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가 징벌적? 그럼 소득세는 약탈적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상 칼럼] "땀이 배이지 않은 불로소득...양도세 깎아준다고 전세난 해결될까?"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사랑은 각별하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도록 되어 있는 세법을 2년간 더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한다. 이미 2009년부터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해온 조치를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 중과세를 아예 폐지하려고 시도해왔지만 부자 편들기라는 따가운 눈총 때문인지 다소간 후퇴하였다.

  부동산을 사고팔아서 남긴 이익을 일반 소득과 분리해서 과세하는 것은 당연히 더 무겁게 과세하기 위해서다. 선량한 땀이 배이지 않는 소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양도세 기본세율을 종합소득세율과 같도록 낮추었을 뿐 아니라 다주택 중과세마저 무력화하고 있다. 그러면 양도세는 사실상 폐지된다.

양도세가 징벌적이면 소득세는 약탈적

  정부도 다주택자 양도세를 무력화하려니까 명분 찾기가 매우 궁색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는 것은 “징벌적 과세”라고 비난하였다. 지난 달 11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나온 말인데 전에도 여러 차례 이런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니 말 실수는 아닌 것 같다.

  박 장관은 ‘집을 여러 채 소유하는 게 무슨 잘못이라고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박 장관에게 묻고 싶다. 근로소득에는 왜 세금을 매기나? 그건 ‘징벌적’이 아닌가? 아무런 생산적인 노력 없이 집을 단순히 소유함으로써 얻는 소득과 노력과 기여의 대가로 얻는 근로소득 중 어느 쪽에 매기는 세금이 더 징벌적인가? 당연히 소득세 쪽이다. 양도세가 징벌적이라면 소득세는 가히 약탈적이다.

  소득에는 노력소득과 불로소득이 있다. 조세의 징벌적인 성격을 줄이려면 당연히 불로소득에 먼저 과세하고 그걸로 부족할 경우에 한하여 노력소득에 과세해야 한다. 부동산, 특히 인공물이 아닌 토지에서 생기는 소득은 특권적 불로소득이다. 이걸 해소하는 최선의 수단은 토지 보유세이며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면 양도소득 자체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교과서에 다 나오는 진리이다. 그러나 토지 보유세가 낮은 현실에서는 양도세라도 무겁게 과세해야 한다. 세율은 물론 100%가 이상적이다. 그래야 더 징벌적인 또는 약탈적인 조세를 줄일 수 있다.

전세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양도세 무력화의 명분을 찾기가 어려워서인지, 정부는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우기도 한다.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면 실수요자가 전세보다 매입을 선호하게 될 것이고 또 다주택 소유자가 늘어나서 남는 집을 전세로 내놓을 것이므로, 전세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양도세를 깎아준다고 해서 매입 수요가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2009년부터 지금껏 다주택 중과세를 유예해왔지만 정부가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주택 소유를 촉진해서 전세난을 해소하겠다는 생각도 부자 편들기일 뿐 상식 밖의 발상이다. 또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서 부동산 경기를 살린다고 해도 문제다. 그럴 경우에는 부동산 과열과 침체가 번갈아 나타나게 되고, 침체기에는 전세난이 재발한다.

  당연히 징수해야 할 세금을 감면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셈이다. 이왕 보조금을 준다면 주택 소유자보다는 집을 구하는 무주택자에게 주어야 한다. 하나의 방안을 제시하자면, 무주택자에게 전세금과 매입가의 차이만큼 무이자 내지 저이자로 빌려주면 된다. 매입 수요가 늘고 전세 수요가 줄어 미분양 사태와 전세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고 자가 소유율도 높아진다. 이명박 정부가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공정사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면제도 옳지 않다


  1가구 1주택 양도세에 대해서도 오해가 많다. 집이 한 채밖에 없는 사람이 양도세를 내고나면 같은 집을 새로 매입할 수 없기 때문에,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면제하는 게 옳다고들 생각하고 세제 역시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러나 1가구 1주택이라고 해서 불로소득을 징수하지 않는다면 그 대신 약탈적 조세를 더 징수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딜레마를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집을 팔고 새로 살 경우에는 양도세액 만큼을 무이자로 (또는 저이자로) 빌려주면 된다. (양도세를 부과만 하고 징수를 유예해도 된다.) 그러면 양도세 때문에 집을 축소할 필요가 없다. 또 다른 집을 새로 매입하지 않거나 소유하던 집을 상속・증여할 때 빌려준 돈을 회수하면 불로소득도 막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 편에 서 있고 특히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기 때문에, 양도세 무력화는 정부 의도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이라도 예상이 적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거쳐야 하는 당정협의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부동산 투기에 상당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이나 원내 대표도 전과는 좀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순진한 소리 하지 말고 소나 키우라고요?)






[김윤상 칼럼 40]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참고] - 경향신문 2011년 7월 12일자 4면(종합)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