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원전.4대강...'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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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평위, 왜관수도원 생명평화미사 / "인간이 손대지 말아야 할 금단의 열매"

 

"도대체 이 나라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미국을 위한 정부입니까? 건설.토목업자를 위한 정부입니까?"

천주교 대구대교구 김영호 사목국장 신부는 이 같이 말하며 정부의 고엽제 매립의혹 조사와 4대강 사업 추진을 비판했다. 김영호 신부는 "미군의 온갖 불법과 범죄로 땅과 지하수가 심각하게 오염돼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미국에 끌려 다니고만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과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가 성직자와 신자,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비롯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에서 봉헌됐다 (2011.06.1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과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가 성직자와 신자,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비롯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에서 봉헌됐다 (2011.06.1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과 '캠프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가 18일 오후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봉헌됐다. 지난 1952년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인근에 자리 잡은 이곳 수도원에는 신부 12명을 비롯한 70여명의 수도자가 생활하고 있으며, 현재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가 상황실이 꾸리고 민간차원의 진상규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창세기 4,10)'라는 주제로 봉헌된 이날 '4대강 복원과 고엽제 진상규명 촉구 생명평화미사'는 광주대교구 옥현진 보좌주교를 비롯해 천주교 대구대교구 김영호 사목국장 신부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권혁시 신부(경산 용성성당 주임), 정홍규 신부 (영천 산자연학교 교장), 왜관수도원 김종필 원장신부, 박현동, 황종환, 오윤균, 고진석, 이장규 신부를 포함한 10명의 사제가 공동 집전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미사에는 성직자와 천주교 신자,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왜관수도원 박현동, 황종환 신부,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홍규 신부 (영천 산자연학교장), 광주대교구 옥현진 보좌주교, 왜관수도원 김종필 원장신부, 경산 용성성당 권혁시 신부, 왜관수도원 강창규 부제, 천주교 대구대교구 김영호 사목국장 신부, 왜관수도원 오윤균, 고진석, 이장규 신부 (2011.06.1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왜관수도원 박현동, 황종환 신부,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홍규 신부 (영천 산자연학교장), 광주대교구 옥현진 보좌주교, 왜관수도원 김종필 원장신부, 경산 용성성당 권혁시 신부, 왜관수도원 강창규 부제, 천주교 대구대교구 김영호 사목국장 신부, 왜관수도원 오윤균, 고진석, 이장규 신부 (2011.06.1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날 생명평화미사의 주제인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창세기4,10)' 구절은 구약성경 '카인과 아벨' 이야기에 나오는 대목으로, 하느님이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을 꾸짖는 말이다. 하느님은 카인에게 저주를 내리고 살고 있던 땅에서 쫓아내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카인을 죽이지 못하도록 자비와 용서를 베풀기도 한다.

"4대강 사업 예산으로 반값등록금.무상급식 충분히 가능"

김영호 사목국장 신부는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영호 신부는 "4대강 공사에 국가 예산 22조원과 수자원공사 8조원을 포함한 30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다, 지류와 하천 정비에도 19억원이 투입된다"며 "이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에도 연간 2,4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또 "20조원이면 대학생 반값등록금이 충분히 가능하고, 2,400억원이면 경기도 전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도 남는 돈"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 대대로 악영향을 끼치는 4대강 토목공사에 국민의 세금 수조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며 "고엽제 매립의혹과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 비롯된 불의와 불평등, 거짓에 맞서 참된 주권국가로서의 권리를 찾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 천주교 대구대교구 김영호 사목국장 신부 (정의평화위원장)와 (오른쪽)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 천주교 대구대교구 김영호 사목국장 신부 (정의평화위원장)와 (오른쪽)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는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의 독성과 후쿠시마 원전사태에서 비롯된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고엽제.원전, 인간이 손대지 말아야 할 금단의 열매"

고진석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현대의 과학문명은 감히 인간이 손대지 말아야 할 금단의 열매를 따먹었다"며 "특히 고엽제 성분에 포함된 다이옥신과 원자력발전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은 현대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고 말했다. 특히 "단 1g만으로도 2만명을 죽일 수 있는 다이옥신은 물에 녹거나 분해되지 않고 일단 소량이라도 체내에 흡수되면 10년~20년 뒤 각종 후유증을 일으키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며 "미국은 1978년 자기네 땅에서 금지된 독극물을 남의 땅, 그것도 혈맹이라고 말하는 우리 땅에 묻었다"고 말했다.

고진석 신부는 원자력발전에 대해 "자연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원소에 물리적 힘을 가해 원자로 쪼개면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나온다"며 "인류를 파멸로 이끌 만큼 파괴적이고 위협적인 원자력을 전력생산의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우리 정부는 이 점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막무가내로 추진해온 4대강 사업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미군이 불법으로 매립한 고엽제에 대한 진상을 밝히라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며 "정의와 생명, 평화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인 열 사람만 있어도 소돔을 멸망시키지 않겠노라'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상기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류 파멸에서 구해낼 의인 열 사람이 되자"고 말했다.

생평평화미사 참석자들이 왜관수도원부터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 앞까지 거리행진을 펼치며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0.06.1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생평평화미사 참석자들이 왜관수도원부터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 앞까지 거리행진을 펼치며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0.06.1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왜관수도원의 한 수도자가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 옆 철조망에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리본을 묶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왜관수도원의 한 수도자가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 옆 철조망에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리본을 묶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참석자들은 생명평화미사가 끝난 뒤 왜관수도원에서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 앞까지 거리행진을 펼치며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또,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에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리본을 묶은 뒤 묵주기도로 행사를 마무리 했다.

한편,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오는 24일과 7월 8일 왜관수도원에서 '생명의 야단법석'이라는 주제로 주민문화제를 열고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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