예산 1,500억원 가운데 1억5천만원은 적은 돈일 수 있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피 같은 돈"이라며 "전체 학생을 위한 친환경의무급식을 늘리겠다는 의지는 전무한 가운데 소수만을 위한 기숙사 건립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곽규운 대경본부장은 "결국 한 반에 1~2명가량의 성적우수생만 기숙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극소수가 아닌 전체 구민들과 학생들에게 필요한 곳에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전형권 대구지부장은 "기숙사 건립을 신청한 두 학교 모두 기숙사를 지을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중구청이 현장조사를 실시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예산계 전정현 주임은 "시비와 구비 5:5 비율로 편성된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지원' 예산의 경우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함에 따라 구비도 함께 삭감하게 됐다"며"'소규모 주민편익사업' 예산은 당초 책정한 예산에 비해 사업규모가 적다고 판단해 삭감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성적 위주 기숙사 선발, 장거리 통학생과 저소득층 학생 제외 될 것"

기숙사 건립이 장거리 통학생과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교조 전형권 대구지부장은 "교육청의 기숙사 건립 예산 276억원 가운데 운영비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월 20~30만원가량의 운영비를 낼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장거리 통학생과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를 짓겠다는 교육청의 주장과는 달리 해당 학교들은 이미 100% 성적순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결국 성적이 좋고 운영비를 낼 형편이 되는 학생들만 기숙사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구의회는 이날 '2011년도 제2회 추가경정 세입세출예산안 종합심사(계수조정)'를 거친 뒤 오는 19일 본회의에서 기숙사 건립 예산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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