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SOFA'에 묶인 환경오염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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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청 "오염 사례 접수...직접 조사는 못해" / 시민단체 "SOFA 개정해야"

 

최근 대구 남구청이 관내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사례를 제보받기로 했지만, 실제 사례가 있어도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조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SOFA협정'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남구청은 지난 5월26일 홈페이지와 전화(기획조정실 664-2117, 녹색환경과 664-2581)를 통해 관내 미군기지의 폐기물매립을 비롯한 환경오염 행위에 참여했거나 목격한 주민의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남구의회 '미군부대 대책위원회(위원장 조재구)'는 관련 공무원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갖고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와 연합한 철저한 감시, ▶환경오염신고 창구와 홈페이지를 통한 제보접수 ▶전직 미군 군속과 주민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을 비롯한 대처방안을 마련했다.

대구 남구 캠프워커 미군기지 안 H-805 헬기장의 모습. 남구청은 지난달 26일부터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관내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사례를 접수받는다고 밝혔다 (2010.07.20)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 남구 캠프워커 미군기지 안 H-805 헬기장의 모습. 남구청은 지난달 26일부터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관내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사례를 접수받는다고 밝혔다 (2010.07.20)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또, 같은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920년부터 90여년동안 남구관내에서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에 고엽제를 비롯한 유해화학물질이 묻혀 있을지 염려스럽다"며 "주민 안전을 위해 의회와 집행기관이 합심해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OFA협정' 정부, 주한미군 협의있어야 부대 내부 조사 가능

그러나 적극 대처하겠다는 남구청과 남구의회의 입장과는 달리 미군기지 오염과 관련된 사례가 발견되더라도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67년 한국과 미국정부가 맺은 SOFA협정(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미군부대 내부를 직접 조사할 수 없게 돼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4월 개정된 SOFA협정 3조 '시설과 구역-보안조치(Facilities and Areas - Security Measures)' 1항에는 '공여 시설 및 구역 안에서 "설정·운영·경호 및 관리에 관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합중국의 권리에 부합하여...(생략)...대한민국 정부는 지방정부와의 어떤 조정 결과에 관하여도 합중국 군대와 협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근 고엽제 매립의혹이 일고 있는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의 모습 (2011.05.20)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최근 고엽제 매립의혹이 일고 있는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의 모습 (2011.05.20)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에 따라 지자체와 의회 차원에서는 환경오염과 관련한 제보가 들어오더라도 기지 바깥 수질과 토양에 대해서만 조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고엽제 매립의혹이 일고 있는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의 경우 외부 수질과 토양시료 채취에만 그치고 있으며, 미군 환경조사단이 입국한 뒤 기지 내부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남구청 "SOFA 환경위원회 조사요구 방침" / 평통사 "근본적으로 'SOFA' 재개정해야"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백창욱 대표는 "최근 왜관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의혹을 시작으로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의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관내 미군기지 3곳이 주둔하고 있는 남구도 예외적일 수는 없다는 판단에 구청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미군기지 안에서 직접 조사를 할 수 없도록 돼있는 SOFA협정 때문에 제보를 받더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각종 제약과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녹색환경과 박동완 환경관리담당은 "남구 관내 미군기지 3곳에도 환경오염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과 미군부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련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겠다는 취지"라며 "SOFA협정에 따라 구청이 직접 조사할 수 없지만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례가 접수되면 정부와 주한미군이 공동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SOFA 환경위원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창욱 대표는 "환경위원회를 거치는 방법이 있지만 SOFA협정에 따르면 미군기지 안에서 발생한 피해와 사례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의 합의 없이는 발표할 수 없게 돼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조사를 할 수 없는데다 사례 자체가 그대로 묻힐 수 있는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SOFA협정 자체를 재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 빠른 대응 좋지만, 주민 건강검진.환경조사도 실시했으면"

환경오염 사례 제보와 더불어 조금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처장은 "뒤늦게 알려지는 것보다 제보를 통해 먼저 알고자 하는 취지에서 일단 발 빠르게 대응한 점은 좋은 것 같다"며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 미군기지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과 기지 주변 환경조사를 함께 실시한다면 조금 더 좋은 방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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