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의 지형도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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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마틴 자크 지음, 안세민 옮김. 2011)


글을 시작하면서

지난 2008년 8월 8일 북경올림픽 개막식에서 세상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화 <패왕별희>의 감독 첸 카이거와 함께 중국 5세대 감독을 대표하는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미증유의 기막힌 개막행사에 넋을 놓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장중하며, 때로는 웅혼하고, 때로는 바람처럼 가벼운 개막식은 보는 이들의 찬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의 연출에는 21세기 새로워지는 세계를 중국과 중국 인민들이 온전하게 포용하리라는 엄청난 주제가 담겨 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중국인들의 자세와 태도가 온전히 녹아든 개막식 행사에 205개국 10,500명 참가선수 뿐 아니라, 65억 세계인이 환호했다. 바야흐로 150년 넘게 숨죽여 살아온 중국과 중국인들의 세기가 여명처럼 밝아오는 장면이었다.
 
마틴 자크 지음, 안세민 옮김, 도서출판 부키, 2011.
마틴 자크 지음, 안세민 옮김, 도서출판 부키, 2011.
영국의 대표적인 좌파 연구자이자 언론인인 마틴 자크의 신간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은 오늘날 중국에 함의된 다채로운 의미망을 종횡으로 풀어나간다. 600쪽에 달하는 서책의 방대함도 그러 하거니와 거기 실린 동과 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전망까지 흥미롭기 짝이 없다. 한권의 서책에서 이처럼 많은 정보와 판단자료를 얻는 일은 유쾌한 노릇이다.

중국의 두 얼굴: 영광과 굴욕의 역사

기원전 221년 진시황의 통일이 이루어진 이후 중국은 1074년 동안 통일유지, 673년 동안 부분적 통일유지, 470년의 분열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것을 ‘분구필합 합구필분 (分久必合 合久必分)’이라 한다. 쪼개진지 오래면 합쳐지고, 합쳐진지 오래면 쪼개진다는 뜻이다. 이민족들이 세운 요나라,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는 모두 중국문명에 동화되고 말았다.

중국에서는 이들 왕조를 포함해 모두 36개 왕조가 지난 3천년 동안 명멸해갔다. 그 가운데서 우리는 중국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북송(960-1126)의 번영을 기억한다.

“이 시기의 주요 특징으로 과거제도의 도입, 신유학의 등장, 화약발명, 목판인쇄술 발달, 수학, 자연과학, 천문지리학의 발전 등을 꼽을 수 있다. 송대에 발명된 방적기는 수세기 이후 영국의 산업혁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할 만큼 산업발달을 촉진하였다. 이슬람 세계만이 중국의 경쟁상대가 되었을 뿐 유럽은 중국에 한참 뒤져 있었다. 당시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선진화된 국가였으며, 많은 나라가 중국 황제에게 조공을 바쳤으며, 중국문화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109쪽)

하지만 명나라와 청나라를 경과하면서 경제발전이 느려졌고, 유럽은 산업혁명과 식민지개척 등으로 중국을 앞서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제1차 아편전쟁(1839-1842)의 결과 중국은 영국에 홍콩을 할양하고, 5개 항구를 개방하는 등 ‘굴욕의 세기’를 경험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19세기에 중국은 유럽과 미국에 뒤지고, 19세기 말에는 일본에게도 밀리게 된다.

1884년 중국의 조공국가 베트남이 프랑스에게 넘어가고, 1894년 조선을 둘러싼 청일전쟁에서 중국이 패하여 황실의 연간예산 세 배에 달하는 전쟁비용을 배상한다. 19세기 말엽 청나라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벨기에, 러시아의 침략으로 주권을 크게 손상 받는다. 식민지 전락을 가까스로 피한 중국은 1949년 공산혁명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한다.

중국의 부상: 21세기 중국의 두 얼굴

서양의 시간개념에 따르면 기원전(BC: Before Christ)과 기원후(AD: Anno Domini)가 있다. 그런데 일부 경제학자들은 다른 개념으로 오늘날의 시간을 설명한다고 한다.

