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인공, 우리 모두는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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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옥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김수정 저 | 달 | 2009.08)


서점에 가면 즐비하게 있는 책들. 좋은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접한다. 지식을 알기도 하고, 모두가  다 할 수 없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간접 경험하기도 한다.

여기『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서 읽듯이 ‘사람 책’을 대출해서 읽는다. '읽는다'라기 보다는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은 실제로 영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리빙 라이브러리>에 관한 소개이며 저자가 직접 책(사람)을 대출해서 읽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을 이해하는 건 사실 별 게 아니잖아요. 오해는 무지에서 비롯되는 거고, 이해는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거니까, 누군가를 알고 이해하게 되면 폭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것이 이 일을 기획한 사람의 생각이다.

"선입관과 고정관념은 살면서 경험 속에서 축적되는 거니까 피할 수는 없죠. 그런데 문제는 그 고정관념 속에서 편견이 생기고 편견은 차별이나 폭력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위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성질이 급하더라'. 여기까지는 고정관념이죠.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은 성질이 급하니 재수 없어. 한 대 패줘야지'라는 결론은 심각한 것이죠"(책 본문 중에서)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김수정 저 | 달 | 2009.08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김수정 저 | 달 | 2009.08
고정관념이 편견을 만들고 편견이 차별이나 폭력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다양한 책(사람)이 있다. 그들을 대출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고정관념은 사라지고 편견 또한 잘못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다양한 책(사람)을 대출하고 나눈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엮어냈다. 싱글 맘, 전직 노숙자,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정신병 환자 등...책의 종류도 다양하다.

복잡해져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지식과 정보의 경로는 무엇일까. 텔레비전과 인터넷, 다양한 네트워크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것들이 고정관념과 편견을 만드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앞 뒤 맥락과 무관한 한 장의 사진, 뉴스보도, 하나의 장면으로 판단을 해 버리기 십상이다.

이 책은 우리가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어내야 한다는 것을 이론이나 주장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책 어디에서도 '이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지지 마세요', '이런 사람들입니다' 따위의 설명이나 설교는 없다. 그저 사람 책을 읽어 나가는 저자와 함께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가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된 것. '나'라는 작은 세계에 머물러 있던 자세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보면서 조금씩 시야가 트이는 걸 느꼈다. 꽉 조이는 옷을 입다가 넉넉한 옷으로 갈아 입은 것처럼 여유로워졌다.(책 본문 중에서)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생전에 늘 하시던 말씀이 '내 얘기를 책으로 엮으면 몇 권은 나올끼다'라고 하셨는데...그렇다. 우리 모두는 삶의 주인공이며 '독자'가 아니라 '저자'가 되는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기 점점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가슴 툴툴 털며 손을 내 밀라고 한다.
 
 
 





[책 속의 길] 31
공정옥 / 대구환경운연합 사무처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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