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호국의 다리'..."자연의 준엄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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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 옛 왜관철교 붕괴..."기형으로 만든 하천, 홍수피해 줄일 묘책 없다"


한국전쟁까지 견디며 100년 넘게 이어진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가 무너졌다.
1905년 낙동강대교로 건설된 옛 왜관철교는 25일 새벽, 9개의 교각 가운데 2번째(약목 방면) 교각이 무너지면서 상판과 철구조물이 붕괴됐고 다리 전체 467m 가운데 100m가량이 유실됐다.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와 약목면 관호리를 잇는 이 다리는 1950년 8월, 북한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미군이 일부 폭파한 뒤 지금까지 인도교로 쓰고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통행이 잦은 낮 시간에 붕괴됐다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경상북도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이 사고 원인 분석에 들어간 가운데, 시민.환경단체들은 "4대강사업에 따른 무리한 준설" 때문이라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무너진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경북 칠곡군 왜관읍)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무너진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경북 칠곡군 왜관읍)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4대강사업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6일 오전 옛 왜관철교 아래 낙동강 제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왜관철교 붕괴는 4대강사업으로 하상이 과도하게 준설돼 일어난 사고"라며 "지금 당장 사업을 중단하고 4대강 전 교량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또, 이 사고에 책임이 있는 4대강사업추진본부장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등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교량 붕괴 뿐 아니라 지천의 역행침식과 보 건설에 따른 문제에 대해서도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평가기구'를 구성하도록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4대강사업저지 대구연석회의' 류승원 공동대표와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처장, 김진애(민주당).유원일(창조한국당) 의원, 박창근(관동대).최영찬(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5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옛 왜관철교 붕괴 원인에 대해 "4대강사업에 따른 준설로 강 바닥이 4m정도 낮아진 상태에서, 장맛비로 교각 부근의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강 바닥이 패였고 결국 교각이 기울어지며 상판이 하천바닥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2009년 10월 국토부가 발표한 '낙동강살리기사업(2권역) 환경영향평가서'에 낙동강 구철교(옛 왜관철교)가 '하상준설 공사에 따른 영향이 예상돼 교량보호공을 설치해야 할 교량'으로 평가된 것을 인용하며, "보강대책을 하지 않은 점이 교량 붕괴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다가올 장마철과 태풍에 따른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평가하자면 4대강사업은 하천을 기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는 묘책은 없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천의 침식으로 안정하천을 회복할 때까지 오직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며 "홍수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준설 중단 ▶홍수 시 가동보의 작동 금지 ▶하천공간 내 공원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9개 교각 가운데 2번째 교각이 무너지면서 상판과 철구조물이 붕괴됐고 다리 전체 467m가운데 100m가량이 유실됐다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9개 교각 가운데 2번째 교각이 무너지면서 상판과 철구조물이 붕괴됐고 다리 전체 467m가운데 100m가량이 유실됐다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경북녹색연합도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4대강사업에 따른 재앙이 시작됐다"며 "옛 왜관철교 붕괴는 무리한 졸속공사 강행과 엉터리 환경평가, 무분별한 준설, 시공사의 이윤추구만 생각한 교각보강 미비로 발생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또, "철교 붕괴로 이 곳에 있는 수위관측시설의 전기선이 잘려져 전기공급이 중단됐지만, 낙동강 홍수통제소에서는 12시간이 지나 현장에 나와 전기공급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관련 기관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4대강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소통의 부재와 절차상 문제, 졸속 공사강행 뿐 아니라, 국토부 공무원들이 민간업체로부터 받은 많은 향응.접대 비리로 국민의 신뢰도 잃었다"고 지적하고, "이제 무엇을 국민에게 더 보여주어야 정부의 잘못된 정책판단을 시인할 것인가, 정부는 지난 2년여 동안 진행된 4대강사업에 대한 자연과 국민의 평가에 귀 기울여 국민에게 사죄하고 이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민주노동당 경북도당도 25일 성명을 통해 "왜관철교 붕괴는 이명박 정부 붕괴의 전주곡"이라며 "4대강사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국민과 자연의 준엄한 경고에 화답은커녕 메아리조차 없다"며 "독단과 오만의 이 정권은 국민과 민심이라는 태풍에 여지없이 무저져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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