“이제 중국은 우리 눈앞에서 세계를 변모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은 너무나도 강렬하다. 현대경제사를 중국이 등장하기 전의 경제사(BC: Before China)와 중국이 등장한 이후의 경제사(AC: After China)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국제경제의 지배력을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일본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유럽과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시켜 놓았다.” (246-256쪽)

18세기 후반에 영국을 기점으로 시작된 근대가 중국을 필두로 한 동아시아에서 정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마틴 자크의 생각이다. 물론 그것의 배경에는 일본의 선구적인 구실과 한국과 대만, 홍콩과 싱가포르라는 ‘네 마리 아시아 호랑이들’의 경험적 영향이 지대하다. 오늘날 ‘메이드인 차이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엉터리없는 짝퉁물품이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대량생산하는 소비재 상품’을 뜻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반면에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허다한 문제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삼중으로 나타나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들 수 있다. 해안지역과 내륙지역의 빈부격차가 심하다. 가장 부유한 지역과 가징 빈곤한 지역의 1인당 총소득이 열배나 차이난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 공식적인 경제부문과 비공식적인 경제부문의 격차도 발생한다. 이런 불평등에서 야기되는 소득격차는 사회갈등을 부추긴다.” (223쪽)

문제는 여기 그치지 않는다. 자원집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인하여 토지, 산림, 물, 석유 같은 자원의 급속한 고갈과 극심한 환경오염도 문제다. 세계 최고의 오염도시 20개 가운데 16개가 중국에 포진하고 있다. 전국토의 3분의 1에 산성비가 내리고, 4분의 1이 사막화 되었으며, 전국토의 58퍼센트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중국은 이제 식량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조공제도는 부활할 것인가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조공제도와 관련한 미래예측 부분이다. 660년 백제 멸망과 668년 고구려의 멸망 이후 언제나 중국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1,300년 우리 역사를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1년 시점에서 여전히 중국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한국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조공제도는 문명국가를 자처하는 중국이 오랜 세월 주변 국가들과 맺어온 문화적, 도덕적 제도다. 조공제도가 보편적으로 실시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일부지역, 베트남, 미얀마 모두 때가 되면 조공을 바쳤고, 말라카와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은 조공을 바치거나 최소한 중국이 종주국임을 인정했다. 다양한 형태를 띠었지만 조공제도는 중국문화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유럽의 베스트팔렌 체제가 국민국가 사이의 평등관계라면, 조공제도는 위계질서에 입각한 불평등관계에 기초한다.” (360-383쪽)

이런 역사적인 준거에 기초하여 지은이는 앞으로 전개될 세계역사의 흐름이 중국에 있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에 따르면 지난 2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한 강대국을 영국과 미국이라고 하면서 이제 중국의 세계지배가 현실화되는 시점이라고 확언한다.

산업혁명과 식민지 쟁탈에서 선두주자였던 영국은 1850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14년까지 세계 최강의 국가였다. 그 이후 비공식적인 제국으로 공군력과 미군 기지에 기초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경제기구 장악과 세계적인 미디어 등으로 미국의 세계패권이 1945년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체계가 거의 붕괴하고 신자유주의의 사망이 선고된 2008년 9월의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미국의 내리막길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런 판단에 기초하면서 지은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면서 힘의 균형이 중국 쪽으로 기울면 세계는 미국권역과 중국권역을 중심으로 분열될 가능성 크다. 이때 동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중국권역으로 들어가 위안화 경제권을 이룰 것이며, 유럽과 중동은 여전히 미국의 우산 아래 남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중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양대 강국으로 부상하거나 궁극적으로는 유일한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478-481쪽) 

글을 마치면서

21세기 첫 번째 10년이 막 지난 시점에서 중국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1968년 이후 42년 동안 부동의 2위 자리를 누렸던 일본이 중국에 밀려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강대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다. 엄청난 국력에 비해 국민 1인당 소득은 여전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런 상황이 적어도 5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일부 일본 학자들과 한국의 시대착오적인 친미주의자들만이 중국의 부상을 경시하거나 애써 외면하려 했을 뿐이다. 공자는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우리는 차분하게 중국의 변화를 살피면서 대응방식을 숙고해야 한다.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조선의 피어린 시간대를 반추하면서 치밀하게 미래를 대비하고 기획해야 한다. 이 점에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은 매우 유익한 정보로 작용할 것이다.
 
 
 





[책 속의 길] 28
김규종 / 경북대 교수. 노어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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